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생부는 최근 중국내 에이즈 감염자가 100만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감염자는 1998년부터 해마다 50%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주춤했던 올해 상반기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7%가 늘었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감염자는 2010년에 1천만명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벨기에의 전체 인구와 맞먹는 수치다.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며칠 동안에는 에이즈에 감염된 친(28)이라는 여성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그는 5년 동안 동거한 배우자 밍과 결혼하겠다고 선언했다. 구이저우성에 살던 이들이 26일 수도 베이징의 시잔역에 도착하자 언론의 치열한 취재 경쟁이 벌어졌다. 한 병원은 이들의 결혼 비용을 모두 대겠다고 했다. 이 병원은 27일 에이즈 치료를 위해 입원 중이던 환자 16명에게 처음으로 천안문광장 등을 구경시키기도 했다. 마약 주사로 에이즈에 감염된 친은 앞으로 ‘에이즈 홍보대사’로 활약할 예정이다. 에이즈를 ‘사회와 경제를 해치는 적’으로 간주하고 감염자를 멸시해오던 중국내 분위기가 현실을 인정하고 적극 대처하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지난해 허난성의 한 마을 주민들이 매혈을 통해 집단으로 에이즈에 감염된 사건은 중국 전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연간 수입 2500위안(37만5천원) 이하의 궁핍한 생활은 농민들을 불법 매혈로 내몰았고 비위생적인 주사 바늘은 순박한 농촌 마을을 순식간에 에이즈가 창궐하는 곳으로 초토화시켰다. 올초 톈진의 ‘에이즈 테러’ 사건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사회 불만 세력이 에이즈에 감염된 주사 바늘로 행인을 찌르고 다닌다는 소문은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중국 당국은 에이즈 예방과 치료에 적극 나서고 있다. 27일에는 ‘전국에이즈감독규범’을 제정·공포하고 엄격한 관리에 들어갔다. 이 규정은 매춘부·성병환자·마약투여자·동성애자 등을 ‘위험대상’, 선원·장거리트럭운전사·매혈자·접대부 등을 ‘중간 위험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위생부와 농업부는 30일 에이즈 예방 행사를 열고 선전물을 대량으로 배포한다. 행사이름은 ‘서로 사랑하고 생명나누기’다. 지난해 제1회 에이즈 대회를 가진 당국은 내년에는 에이즈 예방 엽서와 기념우표도 발행할 예정이다. 에이즈 예산도 1억위안(150억원) 수준으로 커졌다. 무상헌혈과 혈액은행 설립, 혈액품질 관리 등의 방안도 마련됐다. 특히 낙후한 서부지역에는 혈액은행 등을 위해 10억위안을 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현재 에이즈 환자 1인당 치료비용은 연간 3만위안(450만원)이나 돼 극소수만이 치료받고 있다. 당국은 치료비용을 10분의 1로 낮춘다는 목표 아래 치료제 관세인하와 신약개발에 애쓰고 있다. 최근 상하이 제약회사 등이 신약을 개발했다고 밝혔으나 실효를 거두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또 전체 인구의 3% 가량만이 콘돔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에이즈에 대한 무지도 확산에 한몫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 에이즈가 급증하는 원인으로는 △농촌지역의 혈장 매매 △남부지역의 마약 매매 △농촌 노동자의 도시 취업 등이 지적된다. 위생부의 통계를 보면 마약주사로 인한 감염이 68%로 가장 많고 감염자의 73.6%가 20~39살의 청장년층에 집중돼 있다. 중국의 감염자 수는 아시아에서 4위, 세계 17위다. 베이징/하성봉 특파원 sbha@hani.co.kr
DATE: 2002.11.29 -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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