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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퍼오미
Subject   반갑지만 아쉬운 영화 '실미도'

반갑지만 아쉬운 영화 '실미도'
[특별기고-강정구 교수] 다시 보는 역사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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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극장가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실미도'에 대해 동국대 강정구 교수가 글을 보내왔다. 강 교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의 역사적 진실 등에 대해 나름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네티즌들과 영화팬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강 교수의 기고문을 소개한다. 아울러 이 글에 대한 반론이 제기될 경우 그 역시 소개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 영화 <실미도>의 한 장면.  
 
ⓒ2004 씨네마서비스
 
설 연휴를 맞아 모처럼 '실미도'라는 영화도 보고 '한씨 연대기'도 관람하는 '문화생활'을 즐겼다. 두 가지 다 우리 현대사의 비극을 담은 것이기에 나의 구미를 당겼다. 훌륭한 작품들이었지만 나를 더욱 기쁘게 한 점은 젊은이들이 관람객의 대부분이었다는 사실이다.

'실미도'는 어디까지나 영화이기에 북파공작원에 관련된 역사의 진실을 한정적으로 다루고, 또 단순화하여 극단화하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영화 자체로만 판단하면 당시 정치적 결정에 의해 공작이 중단되지 않았더라면 주석궁을 요절냈을 터이고, 그랬더라면 통일이 됐을 것이라는 '순진하고' 어이없는 망상을 할 수도 있다.

이에 필자는 실미도가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 북파공작원 관련 역사적 진실을 일부 밝히고, 이 영화가 가져올 수 있는 그릇된 역사해석을 경고하고자 한다. 이로써 우리 현대사의 뿌리와 참모습을 제대로 꿰뚫어 볼 수 있는 비판력을 기르는데 조그만 기여라도 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북파공작원 관련 역사의 진실

진실 하나

실미도는 북파공작원, 다른 말로는 북파 무장간첩 이야기다. 이제까지 우리는 간첩은 북한만 보내는 것으로 믿었지 남한이 북한에 보낸다는 것은 좀처럼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데 정보사령부에 의하면 휴전이후 남한이 북한에 보낸 간첩가운데 실종된 사람이 7726명이며 이들의 위패를 전부 모시고 있다한다.

또 미군이 북파했다 실종된 간첩이 3천명이란다. 물론 이 숫자도 MBC가 2002년 2월 24일 방영한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서 미군이 주도한 KLO대원들은 터무니없이 축소된 숫자라고 강변하고 있어 축소된 숫자일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 간첩들을 북한보다 남한이 오히려 더 많이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국회의원 김원웅은 국방부 자료를 인용해 1950년 이래로 1999년까지 총 남파공작원은 6446명이며, 그중 생포자 3177명, 사살자 1644명, 자수자 275명임을 밝혔다.(<동아일보>-2000-11-8).

이 남파간첩 통계에 의하면 휴전이후 남한에서 생포, 사살, 자수자가 5096명이고 1350명은 북으로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 남파간첩의 생존 북한 귀환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 수 없어 전체 남파간첩 숫자는 파악하기 힘든다.

북파간첩의 경우 <신동아>(2001년 1월 호)에 의하면 50년대 북파 간첩의 생존율은 겨우 10%에 지나지 않았지만 60년대 이후는 90%에 이른다고 한다. 60년대부터 북파간첩으로 갔다 실종된 숫자는 약 2150명으로 알려졌다. 이렇다면 실제 남한이 북파간첩으로 파견한 숫자는 최소한 연인원 2만1500명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이 정도면 미군이 북한에 보낸 간첩을 빼더라도 남한이 북한보다 더 많은 간첩을 보낸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물론 실미도와 같은 북파공작원 부대는 백의사, HID(Higher Intelligence Dept.), KLO, 호림부대, 구월산유격대, 동키(Donkey), 블루보이스(Blue Boys), AIU, 해군ONI, 해군359부대, UDT(Underwater Demolition Team), CID, 공군첩보대, 단독침투 특수부대인 관악산부대, 대만의 장개석첩보부대 등으로 다양하게 존재했었다.

