요즘 문화방송은 '동네북'이다. 거대 야당에서 사사건건 소송이다 항의다 물고늘어지고 <조선일보>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문화방송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 친북세력명단공개추진본부라는 단체에서는 신문광고를 통해 '지금 당장 대한민국 품안으로 돌아오라!'는 등 시대착오적인 광고로 윽박지르기도 했다.
그동안 문화방송은 <이제는 말 할 수 있다> <미디어 비평> <뉴스데스크>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독재의 상흔을 치유하거나 성역허물기,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 왔다. 이에 대한 일부 세력의 헐뜯기나 색깔시비는 이 땅에서 상식과 양식을 말살하고자 하는 일종의 '극우 총궐기론'을 연상하게 한다.
한나라당은 사안별 소송이나 민영화 등 제도개편을 들먹이며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오만하게도 자신들의 의지에 따라 문화방송을 민영화할 수도 있고 국정감사 대상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민영화에서 국정감사까지 극단을 오가는 그 정책의 수준은 논외로 해도,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인 문화방송에 재갈을 물리고 싶은 것이다.
<조선일보>의 반민주성과 반민족성은 당연히 문화방송의 뉴스나 비평 프로그램 주요 비판대상이었다. <월간조선>은 8월호에서 '버림받은 MBC 뉴스'라는 기사를 통해 서해교전에 대한 문화방송 보도를 별다른 근거도 없이 '오보'로 몰고 여론에서 고립되고 있다고 터무니없는 낭설을 유포했다. 이어 9월호에서도 'MBC는 지금...'이라는 집중취재를 통해 서해사태 관련보도, 한나라당과의 갈등, 민영화론 대두와 같은 일련의 일들이 마치 문화방송의 오류에서 기인하고 이것이 문화방송의 위기인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얼마전까지 국내에서 방송은 정치권력이나 기득권 신문의 '밥'이었다. 문화방송이 관료적인 공영방송이나 사주가 전횡하는 상업방송이었다면 현재와 같은 '전면전'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향후에도 민영화니 국감이니 하는 제도적 압박과 좌익방송이니 하는 사상검증 시도가 더욱 게세질 것 같다.
문화방송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극우 기득권세력의 총공세는 오히려 현재 '공민영' 문화방송이 공영방송의 폐해와 상업방송의 맹목을 극복할 수 있는 '독립방송' 모델 일 수도 있음을 역설로 보여주고 있다.
최영묵/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
DATE: 2002.08.30 -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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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몰상식/강준만(한겨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