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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정글화 (http://jungpd.co.kr http://jungpd.co.kr)
Subject   ☞ ‘세계의 학교’로 부상하는 중국
월간중앙 10월호

[정길화PD의 중국 엿보기] ‘세계의 학교’로 부상하는 중국

 
곰곰이 따져봐야 할 ‘최대 고객’ 한국
 
 

한국의 차이나 신드롬은 중국으로 몰려드는 유학생들의 수에서도 두드러진다. 중국내 전체 외국인 유학생의 42%를 차지하는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마구잡이식 중국유학이 봇물을 이루다 보니 “한국에서는 일부러 질 낮은 학생을 외국으로 내보내느냐”는 식의 중국 당국의 불평까지 듣는 실정이다.“초등학생의 조기 중국유학만큼은 적극 만류하고 싶다”는 중국유학의 虛와 實.  
편집자주>
 
 
 
사진설명> 중국어를 배우는 한국 유학생들이 많은 곳 중 하나로 꼽히는 베이징시 경제관리학원.
  
 
중 국에 외국인 유학생이 몰려들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어느 사이 ‘세계의 시장’으로 떠오르더니 이제는 바야흐로 ‘세계의 학교’가 되려는 것인가.

가히 중국은 이제 세계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세계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온갖 것이 중국으로 러시를 이룬다.

베이징(北京) 국가유학기금 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02년말 현재 중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전년도보다 38.7% 증가한 8만5,829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서의 유학생은 대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보이는데 규모 면에서 한국 학생들이 단연 으뜸을 차지한다.

자료에 따르면 한국 유학생은 3만6,093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42.0%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위를 차지한 일본 유학생(1만6,084명)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3위는 7,359명으로 집계된 미국이 차지했고 그 다음은 인도네시아(2,583명)·베트남(2,336명) 등의 순이었다.

그 뒤를 태국·러시아·프랑스·영국·호주 등이 잇는데, 이들은 모두 중국내 유학생이 1,000명을 넘는 수준이다.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겪은 올해의 경우도 연말에 통계를 내면 이러한 증가세는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학교’로

 
사진설명> 北京 시내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우다코 거리의 한 한국 식당 벽에 나붙은 각종 한국 광고 전단들.(※ 사진들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그 중에서도 수도인 베이징에서 유학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3만명에 달한다. 이 같은 숫자는 중국 전역 외국인 유학생의 40%에 해당한다. 상하이(上海)·톈진(天津) 등의 유수한 도시가 있지만 역시 중국의 정치 중심지인 베이징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 같다.

외국유학생의 입학을 허용하는 베이징 소재 대학은 63개에 이른다. 중국의 교육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 이내에 베이징 대학들의 외국인 유학생은 5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또 중국어 학습 위주의 단기 유학생은 현재의 2배 정도로, 연평균 5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베이징르바오(北京日報)는 전한다. 가히 중국유학 열풍이 특히 베이징으로 불고 있다.

지난 7월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로 유명세를 더한 칭화(淸華)대학의 경우 외국 유학생이 매년 2~3 배로 늘고 있다. 올해는 사스 여파로 주춤했음인지 지난해 동기 대비 50%가 늘어났다고 한다.

전통에 빛나는 베이징 대학의 경우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200여 전공 학과를 개방했으며 그 중 역사학과·고고학과·철학과 등 인문 계통 전공 학과를 선택하는 외국 유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궈쩡파(中國政法)대학 학부와 대학원에 새로이 입학한 유학생은 그 동안 이 학교에 재학중이던 전체 유학생 수와 비슷한 규모라고 한다. 중국어 전문 교육기관으로 유명한 베이징위옌(語言) 대학은 외국 유학생 모집 정원을 계속 늘리고 있다.

