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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정글화 (http://jungpd.co.kr http://jungpd.co.kr)
Subject   하이난다오에서 지린까지, 그들은 뛰고 있다
하이난다오에서 지린까지, 그들은 발전을 위해 뛰고 있다

                      지대물박의 중국, 남북간 위도가 50도

  중국은 넓다. 내가 본 거의 모든 중국 안내서의 첫 페이지는 지대물박(地大物博) 즉 '국토가 광활하고 자원이 풍부하다'는 말로 시작하면서 기를 죽였다. 중국의 면적은 약 960만 평방키로다. 이는 한반도의 44배며 유럽 전체의 면적에 맞먹는 수치라고 한다. 남북단 즉 국토의 남쪽과 북쪽까지의 거리는 약 5,500km다. 북쪽 끝의 모허(漠河)에서부터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쪽의 경계인 남사군도(南沙群島 난샤쥰다오)까지 위도차는 50도다. 적도의 북쪽 즉 북반구의 위도가 90도이니 중국은 그 2분의 1이 넘는 것이다. 국토의 남단 마라도에서 북단은 백령도가 아닌 함경북도 온성까지를 쳐도 남북단의 상거(相距)가 10도 남짓인 작은 반도국가인 한국과는 우선 덩치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국토의 크기가 이렇다 보니 아한대에서 아열대까지 기후가 걸쳐 있어 한 겨울의 기온차는 50도가 넘는다. 북쪽 하얼빈에서 빙등제가 열리는 한겨울에도 남쪽 하이난다오(海南島)에서는 야자수 그늘 아래 한여름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베이징의 아파트에 앉아 중국 TV의 일기예보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동북지역의 스키 타는 장면과 남방의 해안에서 수영하는 그림이 줄줄이 나온다. 중국이 땅덩어리 큰 나라라는 것을 이 때에 또 실감한다. 마천루가 즐비한 천지개벽의 상하이와 실크로드 시절의 풍치를 간직하고 있는 서부 신장(新疆)성의 그림을 연속해서 볼 때는 여러 시대가 병존하는 중국 사회의 저류와 혼돈 또한 느낄 수 있다. 중국이 국토의 강역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불하는 정치적,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겠지만 당장 이 큰 땅덩이에 왜소 콤플렉스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중국의 현실을 두루 겪고 보겠다는 마음으로 이곳에 와있는 필자에게는 저 넓은 곳을 언제 다 돌아보지 하는 막막함으로 엄습한다.
  
  다행히 지난 1월에 남쪽 하이난(海南)성의 하이난다오와 북쪽 지린(吉林)성의 지린(吉林)시를 열흘 남짓의 시차로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중국을 배우고 때때로 익히는 것은 역시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견문을 넓히고 체험하는 방법이 제격이다. 특히 교실학습보다 현장학습의 기치를 들고 있는 필자가 아닌가. 하이난다오 행은 정초에 출시된 비교적 싼 중국 국내 패키지 가족여행의 기회였고, 지린행은 지린시 인민정부에서 실시하는 국제투자무역 상담회의 참관건이었다. 하이난다오는 북위 20도 밑으로 위치하고 있고 지린시는 북위 44도 내외에 자리잡고 있다. 말하자면 열흘 사이에 중국땅 아래위를 위도상으로 거의 25도나 남북종단한 셈이다. 반팔차림으로 야자수 그늘을 거닐었다 싶더니 졸지에 송화강변 희디흰 눈꽃을 완상한다. 중국이기에 가능한 경험이다. 이번 여정에서 필자는 하이난다오의 관광개발을, 지린시에서는 지역개발을 위한 투자유치 욕구를 목도할 수 있었다. 역시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고 나아가 백견이불여일행(百見而不如一行)이다. 괴테는 말하기를 하늘이 푸르다는 것을 알기 위해 전세계를 돌아다닐 필요는 없다고 하였다. 그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는 알겠다. 필경 경험의 핵, 인식의 핵을 지적하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범부들은 역시 답사하고 경험함으로써 보다 확실하게 체현한다. 그렇지 않다면 애시당초 인류에게 여행이란 것이 불필요했을 것이다.

                천혜의 자연조건 하이난다오

  중국 지도는 흔히 수탉의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동북 지방은 머리부분으로 닭벼슬도 달려 있다. 산똥반도는 가슴이고 신장은 꽁지이며 타이완과 하이난다오는 두 발에 해당된다. 열심히 잘 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타이완은 고구마처럼 생겼고 하이난다오는 감자처럼 생겼다. 정작 중국 사람들은 하이난다오를 타원형으로 처진 중국배 쉬에리(雪梨)처럼 생겼다고 말하고 있다(쉬에리는 한국의 먹골배에 비하면 크기도 작고 당도도 떨어진다).

