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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정길화
Subject   한류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한류는 계속된다....

얼마 전 한국 언론에 톱스타 김희선이 중국인을 위해 가수로 전격 데뷔한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내용인즉슨 한 방송사의 신작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맡은 김희선이 중국팬을 위하여 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 앨범의 주제는 중국 팬들에게 감사한다는 뜻의 ‘댕큐 차이나'. 그리고 김희선이 준비하는 노래 제목은 ‘러브'라고 한다. 김희선은 “사스로 고생하는 중국 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속사측은 김희선이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어 첫 앨범이라 해도 최소 30만장 이상 팔릴 것으로 예측하는 모양이다.

또한 한국 여자그룹이 중국의 라디오 대중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섹시그룹 베이비복스가 중국어로 취입한 ‘아임 스틸 러빙 유'가 중국 인민라디오의 5월 셋째 주 ‘음악지성 중국유행가요배 행방'에서 당당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유감스럽게 아직 직접 들어보지 못했다). 보도에 따르면 홍콩이나 대만 등 화교권이 아닌 외국인 가수로서 중국 대륙에서 대중음악(팝송 제외)으로 인기순위 1위를 차지하기는 베이비복스가 처음이라고 한다. 음반 판매량 또한 25만장에 달해 현지 가수들 중 최상위권에 랭크되고 있다는 것이 소속사의 주장이다. 그래서인지 베이비복스는 사스의 여진이 남아있는 가운데에도 7월초로 예정된 따렌에서의 팬사인회를 강행하기로 했다는 기사도 보인다.

이들 뉴스의 근저에는 다분히 소속 매니지먼트사에서 자가발전한 장밋빛 전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옹기장수 계산이라고나 할까. 다오반(盜版, 해적판) 음반이 횡행하고 대형공연시 각종 리스크가 상존하는 중국에서 섣불리 흥행을 장담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중국에서는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되기도 전에 프린트를 빼돌려서 해적판을 만들고 심지어 시사회장에서 몰래카메라로 스크린상의 영상을 찍어 돌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정품의 가격을 내리고 회원제 클럽을 운영하는 방법을 통해서 정품구입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등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정품으로 20만장 팔리면 대박인 나라에서 이런 기획을 한다는 것은 어떻든 고무적이다.

사스로 인한 중국의 변화 중에 한 가지가 ‘사람들의 외출 자제로 인한 텔레비전 시청 증가’ 임은 지난번에 말씀드린 바 있다. 필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평소 관영언론이라 생각하고 별로 보지 않던 중국 TV방송이지만 - 곧 죽어도 중국어 실력이 변변치 않아서 못 본다...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ᄒᄒᄒ - 이렇다할 대안이 없으니 열심히 보게 된다. 집안에 꼼짝없이 갇혀있는 상태에서 TV만한 중국읽기의 텍스트가 따로 없다. 여러 가지 한계가 있지만 이를 감안하고 보면 되는 것이다. 상투적인 선전뉴스, 세련되지 못한 드라마, ‘권위적’인 교양 프로그램들을 보는 고역을 중국어 공부라고 위안하며 시청하는 동안 눈길을 끄는 화면이 가끔 출몰한다. 바로 한국 드라마가 재방송되는 장면이다. CCTV뿐만 아니라 성 단위로 송출되는 중국 전역에서 수시로 한국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어 리모콘을 작동하다보면 쉽사리 이들 작품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필자가 보았던 한국 드라마는 <가을동화>, <목욕탕집 남자들>, <엄마야 누나야>, <이브의 모든 것>, <진실>, <토마토> 등이다. 덕분에 좀 시간이 지나기는 했지만 평소에 보지 못했던 한국 드라마를 즐길 수 있었다. 이들 드라마들은 대개 중국어 더빙 처리를 하고 중국어 자막을 덧붙인다. 초심자가 중국어 공부하기에 적당하다. 안재욱이 중국 연기자들과 함께 출연한 <바이링공우(白領公寓), ‘화이트칼라들이 사는 아파트’의 뜻>에서는 중국어를 못하는 안재욱을 위한 중국TV의 절묘한(?) 립싱크 더빙도 엿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중국방송의 CF에 나오는 한국 연예인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 발견이다. 중간광고가 허용되는 중국인지라 수시로 이들이 등장한다. 현재는 핸드폰 메이커의 김희선과 전자제품 및 청량음료 제품의 전지현이 대표적이다. 헐리우드 스타 아놀드 슈바르츠네거나 한국에서도 유명한 세계적인 스타 공리나 장만위, 리밍이 등장하는 사이에서 한국 연기자 모델의 CF를 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김희선이 모델로 나온 TCL 핸드폰은 전년 대비 시장점유율이 10배나 뛰었다는 얘기가 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 - 중국에서의 제목은 워더예만뉘요우(我的野蠻女友), 의역하면 ‘나의 난폭한 여자친구’쯤 되겠다- 의 선풍으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는 전지현은 여세를 몰아 중국 CF계의 총아가 되었다고 한다. 베이징의 명동 왕푸징 거리에는 하이얼의 냉장고와 에어콘을 광고하는 전지현의 대형 간판이 눈길을 끈다. 안재욱은 한동안 김치 사은 판매행사에 출몰하더니 최근엔 그의 이름을 딴 고급 미장원을 베이징에 개업시켰다. 사스가 몰아치는 이 와중에도 정녕 한국스타들의 활약은 괄목할 만하다.