베이징르바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최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중국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는 외국인들이 늘면서 이 같은 유학 바람이 계속 거세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현재 중국에 유학하는 많은 외국 유학생들 가운데는 졸업 후 중국에서 취업할 기회를 찾을 희망을 가진 학생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공별로는 중국어를 필두로 한 문과가 6만8,438명(79.7%)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한의과를 포함한 의학분야는 6,713명(7.8%)으로 2위를 차지했다.

중국이 이들을 공짜로 공부시켜 줄 리 만무하다. 90% 이상의 외국 학생이 자비 부담으로 중국에 유학한다(반면 한국어를 배우는 중국 학생은 한국 정부나 기업에서 상당한 장학금을 받으면서 공부한다). 유학하면 학비니 생활비로 만만찮은 돈이 들게 마련이다.

유학생들의 증가로 인해 중국 내에 창출되는 일자리는 3만개, 직접적 수입은 50억위안(元)에 달한다고 중국 신문은 보도했다. 50억위안이면 약 7,500억원에 달한다. 엄청난 돈이다.

가히 ‘유학 특수’다. 중국이 틈만 나면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를 들먹이고 협상 테이블에서 ‘협박’하는 모양인데, 중국내 유학생 중 40%를 넘는 한국 유학생이 쏟고 가는 학비 등으로 인한 교육수지의 막대한 흑자는 감안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번 계산해 보자. 베이징대·칭화대·런민(人民)대 등 베이징 소재 대학의 1년 학비는 연 2,500~3,000달러 내외다. 사회과학원 같은 석·박사 위주 연구원도 연 3,500달러는 든다. 당연히 학비만 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밥도 먹어야 하고 책도 사야 하고 어학 테이프도 사야 한다. 표준 발음으로 중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이로부터 푸다오(輔導, 중국어 개인지도)도 받아야 하겠다. 무엇보다 생활공간, 문화공간으로써 숙소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학교 기숙사에 입주하면 경비가 좀 싸겠지만 한국 기준에서 보아 이들의 시설은 그리 좋지 않을 뿐 아니라 그나마 수가 부족하다. 필자가 아는 유학생들의 경우 학교가 밀집한 쉬에위엔루(學院路)에 가까운 우다코(五道口) 일대의 아파트를 찾아 나오는 수가 많다. 여기에 월 300~500달러 정도가 소요된다.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베이징의 코리아타운 왕징신청(望京新城) 같은 곳에 세를 들면 교통비가 추가로 발생할 것이다. 이런저런 비용을 합하면 유학생 1인당 통상 1년에 평균 1,0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문화비·유흥비·의료비까지 감안하면 액수는 더 커질 것이다.

줄잡아 한국 유학생이 4만명이면 대충 계산이 나오지 않는가. 엄청난 돈이 베이징 일대에 뿌려지는 것이다. 물론 그 중 일부는 베이징 일대의 한국인 음숙업 자영업자들에게도 돌아가겠지만 어떻든 유학생 특수는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한국 유학생은 봉, 엄청난 교육수지 赤子

 
사진설명> 베이징대와 함께 한국 유학생들이 선망하는 칭화대 정문

유학생이 학생비자인 X비자를 받고 입국하면 의무적으로 거류증을 받아야 하고, 등록할 때마다 이를 경신해야 한다. 이 때 수수료도 내야 한다. 이것도 반복되면 적은 돈이 아니다. 일찍이 본란에서 필자가 말한 대로(‘월간중앙’ 2002년 11월호 ‘정길화 PD의 중국엿보기’의 ‘체험 중국학습의 비싼 수업료’편 참조) 날짜를 어겨 벌금이라도 내려면 비용은 막대하다.

어긴 날짜를 계산해 하루에 500위안(약 7만5,000원)씩 벌금을 ‘때리기’ 때문이다(유학생이 아니더라도 이 돈은 큰돈이다). 외국인을 관리하기 좋도록 만든 것으로 보이는 거류증은 아마도 중국의 국부 창출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다. 하여간 외국인은, 특히 유학생은 중국에서 ‘봉’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학위나 졸업을 목표로 하는 사람 말고도 한국 유학생은 많다. 중국어 연수생, 보통 진수생(학위 없이 청강생 자격으로 각자 자기 분야를 연구하는 학생), 고급 진수생, 연구학자 등의 명목으로 중국에 오는 1년 내외의 단기 체류 유학생들도 적은 수가 아니다.