  하이난다오는 원래 광둥(廣東)성의 일개 구, 하이난구였다. 1989년 3월 1일 섬 전체로 하이난성을 이루어 중국의 22번째 성(省)이 되었다. 타이완을 제외하고 말하면 - 중국 대륙에서는 타이완을 23번째 성으로 '간주'하고 있다 - 제일 늦게 성이 되었다. 하이난다오를 흔히 중국의 하와이라고 말하는데 하와이가 미국에서 가장 나중에 50번째 주로 편입된 것을 생각하면 그 점에서도 유사성이 있다. 물론 하이난다오를 하와이에 비견하는 것은 수려한 풍광을 갖춘 천혜의 휴양지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에서 비행기로 3시간 반만에 하이코우 메이란(美蘭) 공항에 도착한 것은 저녁 시간대였다. 코끝에 와닿는 첫기운은 아열대 특유의 싫지 않는 밤공기다. 필자는 가족들과 함께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패키지 여행단에 동참하였다. 4박5일 일정, 비행기 왕복에 일인당 2,180위안, 한국돈으로 하면 33만여원. 4인 가족을 모두 합하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언제 또 기회가 있을까 싶어 집사람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춘절 연휴때 같으면 가격은 2 - 3배까지 오른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확인해 보니 한국에서 하이난다오로 오는 패키지 관광의 비용이 69만원대다. 한국편 관광의 경우 국제선 비행기를 타고 5성급 호텔을 가는 것이기에 아무래도 차이가 있다. 그것 말고는 실제로 현지에서의 프로그램은 대동소이해 보였다. 그런데 중국인 상술 아니랄까봐 몇몇 입장료와 케이블카 이용료 등을 옵션으로 따로 빼서 단가를 낮추어 놓았음을 현지에서 알게 되었다. 이것을 다 합하면 2,700위안 내외가 된다. 진주 상점, 수정 공장 등을 반드시 들르는 쇼핑 코스는 중국인 대상의 여행에도 빠지지 않았다. 필경 한국 패키지 여행도 이와 유사할 것이다.

  하이난다오의 면적은 3만4천 평방 킬로미터. 한국(남한) 면적의 거의 1/3에 해당되는 사뭇 큰  섬이다. 하이난다오에서 관광개발의 모델로 벤치마킹한다는 제주도의 면적은 천8백여 평방 킬로미터니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이완을 제외하고 중국에서 가장 큰 섬이다. 장개석이 대륙에서 패퇴할 때 타이완과 이 하이난다오를 놓고 고심하다 타이완으로 갔다는 설이 있다. 원래 중국 역사에서 하이난다오는 우리의 제주도처럼 유배지였다. 한국 사람들이 잘 아는 시인 소동파도 이곳에서 4년간 유배생활을 했다고 한다. 소동파는 유배기간 동안 하이난다오에 서원을 세우고 사람들에게 글을 가르쳤는데, 이후 하이난 사람들이 소동파에 대한 보답의 뜻으로 세운 사당도 있다. 그러나 하이난다오에서는 이런 옛 역사 얘기보다 자연 풍광이 먼저 다가온다.  

  하이난다오의 풍광과 크기는 날이 밝으면 곧 알게 된다. 맑고 삽상한 풍경이 눈에 가득하다. 하이난다오 대부분의 지역, 특히 북위 20도 이남에서는 열대성의 온난다우한 기후로 전형적인 겨울 휴양지로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오염되지 않은 천혜의 아름다운 경치가 눈길을 끌었다.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야자수 숲, 맑은 바닷물과 깨끗한 해변, 흐드러진 열대 과일들, 풍부한 해산물.... 베이징의 황사와 탁한 공기에 시달리던 우리 가족들 앞에 전혀 '중국 같지 않은 이국적인' 그림이 펼쳐진다.