놀라운 사실이지만 이러한 역사의 진실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고, 그 결과 나쁜 짓은 북한만 하는 것이지 남한과 미국은 하지 않는다는 허구 속에 우리가 빠져 있은 셈이다.

진실 둘

설악부대 등의 훈련과정을 보면 영화 실미도에 나오는 정도의 훈련강도를 훨씬 능가하는 반인륜적이고 극한적 훈련과정이 실제 있었다. 훈련병이 굶주리고 지쳐서 도망을 쳐다 붙잡히면 동료들로 하여금 그 도망자를 돌과 주먹으로 쳐죽이게 하는 잔인한 처벌도 있었다. 또 영화와는 달리 먹거리를 주지 않은 채 훈련병을 산 속에 보내 며칠동안 칡뿌리와 뱀, 도마뱀, 다람쥐 등을 잡아먹게 하는 훈련 등이 있어 훨씬 더 극한적인 상황에 그들은 시달렸다.

2002년 3월 15일 200명의 북파공작원들이 서울 광화문에서 도심시위를 하면서 밝힌 바에 의하면 이들은 "입사에서 퇴사까지 단 한 번의 외출, 외박, 면회, 휴가가 없었던 24시간 완벽한 통제 속의 생활"했으며 성적인 욕구도 '가끔 산속 창고에서 위안부와 관계를 맺는 것으로 해결해야 했다'한다.

김 아무개(40)씨는 82년 10월에 설악산에 있는 개발단에 들어갔고 당시에 40여 명의 동기가 있었는데 이중 복아무개라는 동기가 탈영을 했다가 잡혀온 적이 있었다고 한다. 부대에서는 복씨를 감금한 채 온갖 고문을 자행했다.나중에는 '배신자'라는 간판을 목에 걸고 동기들로 하여금 3시간 동안 끌고 다니면서 때려죽이게 했다. '나는 동기를 때려죽였다는 죄책감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동기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맞아죽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정보사는 나아가 간혹 탈영하다 잡힌 사람들을 배신자 처리의 본보기로 발가벗긴 채 족쇄와 올가미를 씌워 끌고 다니며 동료들로 하여금 소꼬리 채찍이나 싸리나무, 몽둥이로 때려죽이게 했다"고 전한다(<오마이뉴스>, "우리의 한 맺힌 인생을 보상하라", 2002. 3. 15)

진실 셋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남이나 북이 서로 간첩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파견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그러나 이 희생자들에 대한 배려에서 남과 북은 극히 대조적이다. 북은 6.15공동선언에서 비전향장기수(대부분 남파공작원)의 송환을 명문화해 이 남파공작원의 존재를 일찍 인정하고 송환까지 요구하는 정책을 펼쳤다. 이 결과 송환된 장기수에 대해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치렀고, 평양에 에어콘이 달려 있는 아파트를 배당하고, 결혼을 주선하는 등 이들에 대한 보상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그러나 남은 북파공작원의 가스통시위 등 격렬한 저항운동으로 사회문제화 되기 전까지는 북파공작원 존재자체를 부인했을 뿐 아니라 겨우 작년 연말에 국회에서 보상법을 통과시키는 정도였다. 이전에는 보상은커녕 오히려 이들을 감시 및 정탐하여 이들의 생존권 자체를 방해하는 일들을 국가가 자행했다. 이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가진 인권적 인간이 아니라 그야말로 단순한 인간 소모품으로 취급된 셈이다. 또 영화와는 달리 실미도 사건에서 살아남은 공작원은 네 명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되어 결국 사형을 당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이들은 진실을 폭로하지 않고 당국이 요구하는 대로 거짓 진술하면 생명을 보장해주겠다는 약속에 꾀어 거짓 진술을 했으나 결국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된 셈이다.

