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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퍼오미
Subject   [다시 보는 중국인] 4. 유별난 고향사랑 산물 '회관'

[다시 보는 중국 중국인] 4. 유별난 고향사랑 산물 '회관'

 

 #1

베이징(北京) 사람들은 다른 지방 출신자들을 외지인(外地人)이라 부른다. 수도에 산다는 자부심이 깔려 있다. 멋쟁이 상하이(上海) 사람들 눈에는 외지인들이 다 촌놈이다. 자신들이 가장 세련됐다는 으쓱함 때문이다. 중국 남단의 광둥(廣東)성 사람들은 자신들 이외엔 모두 북쪽 사람들로 치부한다.

#2

중국인들에겐 '인생의 4대 즐거움(四大樂趣)'이 있다. 신혼의 촛불 타는 밤(洞房花燭夜), 과거 급제(金榜題名時), 가뭄 끝의 단비(久旱逢甘霖), 타향에서 고향 친구 만나기(他鄕遇故知)가 그것이다. 이처럼 고향과 동향인(同鄕人)에 대한 중국인들의 애틋함은 유난스러울 정도다.

#3

홍콩 갑부 리자청(李嘉誠)을 배출한 광둥성 차오저우(潮州)는 고향 사람들끼리 서로 돕는 좋은 예다. 타지에 진출한 차오저우 사람들은 자신들이 터를 닦은 곳으로 맨주먹의 동향인들이 올 경우 세 번까지 사업 밑천을 대준다. 한두 번은 실패할 수도 있다는 끈끈한 정이 배어 있다.

 
▶ 베이징 차이스커우(菜市口) 구역에 있는 후광(湖廣) 회관. 청대 후난성 출신들의 구심점 역할을 했으며 현재 관광명소로 개방되었다.
 
중국인들의 고향 챙기기는 베이징에 산재한 회관(會館)에서도 잘 드러난다. 회소(會所) 또는 행관(行館)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원래 고향 출신 과거 응시자들을 접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명(明).청(淸) 시대에 치러진 과거 시험은 201회. 이를 통해 진사(進士)로 뽑힌 사람만 5만160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합격자의 몇십배 이상이다.

바로 이들이 시험을 치르며 머물 수 있도록 지역 출신 관료와 큰 상인들이 돈을 모아 회관을 세웠다. 물론 무조건 베푸는 건 아니다. 장래 고위 관료가 될지 모를 고향 자제들을 미리 접대해 장차 도움을 받겠다는 의도였다.

실제로 이 회관에선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 지역 출신 고위 관료와 상인이 모여 관가(官街)의 소식과 상업 정보를 주고받기도 했다. 중앙의 정치마당에서 자기 고향의 힘을 엮어나가는 장소로도 활용된 것이다. 일부 회관은 또 같은 품목을 취급하는 한 지역 출신의 상인들이 사업을 논의하는 장소로 운영됐다.

대표적인 회관은 후난(湖南)성 사람들이 모였던 '후광(湖廣) 회관'. 태평천국(太平天國)의 난을 진압한 일등 공신인 후난성 출신의 증국번(曾國藩)이 이곳에서 회갑연을 열었다. 신해혁명(辛亥革命)의 주인공 쑨원(孫文)이 국민당 창당 출범을 알리기도 했다. 대문호 루쉰(魯迅)도 베이징 쉬안우(宣武)구의 한 작은 골목에 있는 '사오싱(紹興:루쉰의 고향) 회관'에 8년을 머무르며 불후의 명작 '광인일기(狂人日記)'를 남겼다.

청대 말엽 베이징엔 이런 회관이 402개쯤 있었다. 각 성은 물론 현(縣)까지 회관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회관은 현재도 있다. 이름만 달리했을 뿐이다. 베이징 시내의 '산시성 빌딩(山西大厦)' '구이저우성 빌딩(貴州大厦)' 등이 바로 그것이다. 지방정부가 베이징에 세운 이 빌딩들은 해당 지역 출신자들을 엮는 네트워크의 핵심이다.

그러나 지역 내 '관시(關係)의 망(網)'이 깊어질수록 지역 간 장벽은 더욱 두꺼워진다. 베이징의 한 한국인 사업가는 "중국의 각 성 간에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 외국에서 수입한 물건보다 옆 성에서 들여온 물건에 더 무거운 세금이 매겨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중국의 31개 성.직할시.자치구의 경쟁은 죽기살기로 치열하다. 각 성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성 지도자의 고과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자연히 지역 간 기술 이전이나 자본 교류는 기대하기 어렵다. 중앙정부로선 이 같은 지역주의의 부정적 측면이 큰 골칫거리다.

'천하란 것은 분열이 오래되면 합쳐지고, 합친 지 오래면 반드시 분열된다(話說天下大勢 分久必合 合久必分)'. 삼국지(三國志)의 첫 문장이다. 극단의 지역주의는 곧 분열로 통하기 때문이다.

1949년 중국 공산당은 사회주의라는 이념으로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중국을 통일했다. 그러나 자본주의를 도입한 현재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로 중국을 한데 묶기엔 역부족이다. 그 부족함을 메우려고 최근 급부상한 게 '중화주의(中華主義)'라는 중국의 민족주의다. 이 중화주의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엑스포를 거치며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우리는 한동안 이 중화주의와 부대끼며 살지 않을 수 없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kjy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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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31 18:23 입력 / 2004.09.01 0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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