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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퍼오미 (http://jungpd.co.kr http://jungpd.co.kr)
Subject   ☞ 사스 확산은 당국과 언론의 합작품
[정길화PD의 중국 엿보기]사스 확산은 당국과 언론의 합작품

 
怪疾의 진원지 중국에서 바라본 사스 파동
 
 

怪疾 사스가 중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확산 일로에 있다. 온 인류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사스의 원산지로 지목되는 곳은 중국. 그러나 정작 사스에 대처하는 중국 당국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의 연속이다. 처음에는 쉬쉬 하는 분위기에서 문제가 심각해지자 허둥대는 모습이 역력하다. 특히 사스 대처 과정에서 보여준 중국 언론의 태도는 언론의 본분과 역할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중국에서 비전형폐렴으로 불리는 사스 파동 소식을 전하고 있는 중국 CCTV 뉴스 화면
  
 

 
사 스(SARS)라는 전대미문의 질병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처음에는 괴질(怪疾)이라는 불길하고 으스스한 이름으로 불리던 이 병은 이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이라는 명칭으로 표기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비전형성폐렴이라고 하는데 그 의학적 차이는 잘 모르겠다. 어떻든 ‘중증’(重症) ‘급성’(急性) 운운 하는 표현보다 겁을 덜 주려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하지만 이 병이 홍콩과 광둥(廣東)성을 비롯한 중국 남부 지방에서 발병한 것은 거의 사실인 듯하다.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자유자재인 이 지구촌 시대에 사스는 마구 다른 곳으로 번져가고 있다. 4월10일 현재 사스의 감염자는 전 세계적으로 20여 개국 2,942명에 달하고 사망자도 106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지난해 8월 베이징(北京)에 온 이래 그동안 남쪽의 어느 식당에서 독극물이 들어간 음식으로 수십 명이 죽었다느니, 중국의 에이즈 환자가 백만명을 돌파했다느니, 베이징의 대학 구내식당에서 폭발 사건이 있었다느니 하는 온갖 끔찍한 뉴스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스 파동은 그 양상이 사뭇 다르다. 사망률이 4%에 달하는 치명적인 병이라는데, 아직 감염 균과 감염체계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고 따라서 마땅한 치료약도 없는 형편이다.

효과 검증 안된 특효약도 시판

특히 노약자나 간이 나쁜 40대 이상의 장년층이 이 병에 취약하다는 말에 누적된 상습 음주 이력을 가진 당사자로서는 제 발이 저려지면서 괜히 찜찜해진다. 거기 별일 없느냐며 얼른 돌아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안부를 묻는 지인들의 전화가 한국에서 이미 수차례왔다.

마치 1994년 한반도 전쟁 위기때 미국이 북폭을 해서 금방이라도 전쟁이 날 것처럼 보도한 미국 언론의 뉴스를 본 재미동포들이 한국에 있는 친척들에게 안부 전화를 하고 그랬다는 소동이 연상된다.

위성뉴스를 보니 한국에서는 홍콩·태국, 중국 남부에서 오는 비행기를 탄 승객과 승무원들이 일제히 마스크를 하고 있는 광경이 눈길을 끈다. 마스크업체가 때아닌 호황을 이룬다는 보도가 줄을 잇는다.

마침내 국립보건원에서는 사스 환자가 국내에서 발생하면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제1군 법정전염병 환자와 마찬가지로 병원에 강제격리시킬 계획이라고 밝히는 데에 이르렀다.

만사는 불여튼튼이고 건강과 생명에 관한 일에 관해서는 매사에 조심하는 것이 최고다. 4월 이후 한 달간 휴가를 내 중국 현지에서 중국어 공부를 하겠다던 어느 후배는 본인보다 주변의 만류가 너무 심하다며 끝내 중국행을 취소했다.