중국에 온 이래 한국에 있는 지인들로부터 자주 들어보는 질문 중의 하나는 ‘정말 중국에서 한류가 그렇게 각광받고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한때 한국의 미디어에서 현지보다 더 뜨겁게 다루어졌다는 한류(韓流). 한류는 정녕 실체가 있고 유의미한 것인가. 그리고 중국에서 생산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인가. 위에서 인용한 기사들은 방송인의 한 사람으로서 또 대중문화의 작용에 대하여 개인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중국에 온 이래 지켜보고 있는 내게 솔깃하게 다가온 내용들이었다. 이 기사에서처럼 중국의 한류는 지금도 진행중인가.

한류는 정말 실체가 있는가

중국유학을 다룬 <현명한 부모는 아이를 중국으로 보낸다>의 저자인 신혜선씨는 한류현상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를 받기도 한 중국전문가다. 그녀에 따르면 ‘한류(韓流)’의 기원은 1996년 <사랑이 뭐길래>의 중국 방영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중국의 라디오 방송에서 한국 음악이 소개되고 HOT, 클론, 박미경 등의 템포 빠른 댄스풍의 노래들이 중국 청소년을 사로잡으면서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애초에 한류, 한풍(韓風), 한조(韓潮) 등으로 표현되던 이 흐름은 특히 1999년 11월 클론과 2000년 2월 HOT의 베이징 콘서트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한류’로 통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최초의 공식화는 ‘한류가 중국을 강타했다’는 中國靑年報 2000년 1월 27일자 보도). 한국문화와 한국음악이 주는 “밝고 화려하고 건강하고 명확한 도시풍과 현대풍의 느낌"(北京晩報)은 1자녀 가정에서 자란 중국의 분방하고 풍요한 청소년을 사로잡았고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나타났다.

드디어 지난해에는 중국어 사전에까지 ‘한류(韓流)'가 정식으로 입성했다. 즉 2002년 연말에 출판된 ‘신화(新華) 신사어사전(新詞語辭典)'에 ‘한국 문화의 조류(潮流)’를 뜻하는 ‘한류’가 표제어로 들어간 것이다. 이 사전을 편찬하는 상무인서관(商務印書館)은 해마다 연말 지난 1년간의 시대 흐름을 반영하는 단어들을 선별하는데, 지난해에 새로 오른 단어로는 장쩌민의 ‘3개 대표’, 젊고 부유한 엘리트층의 출현을 상징하는 ‘보보쭈(波波族, 보보스의 차음)’ 등이 있고 이들과 함께 한류가 포함되었다. 이들은 새로 발간되는 ‘현대 한어(漢語)사전'과 ‘신화(新華)사전'에도 오르게 된다.