  도시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좀 쉬려고 찾아가는 휴양지에서도 온갖 인공적인 덧칠과 자연파괴적인 행태에 시달려야 하는 한국인으로서 - 좁은 땅에서 좀 괜찮다 싶은 곳이면 돈으로, 간판으로 도배하다시피 하는 한국의 유명 관광지를 생각해 보라 -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 같은 하이난다오의 풍경은 참 편하고 좋았다. 이는 성 승격과 함께 경제특구가 된 하이난다오에 아직 본격적인 자본이 안 들어와 개발을 덜한 탓에 그런 것인가. 아니면 인공의 손길을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 하이난다오 관광의 콘셉이어서 그런 것인가. 서비스의 수준이나 질은 미흡하고 무언가 세련되지 못한 구석도 없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천혜의 자연조건만은 부러울 정도였다.

   특히 온천이 발달한 싱롱(興隆), 올 연말 세계미인대회가 열리는 산야(三亞) 등의 경관은 빼어났다. 산야의 아롱(亞龍)만은 해안백사장 길이가 7.2km나 된다. 부드럽고 흰 모래, 잔잔한 파도, 맑은 바닷물이 인상적이었다. 천혜의 해수욕장으로 손색이 없었는데 산야에는 이곳말고도 반월형의 천수해만 따둥(大東) 해수욕장이 그에 못지 않게 관광객을 부르고 있다. 자연 풍광 외에도 수상 스키장, 스킨 스쿠버, 패러슈트 등의 놀 거리와 이곳의 소수민족인 리족, 묘족들에 관한 민속촌 같은 것을 만들어 놓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관광 인프라가 아직 부족하고 지금은 저렴한 가격이 가장 큰 경쟁력으로 보인다. 가족 관광지로서는 꼭 필요한 어린이들을 위한 시설이 별로 없다(그래서인지 필자의 어린 딸들에게는 그리 큰 감흥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한편 골프 매니어들에게 하이난다오는 최적의 골프 여행지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의 골퍼들을 겨냥한 패키지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성도인 하이코우로 가는 항공편은 없지만 골프 여행이 편한 산야로 가는 항공편은 대한항공에서 운행중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하이난다오는 외국인 관광객 수에서 이미 우리 제주도를 추월했다고 한다. 하이난다오는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싱가포르에 이어 2001년 3월 한국에게도 무비자(5인 이상 단체 여행객의 경우) 조치를 내렸다. 이로써 비자면제 조치 대상국가는 20여개 국에 이른다. 성 당국이 본격적인 관광객 유치에 나선 것이다. 또 주요 골프장 및 10여 개 대형 호텔에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복무원을 확보하도록 하고 대형 호텔에서 한국의 아리랑TV 방송을 내보내도록 하였다고 한다. 베이징에서 함께 간 중국인 가족여행객들과 동행한 필자의 이번 코스에서는 이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하이난다오 여기저기에서 한글 간판을 수시로 볼 수는 있었다. 어떻든 관광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변모와 부상은 중국의 최남단 하이난성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그런데 변화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하이난다오를 가는 길은 항공과 배편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기차편으로 하이난다오가 대륙과 연결되었다. 지난 1월 7일 광둥(廣東)성 남단 잔장(湛江)과 하이난성 성도(省都) 하이코우(海口)를 잇는 총연장 160여 킬로미터의 사상 첫 해양열차가 개통되었다. 육지구간은 139킬로미터며, 바닷길 23.15킬로미터는 열차가 페리에 실려 운행된다. 카페리가 아니고 트레인페리인 셈이다. 길이 165.2m에 1만2천400t인 페리 2척이 투입돼 40량짜리 화물열차나 18량짜리 객차를 50분만에 운송한다. 하이코우에 도착한 해양열차는 이 섬 남부에 있는 산야(三亞)까지 연장 운행된다. 필자는 그전에 여행을 마치고 항공편으로 베이징으로 돌아와 유감스럽게도 이 열차 페리의 개통을 참관하지는 못했다.

 그뿐이 아니다. 페리는 페리대로 운행되고 그와 별도로 대륙과 섬을 잇는 다리도 만든다. 중국 남부의 광둥(廣東)성과 하이난(海南)섬 간에 30 킬로미터의 해상(海上)대교가 건설되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광둥성 정부는 5백억위안(7조 2천억원)을 들여 다리를 놓기로 하고 하이난성 측과 구체적 건설계획을 협의 중이다. 중국에서 경제발전이 가장 빠른 광둥 지역과 관광, 휴양지인 하이난다오가 연결될 경우 광조우와 선전, 그리고 홍콩을 잇는 이른바 주장(珠江)경제권의 통합은 물론 하이난 섬의 인프라 투자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하이난다오가 뜨고 있다.

