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미국은 석유에 목마르다.
2001년 말 현재 세계에서 확인 된 석유의 매장량은 1조 5백억 배럴(1천 4백 3십억 톤)인데, 이 중 무려 65.3%에 해당하는 6천 8백 5십 6억 배럴이 중동에 묻혀있다.
나라 별로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전체의 24.9%를 그리고 이라크가 10.7%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라크 보유량은 현재 중남미(9.1%)와 유럽(1.8%) 전체에 매장되어있는 석유의 양과 맞먹는 수치이다. 그저 막연히 세계 1, 2위의 보유국이라고만 불리우기 섭섭할 지경인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얼마를 가지고 있는가? 전체의 2.9%인 3백억 배럴을 보유하고 있다(어떤 이들은 미국엔 석유가 졸라 많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발굴을 안하고 있다고 우기는데, 이거 순전히 뻥이다. 알라스카에 있다고 주장하는 지질학자들이 있지만 현재까지는 가능성에 불과할 뿐이고 그렇다 해도 발굴에서 상용화까지 몇 년의 세월이 소요될지 아무도 모른다).
생산량으로 볼 때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총 생산량의 11.8%, 러시아가 9.7%, 이라크가 3.3%를 공급하고 있으며 미국은 무려 9.8%의 생산비율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전체 매장량의 2.9%를 가진 미국이 그 3배가 넘는 9.8%를 생산하는 것이다.
소비량을 따져보면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데 미국이 석유를 소비하는 비율은 세계 전체 소비량의 25.5%에 이른다. 이는 유럽 전체가 소비하는 21.7%보다 훨씬 많을 뿐더러 아시아 전체의 27.7%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은 석유 소비량의 약 6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 중 각 24%를 중동과 중남미에서 들여오고 있다. 또한 미국이 소비하는 석유의 45.2%가 가솔린으로 이는 세계 평균인 31.5%를 훨씬 넘어서는 수치인데도 소비자 가격의 경우 우리 나라의 1/3 수준으로 판매하고 있다.
최근 석유의 뒤를 이어 주요 에너지원으로 등장한 천연가스의 경우, 2001년 말 현재 세계에서 확인 된 매장량은 2조 4천 6백 4억 입방미터인데 (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02), 이 중 36.2%는 구 소련에 그리고 36.1%는 중동에 묻혀있다.
나라 별로는 러시아가 전체의 30.7%를 그리고 이란과 카타르가 14.8%와 9.3%를 보유하고 있는데 미국을 포함한 북, 중, 남미와 유럽 전체를 합쳐도 12% 정도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은? 전체의 3.2%를 보유하고 있다(천연가스는 석유와 달리 지금도 대규모 발굴작업이 여러 건 진행 중에 있으며 향후 중동과 중국에서 많은 양의 천연가스가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이다).
생산량은 러시아가 세계 총 생산량의 22%, 미국이 22.5%, 그리고 영국이 4.3%를 공급하고 있다. 소비량으로는 미국이 세계 전체 소비량의 25.6%를 쓰고 있고 유럽 각국이 19.5%, 러시아는 15.5%에 이른다. 미국은 천연가스 소비량의 약 20%를 수입하는데 이는 주로 캐나다에서 들어오고 있다.
이거 뭔가 굉장히 우습지 않은가. 2.9%의 석유를 가진 나라가 총 생산량의 9.8%를 공급하면서 무려 25.5%를 소비하고 있으며 3.2%의 천연가스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22.5%를 공급하고 25.6%를 쓰고 있으니 말이다.
여기까지만 봐도 석유자원의 확보가 미국의 안보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1870년 Standard Oil의 설립과 내연기관의 발명에 따른 자동차 산업의 부흥에 힘입어 성장을 거듭하며 산업과 생활의 중심에 석유와 자동차를 두면서 미국은 적절한 시기에 터져 나온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의 유전, 그리고 중동에서 발견되기 시작한 엄청난 양의 석유를 영국과 함께 장악하면서 말 그대로 석유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를 형성하였다.
그렇게 흥청망청 석유를 소비하던 미국은 1, 2차 세계 오일 쇼크로 인해 큰 고초를 겪으면서 석유자원의 확보를 국가 안보와 결부시키게 되었었다(이런 저간의 사정이 궁금한 사람은 여기를 누르면 관련 기사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앞에 언급한 자료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제 미국은 자기 땅에서 맘 편하게 갖다 쓸 만한 석유가 거의 없다. 단순계산으로 따지면 현재의 매장량은 3~4년의 소비만으로도 고갈이 되는 것이다. 가까이에 있는 멕시코(전체의 2.6%)와 베네수엘라(전체의 7.4%)의 매장량을 다 합쳐봐야 그저 이라크 정도의 수준이고 중동의 석유는 말 그대로 바다 너머 저 멀리에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평소 소비량의 적어도 두 배 정도는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어야 할 미국으로서는 비상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은 석유소비를 줄이든가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거나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 정도인데 가솔린 값이 정권의 유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까지 하는 미국의 국민들에게 석유소비, 특히 자동차용 연료소비를 줄이라는 것은 삶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과 맞먹을 정도의 사건이며 게다가 그들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석유와 자동차 산업을 고꾸라트릴 수는 없을 터이다.
그래서 이전 대통령인 빌 클린턴은 재임기간 내내 천연가스의 개발과 보급에 힘을 쏟아 많은 효과를 보았고 부통령 출신으로 선거에 나섰던 고어는 선거 공약을 통해 대체에너지 개발에 커다란 무게를 실었던 것이다.
