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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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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 한국 자동차, 13억 시장 누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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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기사
한국 자동차, 13억 시장 누빈다
베이징 시, EF쏘나타 택시 지정 확실…메이저 업체와 경쟁에서 한 걸음 앞서
ⓒ AP연합
중국 정부는 시장 개방 등을 통해 자동차산업을 육성하려고 한다. 위는 중국의 한 자동차 회사 조립 라인.
베이징 시내 택시 기사들이 걱정과 호기심에 차 있다. 지난 여름부터 현대자동차의 EF쏘나타가 베이징 택시 표준 사양으로 결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최근 기사들은 한국인으로 보이는 손님이 타기만 하면 연신 “쏘나타가 어떤 차냐”라고 묻기 바쁘다.
지난 10월18일 현대자동차가 베이징자동차와 합작한 베이징현대자동차회사(北京現代汽車公司·사장 노재만)가 현판식을 가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특히 낡은 차를 모는 기사들을 중심으로 호기심은 걱정으로 변했다. 자동차 가격이 얼마나 될지가 주된 걱정거리다. 자동차 가격은 중국 택시 기사들의 한 달 수입을 좌우한다. 왜냐하면 자기가 모는 차종에 따라 일정한 액수의 보증금을 내고 자기가 버는 수입에서 떼어내 회사에 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자기가 모는 차에 대한 관리는 전적으로 자기 책임이다. 또한 차의 가격에 따라 보증금 차이가 많이 난다.
중국 자동차산업, 45년간 ‘파행’
현대자동차의 중국 진출은 특히 중국이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첫 외국 자동차 업체 진출이라는 점에서 중국 현지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 자동차산업은 중앙 정부가 강력한 육성 정책을 폈는데도 당초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한 대표적인 영역이다. 중국에서 제작된 첫 중국산 승용차는 현 리란칭(李嵐淸) 부총리를 출세 가도로 오르게 한 ‘둥펑(東風)’호. 1958년 스물여섯 살 때 제1자동차 공장 설계처 과장을 맡고 있던 그는 ‘10년 안에 영국을 따라잡자’는 구호 아래 시작된 대약진 운동에 따라 급하게 둥펑호를 개발해 마오쩌둥(毛澤東) 등 당시 지도자들을 기쁘게 했다. 그러나 이 차는 양산되지 못하고 곧 자취를 감추었다. 그 후 최근까지 중국의 자동차산업은 파행을 거듭해 왔다.
중앙 정부의 개혁·개방 이후 자동차 수요는 급격히 늘었으나, 공급량 대부분을 수입으로 충당하다 보니 외화가 유출되는 문제가 생겼다. 더구나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자동차 공장을 각급 지방 정부가 앞다투어 설립한 결과, 평균 생산 대수가 만대에도 못 미치는 영세 업체가 난립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 AP연합
개혁·개방에 따른 경제 성장은 중국판 마이카 붐을 일으켰다(왼쪽). 오른쪽은 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 현대자동차의 모터쇼 모습.
1994년 중앙 정부는 한국식 자동차산업 발전 모델을 염두에 둔 국산 승용차 모델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기존 3개 대형 업체, 즉 제1자동차·둥펑 자동차·상하이 자동차를 집중 육성하고, 기존 업체들을 제외하고는 신규 업체의 시장 진출을 불허하는 것이었다. 당시 취약한 기술이나 자본 조건을 극복하는 방식으로 유행하던 외국 기업과의 합작도 금지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엄격한 육성 정책을 폈는데도 당초 목표였던 국산 승용차 모델 개발은 요원했다. 중국자동차제조협회(CAAM)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애초 세계적인 추세와는 거리가 있는 한국형 발전 모델을 채택한 것이 문제였다. 지방 보호주의와 승용차 소비 억제 정책 등으로 국내 승용차 시장이 활성하지 못한 것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방보호주의는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 내에서조차 ‘자유 무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상하이와 우한(武漢) 시의 경험이다. 두 도시는 모두 자기 지역에 승용차 생산업체가 있다. 두 도시에서는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승용차를 보기가 힘들다. 다른 지역의 차가 들어올 수 없도록 세금 등 각종 진입 장벽을 둘러쳤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 내에서 자동차 발전 전략을 두고 논쟁이 벌어진 것은 바로 이같은 상황 때문이었다. 한쪽은 계속 진입을 제한하고 국내 시장을 보호하는 방향을, 다른 한쪽은 세계무역기구 가입 등 예상되는 변수를 고려해 개방과 경쟁을 통한 발전을 주장했다. 논쟁은 후자의 승리로 끝났다.
바로 그 첫 신호탄이 지난해 GM이 상하이 자동차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출시한 ‘뷰익’이다. 따라서 중국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마침내 격렬한 경쟁이 벌어지는 세계 자동차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셈이다. 현재 닛산·도요타·포드·롤스로이스가 중국 진출을 위해 발벗고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이 중국 기업과의 합작을 통한 진출이다.
중국 정부가 내놓은 또 하나의 승용차 산업 발전책은 바로 구매 촉진이다. 현재 중국 경제가 겪고 있는 심각한 내수 부진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개인용 자동차 판매 비율을 해마다 판매되는 자동차의 70%로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각종 세율 인하와 제도 정비를 약속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각 기업들은 지난해 앞을 다투어 신차를 출시했다. 실제 승용차 구입 추세 또한 지난 9개월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7%나 늘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 연말에는 사상 처음 1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에는 세계 최대 시장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들의 중국 진출 러시 속에서 특히 현대자동차가 다른 메이커들로부터 한껏 부러운 시선을 받고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도시인 베이징 시가 쏘나타를 택시 표준 사양으로 결정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약 7만대 규모인 베이징 택시 시장을 장악한다는 것은 안정된 시장 확보 외에 다른 지역 파급 효과, 그리고 이미지 제고라는 측면에서 그야말로 ‘일거삼득’인 셈이다. 독일산 승용차가 현재까지 중국 승용차의 대명사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비결도 상하이 시에서 똑같은 방식을 통해서였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중국 합작 법인을 통해 2010년에 자동차 보유 대수 5천만대 규모의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를 중국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해 글로벌 5대 메이커에 진입하기 위한 전략적 생산 기지로 삼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현재 중국의 중산층 인구는 약 2억5천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가구당 소득이 5천 달러가 넘는 부유층도 약 8백만명이다. 이들은 자가용을 가지고 싶어하는 계층이다. 무한한 중국의 승용차 시장을 둘러싼 세계적 메이커들과의 대격돌에서 한국 업체들의 선전이 기대되고 있다.
베이징·주장환 통신원  jjhlmc@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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