                    지린시의 투자 유치

  하이난다오를 다녀온지 얼마 되지 않아 필자는 동북지방의 지린시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지린시는 동북 3성중의 하나인 지린성의 주요도시지만 정작 성도는 장춘이다. 잘은 모르지만 중국에서 성의 이름과 같으면서 성도가 아닌 곳은 여기가 유일하지 않을까 한다. 지린시에는 수려한 송화강이 S자로 도심을 지나고 있다. 4면이 산으로 둘러 싸인 채 강을 접하고 있어 지린시는 '북국의 강성(江城)'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그래서 이 도시의 대표적인 신문 이름은 '지앙청르빠오(江城日報)'다.

  북위 44도 어간에 위치한 지린은 겨울에 영하 20도, 30도가 쉽사리 넘어가는 혹한의 도시다. 추운 날씨는 송화강변에 나무들에 하얗게 눈꽃이 피게 한다. 겨울 이른 아침 강가에 물안개가 끼면 이것이 얼음으로 응결된다. 지천으로 눈꽃이 서린 희디흰 나무들은 송화강과 어울려 한껏 절경을 이룬다. 이 눈꽃을 이곳 사람들은 무송(霧 水+松 우송)이라고 한다. 무송의 송(水+松)은 어떤 물체에 물방울이 얼어붙은 것을 일컫는다. 나뭇가지에 붙은 성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순우리말로는 '상고대'다. 지린시에 따르면 이 무송은 계림(桂林) 산수, 장강(長江) 삼협, 운남(云南) 석림(石林)과 더불어 중국의 4대 자연경관이라고 한다. 쟝쩌민 주석도 "寒江雪柳 玉樹瓊花 吉林樹掛 名不虛傳"(추운강에 핀 눈버들, 옥나무에 구슬꽃이로다. 지린의 눈꽃, 그 이름 헛되이 전한 것이 아니네...) 이라고 찬탄하였다며 지린 사람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매년 12월에서 2월까지 지린 송화강변에는 눈꽃이 절정을 이룬다. 좋은 광경은 혼자서 보기 아까운 법이다. 그래서인지 지린시 사람들은 1월이면 무송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기리기 위하여 무송빙설여유절(氷雪旅遊節)을 개최한다. 우리로 치면 눈꽃관광축제 같은 것이다. 지금은 하얼빈의 빙등제가 유명하지만 지린의 무송절도 관광 인프라만 갖추어지면 그에 못지 않을 것이라고 기염을 토한다. 바로 이 무송절 기간에 지린시 인민정부는 국제투자무역흡담회(國際投資貿易洽談會)를 개최하였다. 말하자면 국제투자무역상담회라고 하겠다. 이 행사에 참관할 기회가 있어 하이난다오부터 치면 위도를 25도나 거슬러 올라갔던 것이다.  
  
 투자상담회에는 중국에 진출해서 사업을 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사업가들이 초청되었다. 외국과 합작하고 있는 중국인 사업가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한국을 비롯 일본, 타이완, 싱가포르, 태국 등 아시아는 물론 미국, EU, 러시아, 불가리아 등 적지 않은 외국인 사업가들을 볼 수 있었다. 기업의 동향과 정보를 취재해서 발간하는 전문지의 기자들도 있었다. 나는 한국인 사업가의 주선으로 최근 중국의 투자유치 노력을 견문하는 차원에서 참가하게 되었다. 이 행사는 투자유치 설명회와 각종 상품의 전시 판매 그리고 개별 투자상담 등으로 진행된다. 참관단의 일정은 3박4일이고 왕복 교통편이 제공된다(베이징에서 지린으로 갈 때는 항공편, 귀로에는 철도편). 그리고 숙박과 식사가 무상으로 제공된다. 숙소는 지린시 시관빈관(西關賓館)이라고 국무원급이 숙박한다는 귀빈 초대소다. 이동시에는 에어콘이 장착된 대형버스가 제공된다. 눈꽃 경치가 좋은 송화강변 관광은 물론 마지막 날엔 지린시 인근 베이다훠(北大湖) 스키장에서의 스키도 탈 수 있게 배려한다. 이 모든 일정에 드는 비용은 완전 무료다. 필자는 베이징의 다른 일정으로 하루전에 출발하는 바람에 스키장 구경은 아쉽게도 놓쳤다. 나와 같이 하루전에 돌아가는 사람이 여러 명 있자 주최측은 이들을 위하여 예정에 없던 장춘-베이징간의 항공편을 주선하고 지린에서 장춘까지의 버스편도 안배하였다. 중국에 온 이래 그들의 상술에 거의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며 '수업료'를 지불하기만 하던 나는 이같은 환대에 솔직히 감읍하였다.
 