이렇듯 한류는 중국에서 부정할 수 없는 현상이자 흐름이다. 한국 시장에서 검증된 드라마, 뮤직 비디오를 기반으로 해서 비슷한 시기에 대만, 홍콩, 베트남 등으로 확산되었다. 이러한 한국 대중문화의 흥행은 한국의 국가이미지나 상품 인지도에 좋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국 언론의 호들갑에 비해 그리고 이들 나라에 존재하는 대중문화 시장의 영세성과 비합리성 등으로 소문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했는지는 모르지만 한류는 한국 대중문화의 경쟁력과 잠재력을 과시한 쾌거로 볼 수 있다.

내가 중국에 와서 겪은 한류도 적지 않다. 필자에게 한동안 중국어 개인지도를 한 인민대 신문학과 석사과정의 쟈오양은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를 안재욱이라고 했다. 그녀의 다른 친구 첸양은 원빈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둘이서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의 아이돌스타를 서로 멋있다고 우겨 나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내가 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고작 할 수 있었던 말은 안재욱과 원빈의 브로마이드를 구해 보겠노라는 흰소리였다. 지나고 보니 학습지진아이며 쉰세대인 내가 그녀들에게 지도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안재욱과 원빈의 덕분이 아니었던가 한다. 조기유학을 와 중국 학생들과 학교를 함께 다니는 한국 학생들은 HOT나 NRG, 신화 등 인기 한국가수들의 활약으로 학급에서 선망의 눈초리를 받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느 날인가 집 근처 외국어학원에서 영어를 배우는 딸을 데리러 간 적이 있다. 그 학원의 휴게실에서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무슨 한국 노래가 나오자 분명히 중국 학생들로 보이는 이들이 가사를 따라 부르는 광경을 본 일도 있다. 한류로 소개되는 많은 한국 가요들이 중국어 번안가요임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다. 중학생 딸의 도움으로 그 노래가 베이비복스의 ‘킬러’라는 것을 안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한류음악 전문 사이트를 운영하는 원주오(文佐)씨를 만난 것도 이러한 한국가요 덕분이다. ‘원주오원화(文佐文化)’라는 이 사이트(www.winzoo.net.cn)는 한국의 대중음악에 매료된 원씨가 지난 99년부터 만들어 운영하는 곳이다. 5천명에 달하는 회원은 주로 중국의 10대 학생들인데 하루의 조회수는 6천회를 넘는다고 한다. 1년 회비가 30위안(한국돈 4,500원)의 유료사이트며 꺼미다스지에(歌迷大世界)라는 잡지도 발행한다. 이 월간지의 작정하고 붙인 듯한 부제는 ‘한류선봉(韓流先鋒)’이다. 최근 이 사이트에서의 우상은 강타, 신화 그리고 보아다. 이곳에 드나드는 꺼미(歌迷, 가요팬)들은 강타의 패션쇼 소식이나 신화 한 멤버의 나체 사진 소동을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원주오씨는 한국 대중가요가 홍콩이나 일본의 그것에서는 느낄 수 없는 박력이 있고 특히 힙합과 랩, 댄스와 노래는 중국 청소년들이 정말 좋아한다고 말한다. 또 자유분방한 머리색과 화려한 복장도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HOT의 해체를 지금도 아쉬워하는 그는 강타와 NRG의 인기에서 위안을 찾는 것 같았다. 원래 이번 여름방학을 맞아 한궈꺼미(韓國歌迷) 200여 명을 실비부담으로 하여 서울을 방문토록 해 한국의 스타들을 찾을 계획을 갖고 있던 원주오씨는 이번의 사스 파동에 크게 실망하고 있었다.