진실 넷

남쪽이 주도해 보내거나 양성한 북파공작원에 대한 전모는 조금씩 밝혀져 역사의 진실이 드러나고 있지만 미군이 보낸 공작원의 실체는 전혀 드러나지도 않고 언제 밝혀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앞의 정보사 발표에서도 미군이 보냈다 실종된 숫자가 3000명이었다. 또 최근 MBC가 밝힌 바와 같이 어부들을 위장 월선시켜 간첩행위를 한 공작에서도 그 훈련을 부산 미군부대인 하야리아부대에서 시켰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제 미군에 의한 피해자도 당당히 나서고, 우리 정부도 머뭇거리지 않고 당당하게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또 보상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군이 저지른 북파공작원 전모도 그 진실이 규명되고 알려져야 할 것이다.

진실 다섯

영화에서는 공작원 모두가 사형수와 같은 범법자였지만 이는 부분적인 사실에 불과하고 많은 수는 엄청난 보상 등을 미끼로 모집된 청장년들이었다. 신출귀몰한 탈옥수 신창원을 경찰에 신고하여 체포하게 한 광주의 김아무개는 대북 첩보부대 HID의 후신인 AIU(Army Intelligence Unit) 출신이었다. 그는 89년에 고등학교를 마치고 특수부대에 입대해 특수부대에 근무하였으므로 90년대 초까지 이 첩보부대는 활동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는 "구체적인 부대이름은 밝힐 수 없다. 국가가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간다는 마음가짐이 있었다. 특수부대도 국가가 불러서 갔다. 훈련과정에서 '나'를 버리게 됐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내 목숨은 국가를 위해 있고 언제든지 바칠 수 있다. 그런 의무감과 사명감이 있어야 자긍심도 생긴다"고 말할 정도로 긍지를 가졌다고 한다. 분명히 자포자기한 범법자가 아닌 지극히 정상적인 일반 시민이었다.

영화 '실미도'가 안고 있는 그릇된 역사해석

역사해석 하나 : 군사제일주의

  
 
▲ 영화 <실미도>의 포스터  
 
ⓒ2004 시네마서비스
영화를 보면 실미도부대장인 안성기를 비롯해 대부분의 부대관련자가 작전계획이 정치적 판단에 의해 취소된 데 대해 분노와 개탄의 목소리를 발한다. 본의 아니게 군사문제에 정치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군사제일주의가 은연중 전파될 위험을 이 영화는 안고 있다. 그래서 정치적 개입이 없었더라면 주석궁이 폭파되어 결국 통일이 되었을 텐데 너무 아쉽다는 식의 허황된 상상이 관람객 사이에 쉽게 자리잡은 점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러한 군사제일주의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우리는 역사 속에 쉽게 확인한다. 6.25전쟁 때 미군사령관인 맥아더는 한반도와 중국접경에 무려 26개의 원자탄을 투하할 것을 강력히 고집했다. 만약 국제여론과 정치가들이 이 전쟁광인 맥아더의 군사제일주의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면 오늘날 우리는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지금도 미국의 고위장성은 북한에 대한 무력공격을 강력히 주장한다. 이랬을 경우 그 엄청난 전쟁참화는 미국이 안는 것이 아니라 고스란히 우리에게 씌워진다.

필자는 2004년 국방비 증액과 자주국방의 문제점에 대한 학술토론회를 사상 처음으로 국방부 산하기관과 민간 평화운동간에 가진 적이 있었다. 당시 절감한 것은 국방장관은 절대 군인출신이 맡아서는 안 되고, 군사정책 문제는 국방부 산하에 둘 것이 아니라 대통령 직속으로 두어 군사제일주의의 침투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분단냉전체제 아래 있는 우리의 경우 국방부나 군사관련 기관의 힘이 막강하여 이들에 대한 문민통제는 가장 절실한 문제이다.

역사해석 둘 : 국가혐오주의

영화는 국가주의의 문제점을 아주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훈련병의 주민등록을 아예 말소시켜버리고, 훈련병 모두를 살해함으로써 부대해체와 비밀의 탄로를 막는 계획을 국가가 꾸몄다. 그야말로 인간은 없고 단순한 소모품으로만 부대원들이 인식 및 취급되었다. 이 결과 국가혐오주의가 영화 전 장면에 깔리고 있다.