 사실 동북 지방은 중국내에서는 비교적 낙후된 곳이다. 지린성은 경치가 아름답고 관광자원이 풍부한 곳이지만 동북 3성중에서도 주력산업이 미약하다. 교통이 불편하고 기반시설이 열악해 백두산을 중국쪽에서라도 가보고 싶어하는 한국인들 말고는 그렇게 일반 관광객이 많은 것 같지도 않다. 이런 지린시도 대규모 국제투자무역상담회를 주최하고 예산을 들여 각국의 기업가와 언론인을 초대해 지역을 홍보하는 것이다. 상담회 행사는 시내중심가의 지린시회전중심(吉林市會展中心)이라는 곳에서 열렸는데 전시장 입구에 "開放 交流 合作 發展"이라는 표어가 커다랗게 걸려 있었다. 이 구호는 시내 곳곳의 현수막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것이 일종의 자기암시와 최면을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매우 인상적인 것이었다. 정녕 개방하면 마침내 발전이 있을 것임은 이들은 확고히 믿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투자상담회의 주최단위는 중국국제무역추진위원회 경제신식부(信息部)와 중국외상(外商)투자기업협회, 중국국제투자촉진중심 그리고 지린시 인민정부였다. 여기에 지린시 대외무역경제합작국, 관광국 등이 공동주관을 하고,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지린성분회에서 협력단위로 나섰다. 조금이라도 지린시를 알리고 투자를 유치하려는 노력이 진지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이들이 지역경제 발전을 위하여 이 행사에 얼마나 노심초사하는지는 초청장의 개막식 시각을 9시 28분으로 표기한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사진참조>

  9시 30분이면 30분이지 왜 28분인가. 중국 사람들이 숫자 8(八)을 유별나게 좋아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숫자 八의 중국어 발음은 빠. 근데 이 발음은 發財(파차이, 돈을 벌다), 發展(파잔, 발전하다)의 發(파)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에 재운이 있다고 하여 좋아한다는 것이다. 춘절에 나누는 덕담 꽁시파차이(恭喜發財)의 파차이가 바로 그것이다. 여하간 개막 시각인 30분을 28분으로 하면 '알쓰빠'로 발음이 되면서 '빠' 발음을 일부러 하게 된다. 그래서 굳이 28분으로 표기를 하였다고 한다. 참관단 중의 일행 한 사람은 9시 28분을 한꺼번에 발음하면 九二八 즉 지우알빠가 되어서 이는 久而發와 발음이 유사해지는 것까지를 노린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되면 '오래동안 돈을 많이 번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참으로 주도면밀하기 이를 데 없다. 누군가 중국인이야말로 상인종(商人種)이라고 하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행사 개막식 시간 표기 하나에도 이렇듯 돈을 벌겠다는 근성이 집요하다.  

  행사 이틀째 저녁에는 지린시 인민정부가 주최하는 리셉션이 열렸다. 장소는 5성급 호텔의 그랜드볼룸이다. 약 4백여 명이 참석하는 행사였다. 테이블에는 지역 특산 포도주가 오르고 시장은 쥬스잔을 들고 일일이 좌석을 돌며 참석자들과 환영과 축하의 건배를 나누었다. 규모로 보아 여기에도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갔을 법하다. 이번 투자상담회에서 실제로 지린시가 올린 실적이 얼마인지는 잘 모르겠다. 올해의 행사에서 들어간 투입 규모에 비해 아웃풋(output)은 얼마나 될까. 참석자 중의 한 사람이 말하였다. "중국인의 회계년도는 1년이 아닐 겁니다." 이것이 중국인들이 말하는 선공후득(先供後得)인가. 바야흐로 동북의 지린시도 그렇게 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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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2.08 - 18:05
LAST UPDATE: 2003.02.11 -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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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현재 읽고 있는 글입니다.하이난다오에서 지린까지, 그들은 뛰고 있다 정글화 2003.02.08 2351
21Simple view☞  야자수, 吉林의 얼음도 모두 상품화  정글화 2003.03.07 2293
20Simple view손석희 시선집중 '춘절 풍경' 원고(1.31) 정글화 2003.01.31 1539
19Simple view그냥 참고삼아 드리는 말씀입니다 고인돌 2003.02.14 1874
18Simple view☞ 중국의 설 '춘지에' 그 거대한 문화의 대축제  퍼오미 2003.02.17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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