정부기관·지방자치단체·언론사·기업 등에서 파견하는 연수자나 중국 진출을 준비하는 개인 자격의 준비생이 그들이다. 이들의 행로를 보면 대체로 중국어를 공부하면서 이를 발판으로 관련 분야에 대한 정보를 구하거나 중국내 인맥을 쌓는 데 노력을 경주한다(그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올해의 경우 사스 사태로 인해 여의치 않았지만 드넓은 중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견문을 얻는 것도 중요한 연수 과정 중 하나다. 이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비는 아무리 중국의 물가가 상대적으로 싸다고 해도 만만치 않다. 또 이들 중 일부는 가족과 함께 오기도 한다. 당연히 부대비용이 늘어난다.

이렇게 보면 한국인이 중국에 유학와 뿌리고 가는 돈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이미 지난해 한국인의 외국 방문객 수에서 중국이 드디어 미국을 추월하고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을 찾는 유학생이나 관광객이 폭증한 것이다. 여기서 비롯된 엄청난 교육수지, 관광수지 적자를 합하면 잘은 모르지만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애면글면 휴대전화 팔고, 에어컨 팔고, 자동차 팔고 해서 버는 돈을 훨씬 상회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 우려다.

한·중 수교 이래 중국에서 사기당하거나 자신의 잘못으로 사업에 실패한 등의 누적된 ‘수업료’는 제외해도 이렇다. 문득 통상(通商) 협상 테이블에 나가는 우리측 대표가 이런 부분에 대한 확실한 자료를 가지고 중국측 대표에게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

어쨌든 중국이 외국 유학생, 특히 한국 유학생 유치를 위해 일부러 노력한 것은 별로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중국 당국이 지난 1996년부터 5년간 이른바 ‘211 공정’ 등을 통해 183억위안(약 2조7,450억원)을 투자해 교육 인프라 구축 사업을 한 것은 사실이다. 대학별로 여러 경로를 통해 발전기금을 모금해 시설 개선과 투자를 하고 있기도 하다.

베이징의 좀 이름 있는 대학은 지금도 캠퍼스 곳곳에 신축 건물을 짓거나 내부 시설을 개선하는 공사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냉정히 말해 그 대학과 중국의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것이지 외국 유학생을 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국의 일부 대학들은 유학생이 낸 학비로 중국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개선 등에 쓴다는 등 유학생들의 지탄을 받는 실정이다. 일부 대학의 중국어반에 가 보면 급작스러운 수요 증가로 인해 표준 보통화를 구사하지 못하는 지방 출신을 기용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중국경제 낙관적 전망으로 유학생 증가

 
사진설명> 런민대앞 거리 풍경

그런데도 유학생들은 밀려온다. 중국에 무슨 꿀단지라도 있는가. 있다면 그것은 중국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다. 유학생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은 무엇보다 중국경제의 추세가 세계적으로 중국 관련 수요의 증대를 기대하게 하기 때문이다. 즉, 연 7%대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중국의 발전은 세계적 다국적기업의 중국 투자를 확대시키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올해 외국의 대중국 직접투자가 570억 달러로 사상 최고였던 지난해보다 43억 달러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고 한다. 중국은 2002년 전년보다 12.51% 증가한 527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해 세계 최대 외자 유치국으로 올라선 바 있다.

이로써 학생들에게 중국 유학이 그들의 인생에서 미래지향적 결정이 되리라는 확신을 주고 있다. 또한 개혁개방 이후 꾸준히 진행된 중국사회의 수준 향상으로 외국인들이 지낼 만한 생활 여건이 되었다는 것도 작용했으리라고 본다.

