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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정길화
Subject   ☞   日就月將 중국의 IT산업, 자만심에 빠진 한국 1~2년내 추월 가능성






 
 
중국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중관춘 거리.
  
 

 
베 이징(北京) 거리에 사람이 넘쳐 흐른다. 베이징의 명동격인 왕푸징(王府井)에도, 중국의정보통신(IT) 산업을 이끄는 중관춘(中關村)에도 인파가 가득하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인적이 끊겨 적막했던 곳이다. 사스가 한창 기승을 부릴 당시 중관춘 지역은 환자가 발생해 일부 지역이 봉쇄되기도 했건만 지금은 그런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사스 발생기간 집안에 칩거했던 중국인들은 한동안 유보했던 행복을 되찾기라도 하려는 듯 삼삼오오 떼지어 쇼핑을 나오고, 그들의 손에는 무언가 잔뜩 들려 있다. 아니나 다를까. 중국 언론은 다시 소비경기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보도한다.

중국의 올 경제성장률 목표는 7.5%였다. 그러던 것이 사스가 강타하자 곧 7.0%대로 줄여야 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그런데 웬 걸, 최근 뉴스에는 올 경제성장률이 8.2%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경제의 깊은 이면까지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지만 발표되는 이런 수치들을 보노라면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

근 3개월여 베이징 거리가 적막강산이 되고 거의 모든 업소가 문을 닫은 상황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다. 학교는 물론 대부분의 공공사업장이 폐쇄되고 여자월드컵축구대회 등 주요 국제행사가 변경되는가 하면 각종 국내외 여행이 취소되고 주민의 이동이 제한된 상황이 전국적으로 지속되었다.

사스 충격에도 의연한 중국경제

아무리 사스 이후 반작용 심리로 인한 반짝 소비경기가 있어도 그렇지, 도리어 각종 경제지표가 늘어날 수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3개월이면 1년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짧지 않은 기간이다. 광풍으로까지 불리던 사스가 알고 보니 한 점 미풍(微風)도 안 되는 지나가는 바람이었다는 말인가. 아니면 그런 정도에도 끄떡하지 않을 정도로 중국경제의 펀더멘털과 저력이 튼튼하다는 말인가.

솔직히 중국의 통계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많다. 전근대적인 처리 방식에다, 상부의 눈치를 보는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 해석까지 겹쳐 널뛰기 하는 것이 중국의 통계다.

오비이락인지, 속된 말로 짜고 치는 노릇인지 필자로서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이 중국의 통계다. 그런 식이니 최근에 나오는 경제 관련 수치들 또한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이 와중에 전년 대비 생산과 이윤을 더 낸 업자들이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필자에게 세를 준 집주인은 에어컨 설비업으로 일찍 돈을 번 사업자인데, 그도 사스 때문에 올해 경기가 예년만 못 하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베이징의 택시 기사들도 하나같이 사스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베이징의 코리아타운 왕징신청(望京新城)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 자영업자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지난 4월 이래 일제히 한국인들이 빠져 나간 뒤의 텅 빈 식당을 한동안 하릴없이 바라보았던 그들에게 올해 중국이 경제성장률 목표를 초과달성할 것이라는 뉴스를 얘기해 주면 공허한 웃음만 흘릴 뿐이다.

물론 중국 통계국도 사스의 영향을 인정한다. 사스가 기승을 떨친 올해 2분기의 경우 1분기보다 3.2%포인트나 낮은 6.7%의 성장에 그쳤고, 이는 1992년 이후 최저치라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서비스 분야는 0.8%의 성장에 그쳐 사스의 심각한 타격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 2분기를 합한 상반기 경제성장률(GDP 기준)은 8.2%에 달한다니 만약 사스가 없었다면 중국 경제는 가히 폭발적 신장세를 기록할 뻔했다.

특히 사스의 ‘원산지’ 광저우(廣州)의 경우 올 상반기중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여 13.4%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니 놀라운 일이다. 또한 중국 상무부 통계는 올 상반기 중국이 실제 유치한 외자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4.3%나 증가한 302억5,5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밝혔다. 사스로 인해 외국 자본이 철수하고 중국경제가 절단날 것까지 생각한 이야 설마 없겠지만 통계수치로 나타나는 최근의 중국 상황은 정말 ‘배신적’일 정도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사실은 아니다. 거대한 중국을 제한된 경험과 견문으로 판단하는 것은 만용이다. 아니 그보다 어쩐지 중국이 잘 안 되기를 바라는 한국인들의 기대(?)가 ‘중국 바로 알기’를 방해하는 장애물인지도 모른다.