정작 사스 발병의 본산이면서도 병에 대비하는 것에는 별로 무감각하던 중국에서도 당국의 공식 시인 이후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거리에서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 사람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이미 홍콩의 국제학교가 휴교에 들어간 가운데 베이징의 국제학교는 이틀간 휴교한 뒤 사태의 추이를 보고 있다. 상황이 조금만 더 악화되면 장기 휴교에 들어갈 태세다. 이들 외국계 국제학교는 가족 중에 홍콩과 광둥·산시(山西)성 여행자가 있으면 신고를 하게 하고 방문객들에게는 반드시 손을 소독한 뒤에 입장을 허락한다.

또한 중국 국민들 사이에서는 효험이 검증되지 않은 반란건(板藍根)이라는 약이 특효라는 소문이 나면서 품귀를 빚고 있다. 어렵사리 약을 확보한 약국에서는 ‘반란건 이미 도착했음’(板藍根 已經 到了)이라는 광고를 곳곳에 커다랗게 붙여놓고 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같아서 일부 약국에서는 재빨리 이 기회를 틈타 값을 올려 받는다. 최근에 만난 어느 한국인 여행객에게 필자가 먹고 있던 이 반란건 약봉지를 주니 마치 보물단지처럼 안고 부랴부랴 한국으로 떠났다.

사스는 특히 관광여행이나 국제 행사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나만 하더라도 4월 중에 안후이(安徽)성의 황산(黃山)과 산둥(山東)성의 타이산(泰山) 등지를 여행할 예정이었는데 여행객이 모집되지 않자 일정 자체가 취소되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5월에 떠나기로 계획한 투르판·카스 등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지역 답사도 유동적이다.

그런데 사실 얼마 전까지의 분위기를 돌아보면 작금의 상황은 금석지감이 있다. 올초 일부 외신에서 홍콩이나 광둥성 지역에서 정체가 규명되지 않은 괴질이 돌고 있다는 보도가 슬금슬금 나올 때만 하더라도 베이징은 오불관언 태평성대였다.

넓은 땅덩이에 인구는 13억명이 넘는 중국이니 몰라서 그렇지 방방곡곡에서 얼마나 해괴한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으랴.

중국 당국의 걸맞지 않은 처신

돌아가신 분에게는 죄송하지만, 분명히 죽은 사람보다 살아 있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유쾌한 일은 분명 아니겠으나 그렇다고 소란을 떨어 무엇하리. 이 괴질도 필경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다.

 
지난 4월 3일 중국 위생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데 대해 공식
사과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특유의 만만디(慢慢的) 정신에 인명재천(人命在天)의 숙명론까지 겹쳐서인지는 모르나 그렇게 중요시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특히 중국의 언론에서는 이에 관한 보도를 거의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괴질이다 뭐다 하고 법석을 떠는 외국 언론이 이상할 정도로 보였다. 문제는 바로 이것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사스는 이미 지난해 11월 광둥성에서 발병되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보도를 통제하고 내부적으로 이 병을 단속하였다. 물론 정체를 알 수 없는 병이기에 의학적으로 엄정하게 이 증후군의 전개를 관찰하고 규명하여 대책을 강구하려 한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이 병이 공개되어 초래될 국민적 혼란을 의식해 폐쇄적인 태도를 취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애초에 중국은 자체적으로는 나름대로의 수습 체계를 통해 사태의 정도를 파악하고 이에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통제적 방식은 중국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었는지 모른다.

