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 관한 한 개방적, 진보적이기로 유명한 중국인들이 실제로도 그렇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중국판 킨제이 보고서가 최근 처음 출판돼 역시 중국인라는 평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중국인 성혁명 백서’로도 불리는 화제의 이 보고서는 중국인민대학 사회학연구소가 지난 1999년 8월부터 1년간 20~64세 남녀 4842명을 무작위 추출, 실시한 성관념 조사 내용을 책으로 엮어 최근 열린 ‘성문제 토론회’에 발표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중국의 기혼 여성들은 사회주의 체제라는 선입관이 무색하게 무려 70%나 부부관계에서 남편보다 더 주동적, 적극적으로 성을 향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여권 강세가 은밀한 부부 관계에서도 그대로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혼전 성 경험 역시 놀라운 수치를 보이고 있다. 25세에서 29세까지의 젊은이들 중 성경험이 한번이라도 있다고 답한 비율이 무려 남성 72.2%, 여성 46.2%로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 이는 이들의 반 세대 정도의 선배들인 40세 이상에서 혼전 성 경험 보유자가 각각 45.7%와 24.1%였던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수치라 할 수 있다.
미혼, 기혼을 막론하고 지속적 관계를 맺는 섹스 파트너가 다수라고 응답한 비율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은 서방 뺨치는 중국의 성 개방 풍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30~34세의 남녀에서 각각 45.8%와 17.7%가 다수의 섹스 파트너가 있다는 사실을 솔직히 고백했다.
특히 이 연령 대에서는 기혼 남녀의 36%와 19.4%가 다수 섹스 파트너와의 외도를 비롯한 혼외 정사를 즐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비율은 역시 연령이 높을수록 낮아 40대 이상의 남녀에서는 각각 20.8%와 5.5%에 지나지 않았다.
아시아에서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매매춘 경험자들이 중국에서는 의외로 적은 것은 때와 장소를 가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기회가 주어지는 성 개방 풍조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40세 이상 남성의 경우 겨우 6.4%만이 매매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나이가 젊어도 완만하게 나타나 40세 이하 11.3%, 25~29세 16.7%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의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낙태에 있어서는 당연한 결과이겠으나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40세 이하 여성의 49.1%가 1회 이상의 유산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외에 이 보고서는 변태나 동성애자등의 비율이 적어도 1%, 많을 경우 4%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와 섹스와 결혼은 별개라고 생각하는 관념이 광범위하게 퍼져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보고서가 발표된 ‘성문제 토론회’ 석상에서 개혁, 개방 정책의 도입과 함께 성 혁명 역시 빠르게 진행됐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때 이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베이징〓홍순도특파원 mhhong@
2002/10/30
DATE: 2002.11.01 -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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