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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정글화 (http://jungpd.co.kr http://jungpd.co.kr)
Subject   YWCA 올해의좋은 프로그램상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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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WCA가 선정하는 올해의 좋은 프로그램 선정이 연년세세 해가 갈수록 그 권위와 전통이 빛을 발하고 있다.
기쁘고 다행한 일이다.

사실 요즘 웬만한 시청자단체나 시민단체에서 좋은 프로그램이니 혹은 디딤돌이니 하는 이름으로 방송 프로그램에 상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악의 프로그램이니 걸림돌이니 하는 시상(?)으로 방송사와 제작진에게 압력을 넣기도 한다. 말하자면 칭찬과 나무람을 병행하여 신상필벌, 권선징악을 하는 셈이다. 어떻든 적극적이고도 세련된 시청자운동이라고 할 만한 이 시상제도의 효시가 바로 YWCA 올해의 좋은 프로그램이다.

모름지기 상이란 것은 주는 측이나 받는 측이나 나쁠 것이 없다.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열심히 프로그램을 만들고 여기에 상까지 받는다면 망외의 성공이다. 그래서 연말 연시, 수확의 계절이 되면 은근히 상을 기대하기도 한다. 그런데 상이란 것이 그렇다. 받을 땐 그저 좋기만 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는가. 상을 받은 만큼 책임이 따른다. 제작자에게도 그러하고 방송사에게도 그러하다. 상을 받았으니 지켜보는 눈도 많다. 함부로 처신할 수도 없고 시청률 낮다고 그 프로그램을 쉽사리 막내리게 할 수도 없다. 아마 상을 준 단체에서도 이것을 노렸으리라... 뭐 이런 것은 나쁘지 않은 음모라고 할까.

YWCA 올해의 좋은 프로그램상 제정 첫해인 1996년에 이 상을 받은 필자는 그 기쁨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당시 맡고 있던 피디수첩에서 고성 산불의 피해와 극복 방안에 관하여 현지 르뽀와 전문가 진단을 통해 나름대로 제시했던 프로그램이 바로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미 드러난 피해상보다는 전문가 진단을 통하여 대안모색에 주력했었다. 그래서인지(?) 시청률이 별로여서 낙담했었는데 YWCA에서 과분하게도 상을 준 것이다. 당대의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한 예술가가 뒤늦게 인정받은 듯한 기분이었다면 너무 과장일까. 다시금 당시 심사위원들의 노고와 안목에 감사드린다.


사실 상을 받는 일이 좋은 일이긴 하지만 아마도 피디들 중에서 일부러 상을 받기 위하여 또는 오로지 상을 받을 목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피디들은 제작일정에 쫓기며 방송일자에 맞추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실정이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와 완성도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방송 후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외면을 받는 결과가 초래되어 자신이 들였던 공이 도로(徒勞)가 되는 것을 제일 두렵게 생각한다. 시청자단체에서는 제작진에 시청률에 연연하는 것을 사뭇 위험하게 보는 것 같은데 무릇 피디치고 자신의 프로그램이 낮은 시청률을 보이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시청률을 별로 따지지 않을 것 같은 교양프로그램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생각해 보라. 우리 사회의 여러 중요한 문제들을 다루는 교양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보다 많은 시청자들에게 다가가야 하지 않겠는가. 또 사실을 말하자면 시장과 자본의 논리가 온 세상을 지배하는 21세기에 방송만이 독야청청할 수도 없는 일이다. 시청률이 나쁜 프로그램은 당장 눈치가 보인다.

이런 여건에서 제작진의 소망은 알고 보면 간단하다. 자신의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방송될 수 있는 일정한 정도의 시청률을 유지하면서 - 그렇다고 대박이 터지는 것을 일부러 피할 리는 없지만- 프로그램의 구성력, 소구력이 전문직업인으로서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다.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 선정적인 구성을 동원한다든지 검증안된 내용을 교묘한 테크닉으로 포장한다든지 할 때 제작자는 속으로는 몹시 곤혹스럽다. 소신을 시장에 영합한 기분이다. 그래서 작품성과 주제의식으로 진검승부를 해보고 싶어한다. 때론 시청자를 원망하면서도 언젠가 자신의 참뜻을 알아줄 것을 꿈꾼다. 바로 그런 작가정신으로 만들어진 것이 제작진이 생각하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다행히 YWCA의 좋은 프로그램상의 수상작 목록을 보는 것은 바로 이런 프로그램의 면면을 확인하는 일이다. 시청률 논리와 무책임한 일부 신문 저널리즘에 의한 조악한 싹쓸이 쇼핑이 지나고 난 뒤에도 방송 프로그램 시장 좌판에는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이 남아 있는 '진주'를 찾아내어 상을 주는 일은 그래서 여전히 중요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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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10.13 -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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