비디오 가게를 가도 이 한류는 계속된다. 어딜 가나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DVD, VCD가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다. 대부분 ‘다오반’인 이들 제품 역시 중국에 와 있는 한국 교민이나 유학생들을 타게트로 한 것만은 분명 아니다. 한국 영화의 판매 또는 대출 리스트를 중국어로 별도 집계해 놓은 것을 보아도 그렇다. 예의 ‘엽기적인 그녀’는 공전의 선풍을 일으켜 거의 신드롬 수준에 이르렀다. 학원에서 만난 중국어 선생도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다며 한참 동안 이 영화 얘기만 한다. 극중에서 전지현이 차태현에게 자주 말하는 “너 까불면 죽어”가 중국 연인들 사이에서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으로 유행어가 되었다고 하던가. 지금 중국 DVD 시장에서의 한국영화 흥행 톱은 ‘동갑내기 과외하기’다. 그렇다면 전지현 다음의 흥행 스타는 김하늘이 될지도 알 수 없다.

한류를 어떻게 볼 것인가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한국 대중문화가 왜 중국에서 인기가 있는지 지금도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르겠다. 한류는 중국인에게 경제발전을 먼저 이룩한 나라인 한국에 대한 동경인가. 혹은 변방의 모든 문화를 수용한 중국특유의 느긋함에서 오는 호기심인가. 혹자는 한국 음악의 거칠고 개성있는 매력이 그들을 사로잡았고 한국 드라마의 독특한 매력이 그들에게 대리만족을 주고 있다는 지적을 하는 이도 있다. 퇴폐적 서구 문화나 조악한 일본 문화를 들여오는 주범으로 취급받던 우리 대중문화가 이렇게 한류 열풍을 이끄는 견인차가 되고 있다는 것은 사뭇 의미있는 일이다. 방송을 필두로 한 한국의 대중문화는 사실 동네북이었다. 틈만 나면 저질, 선정성 시비요 모방, 표절 시비였다. 그동안 너나 할 것 없이 아카데미상이나 그래미상 시상식을 보면 우리 대중문화는 언제나 저 수준에 오를 수 있을까를 선망하곤 하였다. 그런데 이 애물단지가 중국에서 효자 노릇을 하다니... 굳이 비유하자면 부품 생산업자 노릇을 하다가 드디어 OEM 제품을 생산하더니 마침내 자국의 브랜드로 세계시장에 진출한 기분이라고나 할까.

사실 대자본과 막강한 마케팅을 기반으로 하는 헐리우드 산업이 세계의 대중문화 시장을 공략하는 현실에서 지상파 방송을 비롯해 우리 대중가요나 영화 산업은 선전(善戰)하고 있다. 이것은 엄연히 수용자들의 문화적 국수주의 때문이 아니라 우리 문화상품이 가진 소구력의 결과다. 우리의 대중문화계가 상당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또 치열한 경쟁 속에 부단히 시장의 진입과 퇴출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형성된 콘텐츠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외국에서도 통하는 상품성을 갖추기에 이른 것으로 보고 싶다. 이것을 한류 열풍 와중에 비로소 발견한 것이다. 망나니에다 천덕꾸러기인 줄 알았던 아들 녀석이 알고 보니 밖에서 제몫을 하고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된 것이다.