중국 당국은 외국인 유학생의 비율이 7~10%에 달한다며 이 정도는 선진국 대학에 못지않다고 자랑한다는데, 솔직히 중국의 학문 수준이 높아 그런 것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에 온 대부분의 유학생이 중국어를 필두로 한 문과를 공부하고 있다. 중국어야 당연히 중국의 수준이 세계적일 수밖에 없다.

중국어를 배워 중국과 관련있는 직업을 구하겠다는 차원으로 유학오는 것을 두고 자국의 학문 수준을 거론한다는 것은 자만심에서 오는 또 하나의 중화주의일 뿐이다. 어쨌든 기세가 오른 중국측은 곧 서울에서 중국유학박람회도 개최하는 모양이다. 본격적으로 한국 학생을 싹쓸이할 심산인가. 차제에 유학생들을 위한 생활, 문화 인프라나 잘 정비했으면 좋겠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중국 특유의 거오(倨傲)는 그렇다 치고, 따져야 할 문제는 따로 있다. 과연 이렇게 봇물처럼 중국으로 쏟아져 들어갈 일인가를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분명히 말해 중국에 온 유학생들은 누가 강요하고 협박해서 온 것이 아니다.

중국의 발전을 예측하고 원대한 비전을 갖고 왔든 한국에서의 진학이 여의치 않아 ‘어떻게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왔든 모두 스스로 원해서 제 발로 중국으로 유학왔다.

 
사진설명> 베이징 시내 한 대학의 한어(중국어반) 강의

학내 복지시설도 형편없고 유학생을 위한 장학금도 미흡하지만 자신의 선택이니 누구를 탓할 것인가. 그런 것도 다 중국을 아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체험을 쌓을 일이다. 관건은 각종 수업료를 내는만큼 본전을 찾는 일이고, 소기의 성과를 올리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점들이 있다.

먼저 학업에서의 치열성이다. 이 얘기를 하기에 앞서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학업에 임하는 다수의 학생들이 더 많다는 것을 전제하고자 한다. 다만 중국유학은 다른 나라보다 용이하다 보니 학력과 열의가 검증되지 않은 일부 학생이 손쉽게 유학와 일탈하는 사례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목적의식이 분명한 대학원생보다 학부생들에게서 문제점이 발견된다. 한국 유학생들의 해방구로 불리는 우다코에 나가 보면 술 먹고 비틀거리는 한국 학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유학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푸는 것으로 보기에는 주량과 빈도가 심상치 않다. 부모의 손에서 벗어난 청춘 남녀 학생들이 어울려 다니거나 동거하는 일은 얘깃거리도 안 된다(하기는 미혼 남녀의 동거를 다룬 ‘옥탑방 고양이’까지 나오는 판이니…).

성실히 공부하는 사람은 원래 눈에 띄지 않는다. 밤낮없이 공부하고 세미나실에서 토론하는데 어찌 허튼 짓으로 이목을 끌겠는가. 결국 일부 학생들의 방종이 두드러져 보이고, 이들이 한국과 한국인의 이미지를 흐리게 한다.

이들 일부 학생들 때문에 삼성 휴대전화와 LG 에어컨과 현대 자동차로 형성된 한국의 이미지가 상하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중국인과 만나 조금이라도 친해지면 그들이 거의 대부분이 하는 질문은 “왜 한국은 그런 학생들을 유학보내느냐”는 것이다.

아무나 유학갈 수 없는 중국의 조건에서 정말 아무나 유학을 나온 한국의 상황이 황당하고 어이없는 듯했다. 내가 아는 한 중국인은 “한국의 교육당국은 질 낮은 학생을 일부러 외국으로 내보내는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느냐”고 정색으로 물었다.