물론 이러한 국가주의에 대한 경계는 정당하다. 그러나 모든 국가가 이런 혐오주의의 대상인 것은 결코 아니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등 냉전개발독재국가 시대의 국가와 민주화 시대의 국가는 동일한 국가가 결코 아니다. 영화 속의 국가가 모든 국가의 본질인양 과대 일반화되는 영역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국가주의에 대한 경계는 좋지만 잘못하면 신자유주의 식의 시장독재 찬양주의로 빠질 우려가 있다.

역사해석 셋 : 패거리주의

영화는 훈련병들 사이의 끈끈한 전우애를 듬뿍 담고 있다. 극단적 상황일수록 이런 전우애는 필요하고 끈끈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피로 뭉쳐진 전우애가 가져올 파국에 대한 경계심이 희박해지는 것은 아닌지 심히 염려스럽다. 특히 군사문화가 시민사회 곳곳에 침투한 우리 사회의 경우 유독 의리를 강조하는 악습이 남아 있다. 흔히들 전두환과 장세동 간의 의리나 깡패들 사이의 의리도 의리 그 자체는 높게 평가되어져야 한다고 한다.

전우애나 의리가 변종이 되다보면 패거리주의가 된다. 이는 소집단의 이익과 의리 및 전우애를 위해 보편적 가치인 사회규범이나 윤리규범을 박 먹듯이 위배하는 것으로 반윤리와 범법행위로 귀결된다. 친구간의 우의를 위해 친구의 강도 짓에 동참하는 것이 올바른 우의나 우애는 아니듯이 빚나간 전우애가 XX대 전우회 같이 얼마나 극우적인 폐단을 가져오는지를 우리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전두환이 이끈 하나회라는 군대 패거리가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짓밟고 광주학살을 불러온 반역사적 범죄는 바로 패거리의리와 전우애에 기반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냉전성역 허물기'의 일상화를!

위의 북파공작원 문제와 같이 현대사, 북한, 통일 영역의 많은 현상들은 극단적인 냉전분단체제 아래 이제까지 음폐되고 왜곡되어 역사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 남북이 서로를 원천적으로 적대 및 부정(否定)하여 상대방에 대해 악의적인 덧칠을 하여 악마화 하고 자기 것은 절대적인 선으로 미화하거나 신성시 해왔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전쟁, 친일파청산, 정통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주한미군, 연방제, 주체사상, 김일성, 김정일, 민족자주, 평화협정 등이다. 여기에는 언제나 교과서와 같은 '표준정답'이 있어 이에 도전하게 되면 그들은 인혁당이나 조봉암처럼 죽음에 처하게 되거나 국가보안법에 의해 처벌을 받고 또 왕따도 당하고 불이익을 겪어야 했다.

필자는 이들을 냉전성역이라고 개념규정 했다. 곧, 극단적인 냉전분단체제 아래 어느 누구도 감히 손댈 수 없는 성역, 곧 금기영역이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규정했다. 이들 냉전성역에 대한 표준정답은 진짜 정답이 아니라 허물어져야 할 허구가 대부분이다. 더구나 세계사적인 탈냉전과 민족사적인 통일시대를 맞은 이 시점에서 이들 냉전성역을 허물지 않고는 민족의 화해, 협력, 평화, 통일을 향해 제대로 나아갈 수 없다.

  
 
▲ 강정구 교수  
 
ⓒ 강수연
냉전허물기를 통해 역사의 진실과 실재를 밝혀 냉전논리에 의해 왜곡된 것을 바로잡고 극복해서 이 냉전성역들이 더 이상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는 민족앞길을 가로막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일, 곧 냉전성역 허물기는 꼭 거창한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맞닥뜨리는 영화 실미도와 연극 한씨 연대기 등을 통해 영감과 고뇌를 얻어 한 두 발자국씩 역사의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데서 이룩될 수 있을 것이다.  

2004/01/27 오후 2:32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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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1.28 -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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