그 사이 많은 인구가 이동하는 춘절(春節) 휴가가 있었고 국가적으로 중대한 전인대(全人大·전국인민대표자대회) 행사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괴질에 관한 보도를 풀어놓았다가 어떻게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실제로 내가 만난 중국 모 신문사의 기자는 만약 미국이나 한국처럼 언론의 경쟁적 보도 속에 검증되지 않은 뉴스가 마구 나갔다면 중국민들은 거의 패닉 상태에 빠졌을 것이라며 오히려 당국의 그런 태도를 옹호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사스 균은 당국의 통제를 양순하게 받아들이는 중국의 라오바이싱(老百姓)이 아니었다. 춘절과 같은 인구 이동 기간에 고향으로 돌아왔던 민궁(民工)들이 다시 일터로 복귀하면서 사스는 시나브로 중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사스 균에게는 국경도 없다. 중국이 쉬쉬 하는 사이에 방역되지 않은 지역에 노출되었던 여행객들을 통하여 마침내 세계 곳곳으로 전파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국의 관료주의와 언론 자유의 부재가 사스 창궐에 주요한 원인이 되었음을 추론할 수 있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중국 당국의 검역 체계나 중국인들의 위생, 문명 수준이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였겠지만 말이다.

실제로 중국 보건당국은 지난 4월3일 그동안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해 공식 사과했다. 리리밍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CDC)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 의료당국과 언론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침묵했으며 국민들이 이에 대한 지식을 얻도록 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모두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엎지른 물이다. 병은 이제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말았다. 사스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 있는 것을 직시한다면 그 사과는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해야 옳았다. 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 회원국이자 집행이사국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중국이 초기에 좀더 적극적으로 공개적인 태도를 취했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WHO의 현지 역학조사도 사스가 표면화된 이후 한참 지난 뒤에야 시작됐다. 이런 일을 중국의 개혁개방 전인 1976년에 발생한 당산 대지진때 외국의 구호 제의를 거절한 것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튼 지구촌 시대에는 걸맞지 않은 처신이었다.

베이징에서는 드디어 각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사스 예방약을 지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베이징·상하이(上海) 등 대도시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기차역과 공항·버스 정류장 등지에 방역 작업을 실시중이다.

당국의 통제를 준수하는 것으로 보이는, 아니 당국과 입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이는 중국 언론의 보도 태도를 보면 중국의 사스에 관한 의중을 읽을 수 있다.

중국 전역에 일제히 방영되는 저녁 7시 뉴스에서는 주로 광둥 지방을 집중 보도하고 있다. 사스의 위험성이 적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 병에 걸렸으나 완치된 환자들을 집중취재 보도하고 있다. 사스에 걸려도 다 죽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은 자연치유된다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병에 걸린 남편이 며칠 만에 회복하고 부인과 함께 다정한 모습으로 손을 잡고 퇴원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정부에서 빨리 손을 써 줘서 살아났다’ ‘알고 보니 그렇게 위험한 병이 아니더라’는 식이다. 그들은 사태의 수습과 민심의 진정을 원하고 있는 것 같다.

‘별 것 아니다’ 언론 집중 보도

중국 언론은 사스의 발생과 관련한 보도에는 소극적이다가 수습을 위해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중국의 뉴스만 보고 있노라면 언제 저런 병이 나타났는지 잘 모를 수도 있겠다. 사건 사고 뉴스로 치자면 1보는 없고 후속보도만 있는 식이다.

좋게 말해 갈등지향적이 아니라 해결지향적이다. 그러나 문제의 근본적인 치유를 도모하기보다 미봉적이고 대증적 자세를 취한다. 그 와중에 언론의 진실은 유보되고 있다.

 
사스 전염을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쓴채
거리에 나선 베이징 시민들
4월8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 발표를 보면, 4월6일까지 중국내 사스 감염 상황은 총 1,268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그 중 53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광둥에서만 1,203명 발병에 43명 사망, 산시성에서 24명 발병에 1명 사망, 베이징에서 19명 발병에 4명 사망, 쓰촨(四川)성에서 4명 발병에 1명 사망, 허난(湖南)성에서 6명 발병에 1명 사망, 상하이에서 1명 발병에 사망자 없음, 광시(廣西)성에서 11명 발병에 3명 사망 등이다. 이에 앞서 지난 4월3일 중국 위생부 장관 장원캉(張文康)은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는 단지 12명의 감염자와 3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서슬에 비하면 일견 별것 아닌 수치로도 보인다.

