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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퍼오미
Subject   [다시 보는 중국인] 5. 집도 □ 글도 □ … 네모꼴 문화

[다시 보는 중국 중국인] 5. 집도 □ 글도 □ … 네모꼴 문화

질서·위계·자기영역 중시
꽉 막힌 형식주의 낳기도
 

 
 
▶ 중국 명.청 시기 황궁 자금성의 전경. 동서남북 각 방위에 문이 하나씩 있고 중간 축선에 정전(正殿)인 태화전(太和殿)을 비롯해 중화전(中和殿).보화전(保和殿) 등이 있으며 좌우가 고른 대칭을 유지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인공위성에서 내려다본 자금성의 모습이다.
 
'무수한 사면체의 집합'. 중국의 옛 황궁 자금성(紫禁城)을 일컫는 말이다. 구중궁궐 속의 각종 건물을 필두로 황제가 신하를 만났던 조례(朝禮) 마당, 전각을 받친 축대가 모두 사면체다. 배치 또한 황궁의 축선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이다. 축선은 베이징 옛 성곽의 정남문 격인 영정문(永定門)에서 북쪽 끝 종루(鐘樓)까지 8㎞에 이르는 선이다. "자금성의 축선을 타고 흐르는 장엄하고 아름다운 질서의식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물임을 보여준다." 현대 중국의 최고 건축가인 량쓰청(梁思成)의 극찬이다.

베이징의 전통가옥 사합원(四哈院) 역시 네모반듯하다. 모든 게 좌우 대칭인 '방형(方形)' 구조다. 이 같은 네모 구조는 중국 관가의 언어 의식에도 나타난다. 4자성어가 대표적이다. '실사구시(實事求是)' '퇴경환림(退耕還林.논밭을 다시 숲으로 만든다)' 등 네 글자로 만든 성어는 두 글자씩 뗄 수 있는 좌우 대칭 구조다. 두 글자는 주(主)와 보(補)로 나뉘며 각 글자가 한 구석씩 담당한다는 의미에서 4자성어는 네모꼴이다.

"중국 당국이 의도적으로 성어식 표현을 쓰는 이유는 문자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백성에게 행정의 지침을 정확하게 알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중국인들에겐 네모꼴의 사자성어가 알아듣기 쉽다는 이야기다.

중국 지식인들은 "중국 문화엔 네모의 방(方)과 동그라미의 원(圓)이 함께 있다"는 말을 곧잘 한다. 전자는 매사를 원칙과 계획대로 추진하는 '네모 머리(方腦殼)'로 표현된다. 후자는 임기응변에 능한 '원활(圓滑)'로 나타난다.

질서와 위계로 상징되는 중국 관가, 또는 사합원에 거주하는 상류층 등 지식인 문화의 주류를 이뤘던 것은 네모꼴 문화다. 네모꼴에 대한 선호는 자리와 질서 의식으로 이어진다. "중국에서 부처 간 고유 영역을 침범하는 일은 거의 없다. 부처 내의 각 영역도 고유의 업무와 권한에 관한 구획이 분명하다." 중국 관리들을 오래 접촉해온 사람의 말이다. 그는 "북한 신의주특구 장관이었던 양빈(楊斌)이 한번에 무너진 게 대표적인 경우"라고 말했다. "중국이 정한 '단둥(丹東) 인근은 개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고금을 막론하고 중국 지배층이 활용해 온 통치 수법을 관류하는 공통점이 있다. 자리와 원칙을 엄격히 지켜 중앙과 지방의 무수한 행정체계를 한데 엮어 간다는 점이다.

네모꼴 문화는 앞뒤가 꽉 막힌 형식주의에 매몰되는 문제점을 곧잘 드러냈다. 명.청 시대의 과거시험용 문장 형태인 '팔고문(八股文)'은 단락과 행의 글자 수와 운까지 모두 맞춰야 한다. 시가 아니라 산문인데도 격식이 무척 까다로웠다.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기엔 매우 불편하다. 이처럼 형식의 아름다움을 고집했던 팔고문은 당시 관청에서도 널리 사용됐다. 그러나 인간의 진실을 충실히 전하지 못한다는 약점 때문에 팔고문이란 문장 형식은 끝내 죽어버렸다.

중국의 행정체계도 문제다. 업무 분배가 지나치게 형식적.작위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래서 행정의 수요에 유연하게 부응하지 못한다. 상하이(上海)와 장쑤(江蘇)성 등 일부 지역 관료들이 외국의 투자 기업들에 논스톱 행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인 사업가는 "새로 공장을 지으려면 1년 넘게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공장 계획안에 대해 여기저기서 문제를 지적해 오지만 정작 문제를 해결하려 들면 모두 '우리 일이 아니다. 다른 곳에 가서 이야기하라'며 퇴짜 놓기 일쑤라는 것이다. "처음엔 투자 유치 차원에서 만사를 제쳐두고 도와주는 것 같지만 돈이 실제로 투자된 다음부터는 자세가 확 바뀌는 게 대부분"이라고 한다.

중국은 고립된 수많은 네모의 집합체다. 그런데도 중국인은 어떻게 임기응변에 능하다는 소리를 듣는 걸까.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kjy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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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02 18:54 입력 / 2004.09.03 07: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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