대개의 한국 유학생은 한어 진수반에서 중국어 공부하다 한어수평고시(HSK, 중국어수준테스트) 6급 이상을 받으면 본과에 진학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 학생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고 별도의 외국 유학생 관리에 따라 입학하게 된다. 들어가서뿐만 아니라 입학 후의 학업에서도 상대적으로 느슨한 학사관리를 받는다. 그러다 보니 학업에서의 성과나 치열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베이징저널’이라는 재중 한인사회의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는 조선족 지식인 정인갑(칭화대 객원교수) 씨는 최근의 글에서 ‘한국의 말단 대학도 가지 못할 학생이 베이징대·칭화대에 입학한 경우 이들을 중국 학생과 같이 취급하면 100점 만점의 시험에서 8~20점밖에 맞지 못한다.

외국인이므로, 또 당장 돈 버는 것에 눈이 어두워 학교당국은 제명도 하지 않고 시험 문제도 쉽게 내며 졸업장도 준다”고 실태를 폭로한 바 있다. 신라시대에 견당 유학생은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었는데 오늘날 중국 유학생의 격은 이렇게까지 떨어졌다.

너무 많은 중국유학생, 대접 못 받아

 
사진설명> 한중사회과학연구회에서 한·중 관련 세미나를 열고 있는 한국 유학생들.

다음으로 유학의 효과에 대한 문제다. 힘들게 공부해 제대로 써먹지 못한다면 허망한 일이다. 이 문제는 중국 유학생과 중국 관련 학 과가 너무 많다는 데서 온다. 중국에 있는 4만여 명의 한국 유학생에 국내에 있는 80여 대학의 중문학과와 중국 관련 학과 졸업생을 합하면 해마다 수많은 인력이 배출된다.

중국인들조차 한국인들의 이러한 중국유학과 중국어 배우기 열풍에 놀라면서도 쉬 납득하지 못하는 눈치다. 이 같은 수치는 중국의 종합대학급 중문학과 전체 졸업생 규모와 비슷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정인갑 씨는 “4,300여 만명 인구의 한국에서의 중문학 및 중국학과 졸업생이 13억명의 중국과 비슷하니 이것은 결코 정상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인력 양성이 한·중관계와 중국경제에 대한 엄밀한 분석과 진단 속에서 나온 것도 아니다.

이들은 졸업 후 무엇보다 한국 기업으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한국인보다 한족과 조선족을 고용하는 경향이 있다. 관리자급은 본사에서 나오고 실무자들의 경우 고용의 현지화가 진행되고 있다.

본사 요원은 대체로 처음부터 그 기업에 입사해 훈련받은 사람이고, 중국 근무를 위해 일정한 언어 연수를 받고 파견된다. 그로 인해 중국 대학을 졸업한 유학생이 그 전문성을 인정받고 유수한 한국 기업에 취업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이들에게 한국 수준으로 급여를 주는 것이 만만치 않고 앞에서 말했듯 유학생의 입학 전형과 학사 관리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기업의 입장이다. 이들은 “한국 유학생이 중국어는 조선족만하지 못하고 영어는 한족 중국인보다 못하다”는 말도 한다.

물론 중국 관련 학과 학생들이 많이 배출되면 그들이 스스로 고용을 창출하고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교육의 성과를 단기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작금의 유학 붐과 한국 내의 중국 관련 학과의 과다한 정원은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문제는 이런 것이 고스란히 중국 내에서의 비용 지출로 이어지고, 또 중국인들에게 한국과 한국인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비전만 바라보고 계속 가기에는 그 돈과 시간이 아깝다. 이래저래 돈 쓰고도 대접 못 받는 한국인이 너무 많다.

여기에 덧붙여 최근 늘어나는 무분별한 조기 유학의 문제까지 다루기에는 지면이 부족하다. 이와 관련해서는 꼭 한 마디만 하고 싶다. 나라면 부모 슬하에서 벗어나 오로지 중국어 학습만위해 초등학생을 조기 유학보내는 것만은 적극 만류하겠다고.  
  
출판호수 2003년 10월호 | 입력날짜 200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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