중국의 성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려는 일부 한국인의 심리에는 중국의 대두를 불편하거나 두려워하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 “중국인은 과거를 가지고 한국인을 무시하려고 하고, 한국인은 현재를 가지고 중국인을 무시하려고 한다”는 말이 있지만 그나마 그 현재의 격차는 점차 줄어들거나 뒤집힐지도 모르는 상황에 있다.

문제는 우리가 중국의 대두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그들을 무시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의 해결은 문제의 인정에서 시작된다는 격언은 여기에서도 유효하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이 우위에 있다고 자타 공인으로 간주하는 IT산업이다. 그 동안 한국은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 간다’는 기치 아래 다대한 노력을 경주했고 실제로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몇몇 기업은 독보적인 생산성과 경쟁력으로 세계시장에서도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 적어도 이 분야에서만큼은 중국에 비해 뚜렷이 앞서 있다고 자부해 왔다. 그러나 중국의 IT 및 전자산업이 보이는 최근의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다.

중국 IT의 약진, 네티즌 규모 세계 2위

우선 중국의 네티즌 규모가 6,800만명에 달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으며, 웹사이트는 47만여 개에 달한다는 보도가 눈길을 끈다. 중국인터넷정보센터(CNNIC)가 밝힌 바에 따르면 올 상반기중 새로 증가한 네티즌은 890만명이라고 한다. 이 같은 결과는 호사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사스의 여파일 수도 있겠다.
 
중관춘 입구 표지판

사스 당시 많은 중국인들이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이메일로 채팅하고 전자상거래를 하거나 게임을 하는 등 인터넷에 빠져들었다. 그 여파인지 네티즌 수가 올 상반기에 엄청난 증가세를 보였다. 인구대비로 보면 그 수가 아직 미흡할지 모르나 바야흐로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기지개를 켜고 있다. 늘어나는 인터넷 인구는 고스란히 IT분야에서 내수의 기초가 되고, 이것은 세계시장으로 가는 실험장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LG경제연구원은 지난 7월30일 중국 최대 전자업체인 ‘하이얼’이 내년중 ‘포천’지 선정 세계 500대 기업에 들어설 것이 확실시되며 컴퓨터업체인 ‘렌샹’(聯想),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TCL’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총 11개 기업이 세계 500대 기업에 들어 있는데, 여기에 하이얼이 지난해 500대 기업의 문턱에까지 들어섰다는 것이다.

중국 전자업체들이 이처럼 급성장한 배경에는 경쟁을 통한 기업 합리화, 해외투자 전략의 강화, 해외선진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등이 작용했다는 것이 LG경제연구원의 설명이다. 중국 기업들이 아직은 한국에 위협적이지는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 수준까지 외형이 확대할 것으로 점쳐지는 일부 중국 기업이나 외국과 합작한 다국적기업들은 우리 업체들의 강력한 경쟁 상대로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마디로 중국의 IT산업이 우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말이다. 디지털 가전분야의 경우 한국은 중국에 비해 이 분야의 기술에서 평균 3∼7년은 앞서 있지만 향후 1~2년 내에 추월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지난 7월 한국산업기술재단이 발표한 ‘디지털 가전 한중 기술 경쟁력 비교’에 따르면 한국은 디지털 가전 핵심 품목인 광픽업, 디지털 TV 튜너 등이 3∼4년 정도, MPEG-2 디코더 칩이 6∼7년 정도 중국보다 앞선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중국은 정부의 적극적인 기술 육성 정책과 외국기업의 진출, 선진국으로부터의 고품질 생산장비 구입 등으로 1~2년 내에 한국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해 양국간 기술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가 1년 전 중국에 올 때만 해도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적어도 5년, 많으면 10년이라고 들었는데 어느 사이 1~2년 안에 추월당한다는 얘기가 나오기에 이른 것이다.
 
중관춘 노른자위 땅에 위치한 상띠정보산업단지 진입로. 멀리 보이는 건물이 베이징시 정부에서 만든 해외기업 유치용 임대 빌딩이다.(왼쪽사진) 상띠 단지의 도로 중 한 곳은 이름을 아예 창업로라고 지어 IT 산업에 대한 중국의 의지를 읽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때마침 이번에 MBC의 8·15 특집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중국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중관춘 일대를 현지 르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업그레이드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으로 우리가 환골탈태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무엇을 보강해야 하는지 점검하는 내용이다. 8·15 특집으로는 말하자면 상당히 미래지향적 프로그램인 셈이다.