아직은 중국이 한류를 보는 시각은 비교적 호의적인 것 같다. 가령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001년 11월 “중국에서 일고 있는 한국의 대중문화는 어떤 면에서는 이웃나라 문화의 자랑스러운 성공을 보여주는 것으로 우리도 이를 기쁘게 생각한다"고 하여 눈길을 끌었다. 이 신문은 또 한류의 인기 비결과 관련, "한국문화에 대한 중국에서의 열기는 한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신선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실제로 그 열기는 이국적 생활 장면, 아름다운 청춘남녀의 모습이나 화려한 화면에 의존하고 있다기보다는 사회에 대한 관심, 인생에 대한 관심과 깊은 생활의 맛을 한국문화가 적극적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고 매우 호의적인 평가를 하여 오히려 의외스러울 정도다. 인민일보는 또 “중국에서도 한국 드라마를 모방한 청춘물들을 만든 적이 있으나 실패했다"며 “우리는 왜 한국을 모방해 보았지만 실패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인 특유의 장대위에 올려 놓고 흔들기에 좋아할 일은 아니다. 면전에 칭찬하고 뒤통수를 치는 것은 이미 많이 보아온 노릇이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왜 지금 중국에서 소비되는지에 대한 이면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 일설에 따르면 애초에 중국 당국이 한국 연예인에게 문호를 개방한 것은 중국의 젊은이들이 홍콩, 대만 문화에 깊이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리고 원래부터 있던 미국에 대한 경계, 일본에 대한 배타성 등이 만만한(?) 한국 문화에 대한 의도적인 선택으로 나타났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점에서 중국 젊은이들의 경도를 우려하면서 수시로 대형콘서트를 견제하는 등 한국 대중문화의 정도 이상의 확산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 중국 당국의 저의를 주시해야 한다.

한마디로 샴페인을 터뜨릴 일이 아닌 것이다. 나는 한류 열풍이 마치 한국 문화의 우수성의 결과이며 이제 이들 대중연예인을 앞세워 한국상품의 수출 시장을 대대적으로 개척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경계하고자 한다. 한류의 유행을 두고 ‘5천년만의 문화 역조(逆潮)’라느니 중국에 대해 문화적 우월감을 가질 수 있는 근거라느니 하는 것은 지나친 흥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 냉정히 짚어보면 한국 연예인들의 어필은 아직 대중문화의 생산기반이 취약한 이들 나라에서의 일시적인 현상일지도 모른다. ‘원단' 헐리우드 스타를 불러오지 못하는 이들이 이른바 문화할인율이 낮은 한국 연예인을 통해 유사 헐리우드 문화에 대한 일종의 ‘대체재'로 한국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곧 이들 나라의 대중문화계가 자체 생산력을 갖출 경우 시장의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 때 한국제 문화상품은 이들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설 수 있을 것인가. 독창적인 상상력이 승화된 우리만의 콘텐츠나 문화적 승부수가 없이 그저 유사 헐리우드, 아류 문화로서의 대리만족만을 줄 뿐이라면 과연 그때도 한류는 계속될지 의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베이징에서 한국 음악을 방송하는 손장현씨(미디어 플러스 엔터테인먼트 실장)의 말은 매우 시사적이다. 그는 수교 이후 한국 가요나 영화가 조금씩 중국에 소개될 때는 그런 대로 검증되고 정선된 콘텐츠가 들어와 중국 시장에서 선풍을 일으켰으나 99년 이후 한국 대중문화가 대량으로 밀려들면서 그 중에 포함된 태작(駄作)들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사이 중국에서 진행되는 변화가 더 엄청나 이제는 그런 정도의 작품이 통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문득 앞서 말한 최근 흥행작인 ‘동갑내기 과외하기’가 생각난다. ‘다오반’ DVD를 통해서 본 이 영화의 중국어 제목은 ‘워더예만뉘라오스(我的野蠻女老師, 나의 난폭한 여선생)’였다. 아무런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종전의 히트작 ‘엽기적인 그녀’(이 영화의 중국 제목이 ‘我的野蠻女友’임은 앞에서 말한 바 있다)에 제목에서부터 편승하려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 내용은 차치하고 이는 안일한 발상의 단적인 예다. 중문 제목을 어디서 붙였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식으로는 더 이상 한류의 창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바야흐로 내용이 있는 작품, 한국적인 창의성이 있는 콘텐츠로 기획 단계에서부터 중국 시장을 개척하고 공략하려는 시도가 본격적으로 제기되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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