하지만 4월8일 미국의 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의 한 의사가 “베이징의 한 병원에 입원한 사스 환자만 60명이고 그 중 7명이 죽었다”고 한다.

사실 이미 이전부터 사스와 관련한 중국 당국의 폐쇄적인 태도로 불신이 많았다. 이 보도는 보란 듯이 당국의 공식 발표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이를 타임지에 폭로한 이는 군 통합병원 소속 의사 장양용 박사라고 한다. 그는 “위생부 장관의 발표를 TV로 보고 분개한 세 곳의 베이징 군병원에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내용을 밝혔는데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으면 더 많은 사망자를 초래할 뿐”이라고 느껴 제보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로 치면 양심적인 내부고발자인 셈이다. 축소지향적인 당국의 태도는 일정부분 이해가 가지 않는 바도 아니지만 사태의 근본적인 해답은 진실 보도밖에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돌아다니는 소문은 이뿐만이 아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가까운 병원에도 이미 환자가 발생했다는 설이 있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인근 모 대학에는 학교 현관에 방역 카펫이 깔렸고 아침마다 사무실 직원들이 학교 전역을 소독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또 다른 모 대학에는 이미 사스 감염으로 추정되는 남녀 학생 2명이 발견되어 입원시켰다는 소식도 있다.

초기에는 사스 관련 보도를 통제해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와서는 중국 당국의 발표를 믿는 사람이 별로 없게 되었다. 결국 ‘유비통신’이 공식 발표를 능가하는 현상이 이곳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소문에는 과장이 있게 마련이나 당국의 발표에 축소지향적 은폐성이 있다고 간주되는 지금 어느 쪽이든 쉽게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점입가경인 것은 최초 희생자가 나온 홍콩의 이야기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80% 이상인 홍콩의 가장 큰 뉴스는 ‘혹시 이 바이러스가 공기 전염이라고 하니 에어컨이나 환기 시설을 통해 전염되느냐 여부’다.

그렇다면 마스크고 뭐고 다 끝이라는 얘기다. 홍콩 당국은 시 전역을 전염병 지구로 선포할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웃지 못할 것은 ‘아모이 가든’(Amoy garden)이라는 아파트 단지의 경우다. 이곳은 빌딩 하나에 거의 100명의 사람들이 전염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홍콩 정부가 이 아파트에 방역지구를 선포하여 사람들의 거주를 제한한다는 소문이 있자마자 이미 100세대,즉 반 이상이 이미 어디로 도망갔는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들이 그 짧은 시간에 홍콩을 아주 떠나지는 않았을 터이다. 이 얘기는 그 100명도 아니고 100세대가 여기저기 홍콩 내에 흩어져 있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이미 베이징에는 일부 홍콩 주민이나 광둥성 주민이 사스를 피해 내륙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병의 전파를 조장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홍콩은 지근거리에 있는 광둥성에서 사스가 발병했을 때 초기 대응이 적절했으면 피해가 덜 했을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광둥성이 병의 근원지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홍콩은 괴질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별다른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호되게 당하는 셈이다. 이는 베트남이나 대만·싱가포르가 이미 사스에 초강경 대응하고 있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일각에서는 홍콩이 이대로 두 달만 더 가다가는 총체적인 공황상태가 올 것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사스 파동,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 도미노

다행스러운 것은 베이징에 있는 한국 사람들 중에는 아직 사스에 감염된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4월10일 현재). 주재원·자영업자·유학생 등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중국에 살고 있음에 비해 이는 참으로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 중국을 다녀간 한국인 중에서도 감염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베이징 시내 한 아파트 단지에 나붙은 사스
예방 벽보를 보고 있는 한 중국인.
한국 사람들은 “거 봐. 한국인들은 마늘과 고추에 단련되어 사스 균이 아예 침범하지 못하는 것이라구” 운운 하면서 안도하고 있다. 우리 가족들도 “괜찮겠지 뭐. 중국 사람들도 태평하게 살고 있는데” 하면서 한국에서 전화가 오면 너무 호들갑떨지 말라고 면박을 주기까지 하였다.