필자가 맡은 중국 취재의 경우, 새롭게 대두하는 중국 IT산업의 현황을 진단하고 특히 이들 업계에서 인재를 육성하고 선발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취재를 위하여 중관춘 하이테크파크 지역을 필두로 상띠(上地) 정보산업단지를 돌아볼 수 있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사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연구개발센터 그리고 칭화(淸華)대나 베이징대의 산학연구센터나 창업지원센터 등을 취재한 것은 뜻있는 일이었다. 또 대표적 산·학 연계 모델인 ‘칭화퉁팡’(淸華同方)과 같은 기업에서 이루어지는 창업 지원과 연구개발 시스템을 알아볼 수도 있었다. 특히 칭화대에 재학중인 학생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의 포부와 의욕을 들여다본 것은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대학생 창업 돕는 현장·실무 위주 교육 유도

이미 잘 알려진 일이지만 중국에서는 대학이 직접 기업을 설립해 운영한다. 퉁팡(同方)은 칭화대, 팡정(方正)은 베이징대, 이런 식이다. 이제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렌샹만 하더라도 국가기관인 중국과학원 계산연구소가 창업한 기업이다.

이런 기업을 중국에서는 ‘학판(學瓣)기업’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처음에는 학교 경비 충당을 목적으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나중에는 정부에서 교육 개혁과 기술 혁신 차원에서 대학의 사업을 정책적으로 장려했다고 한다. 그 결과가 통팡·팡정 같은 기업인 것이다.
 
기업을 직접 설립해 운영하는 선도자 역할을 하는 중국의 양대 명문 베이징대(위 사진)와 칭화대 정문.

이들은 세계적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생산해 내기에 이르렀고, 중국식 산·학 협동의 전형을 만들었다. 이들의 성공은 대학에서 개발한 첨단 기술을 신속히 산업화하는 데 있었고, 젊고 유능한 학생들이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현장 위주, 실무 위주의 교육을 유도함에 있었다.

칭화대의 경우 학생들의 창업을 도와주는 지원 센터를 학연(學硏)센터라고 하는데, 곧 이들에게는 창업이 학문 연구인 셈이다. 이들은 학생들이 재학중 창업 혹은 졸업과 동시에 창업하는 등 우수한 아이디어나 연구 성과가 있으면 바로 프로그램이나 제품 생산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선진국으로 유학후 돌아와 창업하는 경우 파격적인 지원이 뒤따른다. 외국에서 일하면서 익힌 기술과 외국 시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귀국해 창업하는 것은 중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에서다. 유학생이 귀국후 창업하면 3년 간은 완전 면세 혜택을 주고, 이후 3년 간은 50% 면세 혜택을 준다고 한다. 생활 방면에서는 주거지 제공, 40평 정도의 사무실을 제공한다.

칭화대 유학생창업원에서는 칭화대 출신 유학생이 귀국후 창업할 때 창업비용 10만위엔(약 1,500만원 상당)을 지원한다. 칭화대 정보망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자녀의 학교를 주선하는 등의 지원까지 해 준다는 것이다.

칭화대 유학생창업원 건물에서 만난 야오원타오(要文濤)는 1999년에 칭화대를 졸업하고 97년 창업한 ADSL 부품 개발업체의 젊은 CEO다. 그의 회사 직원 50명 중 절반 정도가 칭화대 졸업생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자신이 설립한 딩디엔(鼎点)소프트웨어회사는 기술력이 뛰어나고 품질이 우수하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유학생 출신 IT 창업자에 파격적 지원

야오는 자금이나 기술보다 인재가 더 중요하다며 컴퓨터공학과 등의 우수한 학생은 2, 3학년 때부터 주목해 일찍부터 교류하여 인재를 발굴한다고 한다. 심지어 학생들의 기숙사를 찾아가 삼고초려를 불사하며 직접 인재를 유치하는 등 우수 인력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는 ADSL 소프트웨어 방면에서 중국 최고가 되고 싶다는 단단한 꿈을 내보였다.

이러한 ‘앙팡테리블’들이 베이징 중관춘의 근간을 이룬다. 베이징대·칭화대·중국과학원 출신의 실험실 벤처들이 중관춘 단지를 이끌었다. 세계적 기업의 연구소들도 중관춘 일대에 자리잡고 있다. 미국 마이크로스프트사의 아시아연구개발센터도 이 근동에 있다. 베이징의 MS아시아연구센터는 시애틀·캠브리지에 이어 세번째로 생긴 마이크로소프트 R&D센터인데, 이곳의 소장은 중국인 장야친(張亞勤) 박사다.

중국 젊은이들의 우상은 과거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의 주인공 파벨에서 이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로 바뀌어 ‘파벨에서 빌 게이츠로’가 중국 젊은이들의 새로운 화두가 된 지 오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당신이 이제 중국의 빌 게이츠가 된 것 아닌가”라고 짐짓 물어보았더니 웃지도 않고 “중국 젊은이의 꿈이 빌 게이츠인 것은 맞다. 그러나 나는 아직 빌 게이츠만큼은 되지 않았다.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고 정색을 하고 대답한다.