그런데 다 알다시피 부정선거 시비라는 우여곡절 끝에 당선 된 부시의 배후에 버티고 있는 석유와 군수산업 자본은 세계가 평화 속에 서로 협력하여 새로운 에너지나 대체에너지를 발굴하면서 알콩달콩 살아가는 것은 바로 자신들의 파산을 의미한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천연가스와 전력 중개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엔론이 부시 집권 초기에 회계부정으로 나자빠져버린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정상적인 시장경제하에서 그들이 안정적 이윤을 확보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인 것이다.
부시의 집권과 함께 석유자본가의 뇌리엔 지난 1, 2차 오일 쇼크를 통해 OPEC 회원국들만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던 미국과 영국 석유 메이저 회사들의 기억이 떠올랐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석유 자본가의 아들이자 직접 석유회사를 경영하기도 했으며 기독교 근본주의자인 부시가 집권하게 된 2000년 말에 이미 미국은 패권 장악의 길로 나아가기로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며 911 테러는 이를 급격히 앞당기는 작용을 하게 된 것이다. 결국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것은 석유자원과 자국 중심의 패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데에 더 이상 논란을 벌일 이유가 없을 것이다.
왜 이라크인가?
미국이 지금 축출의 대상으로 지목하며 핏대를 세우고 있는 후세인이라는 인물이 사실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지원하여 키운 인물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데 왜 후세인은 미국에 배신을 때리게 되었고, 미국은 그런 후세인을 십 수년 동안 공적(公敵)으로 삼아 들들 볶아대는 것일까? 아래 지도를 보면 그 해답이 절로 나온다.
앞서 아프리카와 유럽 사이에 끼인 조그마한 지역인 중동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양의 석유가 묻혀있는지 설명한 바 있다. 이라크는 그 중동의 바로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접경하는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쿠웨이트, 시리아, 요르단, 터키인데 이들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합하면 무려 전 세계 매장량의 53.5%와 21.8%에 해당한다. 이러니 후세인의 간이 배 밖으로 안 나오게 생겼는가.
미국에 슬슬 개기기 시작하던 후세인이 1990년에 기어코 이라크 군대를 이끌고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점거했을 때 당시 서방 및 미국의 집권층과 아버지 부시의 뇌리를 스친 것은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권 나부랭이나 세계 평화 따위가 아니라 무려 43%에 이르는 석유매장량이었고 그 패권을 잃었을 때 닥쳐올 미국의 위기였던 것이다.
특히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아프가니스탄을(위 지도에서 맨 오른 쪽에 보이는 땅이다) 이란과 접경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련의 영향권으로부터 배제하기 위해 십 년이 넘도록 내전을 지휘해 온 미국이 느끼는 위기감은 실로 절박했던 것이다. 그러니 당시 그들은 혼비백산하여 연합군을 결성하고 이라크를 친 것이다.
그런데 8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걸프전을 거치며 십 수년이 지나는 동안 세계 석유시장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70년대부터 80년대 중반까지 계속된 고유가로 인해 석유 소비가 상대적으로 줄고 OPEC 지역 외의 유전개발이 늘어나면서 석유판매가 부진하자 OPEC은 Net-Back Pricing(가격결정권을 정유업자에게 일임하는 제도)을 도입하였고 석유선물시장이 개장되면서 세계 석유 수급 상황과 가격곡선이 차츰 안정을 찾게 된 것이다(이의 상세한 상황도 역시 위에 언급한 관련 기사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2000년까지 안정세를 유지하던 석유시장을 뒤 흔들어버린 사건이 발생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9.11 테러인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은 아버지 부시의 집권 실패와 함께 일선에서 물러나 클린턴 시절 내내 천연가스와 대체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안보 및 대 중동 정책에 대해 커다란 증오를 키우고 있던 미국 내 보수세력이 부시 행정부 안에서 득세하고 전면으로 나서게 된 계기도 제공한 것이다.
이런 미국의 모습에 긴장한 것은 오사마나 후세인 뿐만 아니라 안정된 석유시장을 바탕으로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형성하고자 애쓰던 EU 주도국들과 러시아, 중국 등이었다.
그들은 기운 빠진 오사마나 후세인이 저지를 테러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걸 꼬투리 삼아 석유자원을 독점하고 나아가 자국 중심으로 세계 질서를 재편하고자 하는 소위 "위대한 미국"의 망령이 한편으론 거북하고 한편으론 무서운 것이다.
9.11과 대 아프가니스탄 보복 공격 이후 최근까지 국제 사회의 반발세력과 UN이라는 틀 안에서 대립하던 미국 측은 더 이상은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급기야 독단으로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패권 장악의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 뻗친 것이고 이는 현재 진행 중에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 이번 기사가 다루고자 했던 미국의 대 이라크 침공에 얽힌 배경과 목적을 설명하고 독자 여러분이 판단할 수 있는 논점을 제시하였다.
기회가 닿는다면 다음에는 이번 침공의 결과에 따라 미국의 마스터 플랜이 어디로 어떻게 갈 것인지 그리고 그 계획 속 어디쯤에 북한이 위치하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한편 석유를 포함한 에너지의 문제와 대체 에너지 등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잠시 편집국으로 마실나온
이규훈
( kyuhoonl@bcline.com)
|
  |
211.160.14.21 - Mozilla/4.0 (compatible; MSIE 6.0; Windows NT 5.1)
|
|
|
|
| | |
| | |
|
|
|
|
|
|
|
|
|
홈페이지
이름검색
58
4
5
야만의 시대
War's tale told 2 ways Media from other natio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