그래도 속으로는 은근히 불안해 하면서 ‘혹시 중국 사람들은 자기들끼리만 사발통문을 돌리면서 무슨 대책을 세우거나 특별한 비방을 주고받는 것 아니야’ 하면서 의심의 눈길로 주위를 둘러보고는 한다.

작금 베이징에서는 태국에 다녀온 국제노동기구(ILO)의 50대 핀란드인이 사망한 이후 분위기가 더욱 경색되고 있다. 그 바람에 4월26일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던 세계노동부장관회의가 취소되었다고 한다.

사람이 죽어 나가는 판에 여행이나 행사가 대수겠는가만 이처럼 위축된 심리는 필경 중국 경제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사스로 인해 아시아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고 있다. 이라크전에 이어 난데없는 사스 변수의 돌출로 이 지역 경제가 냉각될 것이 걱정된다.

여기서 한국경제가 예외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문득 우울해진다. ‘모진 X 옆에 있다 날벼락 맞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아직까지 한국은 사스가 발병한 지역도 아닌데 중국 옆에 있다는 것이 빌미가 되어 도매금으로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러나 사스로부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아무래도 중국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최소 0.3%포인트 이상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무엇보다 국가 이미지의 실추가 뼈아프다. 우선 4월14일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던 세계경제포럼(WEF : 다보스포럼) 중국비즈니스정상회의가 연기되었다.

뿐만 아니라 유엔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4월24일 베이징에서 개최하려 했던 ‘지적재산권정상회의’도 연기되었다. 이 행사에는 프랑스·한국·태국 등 9개국 정상 등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었다.

중국 당국은 자신들이 한 ‘축소은폐’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베이징올림픽과 상하이박람회 유치로 한껏 고양되었던 그들의 중화주의가 상처를 받았음직도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전개 상황으로 볼 때 중국 당국이나 중국 언론은 대내적으로는 안정에 주력하고 대외적으로는 이 병이 애초에 중국에서 발병하지 않았을 수 있음을 은근히 주장하는 인상이다.

‘축소은폐’ 부메랑 혹독한 대가

하지만 이 같은 중국의 태도는 아무리 양보해도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특히 당국과 입장을 완벽하게 같이하는 것으로 보이는 중국 언론의 태도는 그들의 기초가 아무리 프로파간다를 근간으로 하는 사회주의 언론임을 감안하더라고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이 말을 하려니 필자의 뇌리를 스치는 또 하나의 사건이 있다.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전인대 기간 중의 일이다. 지난 3월12일 헤이룽장(黑龍江)성 출신의 한 노동자가 사제폭탄을 들고 베이징 로이터통신 사무실에 침입해 인질 협박을 벌인 일이 있었다. 전인대 기간 중의 일이고 다른 곳도 아닌 외신 사무실을 대상으로 한 일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때마침 전인대 취재를 위해 평소보다 많이 베이징에 와 있던 내외신 기자들이 몰려들어 열띤 취재 경쟁을 하였다.

사건 발생후 2시간여 만에 잡힌 ‘범인’은 양회 기간(전인대와 정협회의)을 이용해 중국의 고질적인 문제인 부패의 실상을 폭로하기 위해 그 같은 일을 도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중국 언론에서는 정신병자의 난동으로 보도했다.

그러자 필자가 아는 중국 사람들이 말했다.

“당국의 발표대로라면 그런 사람이 어떻게 로이터통신씩이나 알고 찾아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었겠나?말도 안 된다. 그리고 중국의 부패가 문제라는 것은 상식 아닌가.”
바야흐로 중국의 인민들도 알 것은 다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스와 관련한 중국 당국의 태도는 크게 잘못되었다.  
  
출판호수 2003년 05월호 | 입력날짜 200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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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5.01 -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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