중관춘의 노른자위로 불리는 상띠정보산업단지에는 IT 방면의 유수한 기업들이 즐비하다. 상띠 단지의 주도로는 신식로(信息路)이니, 우리 식으로 풀이하면 ‘정보로’에 해당할 것이다. 정보로를 통해 단지에 접근할 경우 정면에 보이는 네 동의 빌딩은 해외 유학생 벤처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시 정부가 지은 임대 빌딩이라고 한다. 이 단지의 다른쪽 도로는 창업로(創業路)로 되어 있어 이들이 중요시하는 IT산업의 핵심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상띠 단지에 대한 취재는 쉽지 않았다.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허용이 있지 않고서는 취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허가를 요구하는 사례는 중국에서 허다한 일이지만 IT 취재에서 이런 경우를 겪는 것은 약간 의외였다.

동북3성의 고구려 유적에 대한 접근을 통제한다든지 탈북자나 인민해방군에 대한 취재를 통제한다든지 하는 것과는 좀 차원이 다른 것이다. 바야흐로 중국도 보안을 유지해야 할 고급 정보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취재를 위해서는 때로는 악역을 자청해야 하는 때도 있다. 중국 IT의 현장을 돌아보면서 만나는 중국인들에게 기회가 닿는 대로 한국의 IT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기술 격차가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되는지를 집요하게 물어 보았다. 베이징대 과기원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기술이 한국에 뒤진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기초 과학기술은 중국이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지 않다면 왜 한국 유학생들이 베이징대에 와서 유학하겠느냐”고 덧붙였다(그러나 필자는 얼마나 많은 한국 학생이 베이징대의 이과계 기초학문 분야에서 유학하는지 구체적 실상을 알지 못해 반박하지는 못했다). 또한 그는 “한국이 자동차와 IT 방면에서 많이 발전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우리는 한국을 따라가지 않겠다. 한국과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로 앞서 가겠다. 그것이 중국의 지름길”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한층 치열해질 IT산업에서의 한·중 대결

칭화대에 재학중인 한 학생에게 “내가 알기로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많으면 10년, 적어도 한 5년 한국이 앞서 있다고 들었다”고 ‘자극’을 가하자 “한국 상황은 잘 모른다(한국의 기술을 쳐다보고 따라가고 있지는 않다는 얘기?). 휴대전화은 한국이 2년 정도 앞선 것으로 생각한다”며 넌지시 반격을 가했다.

물론 많은 이들이 한국과 중국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이며 온라인 게임 방면의 경우 중국의 소프트웨어 ·미술 부문과 한국의 아이디어·기술이 결합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우호적으로 답했다. 그러나 어떤 이는 “한국과 중국은 협력·경쟁 관계인데, 경쟁과 협력이 모순된 것은 아니다. 경쟁도 장점이 있는 일종의 교류”라며 ‘전의’를 굳이 숨기지 않았다.
 
중국의 대표적 산·학 연계 모델로 꼽히는 기업 칭화퉁팡.

중국 언론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의 첨단 기술 제품 수출 총액은 440억달러 이상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4.6%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들 제품은 컴퓨터와 통신기술 제품이 주축을 이루며 전자 기술 및 생명과학 기술 제품 수출도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동안의 꾸준하고 적극적인 투자가 바야흐로 성과를 거두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것이 상당부분 중국측 시각에 의한 해석일 수 있다. 제품의 경쟁력이나 외화 가득률 등이 어떤지는 좀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가령 얼마 전 한국 언론에서의 보도처럼 가전시장에서 중국은 저가 제품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반대로 한국은 고가의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시장에서 한국 제품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안은 중국 브랜드는 물론 전 세계의 글로벌 브랜드와 맞서 싸워야 한다. 가령 중국시장에서 LG전자의 프로젝션 TV나 이보다 더 고가인 PDP TV, 그리고 삼성전자의 디지털 TV와 양문형 냉장고 등이 기존의 휴대전화·에어컨 등과 함께 선전하는 것은 분명 고무적이고 감동적이다.

그러나 중국시장의 동종업계 제품에서 부동의 톱에 오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는 동안 중국 제품은 한국시장에서 한국 내수 상품의 지나친 고가로 인하여 공동화된 시장에서 땅 짚고 헤엄을 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이렇게 잠식된 시장이 행여 고착화되지 않을까 저어스럽다.  
  
출판호수 2003년 09월호 | 입력날짜 2003.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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