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절정!” 중국외교
이      름: 퍼오미
작성일자: 2006.11.29 - 09:30
절정!” 중국외교(조선일보, 2006.11.06)

“미국 중심의 정치·경제 질서 형성을 뜻하는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 -nsus)’에 맞서
중국 주도의‘베이징(北京) 컨센서스’의 본격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요즘 아세안과 아프리카를 겨냥한 중국의 파상적인 외교 공세를 지켜보는 홍콩 ‘차이나 워처(China
watcher· 중국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 지난 한 주에만 중국에서는 신중국 출범(1949년) 이후
60여 년 만에 가장 성대한 ‘매머드급 외교 잔치’가 두 개나 열렸다.

서막(序幕)은 남부 광시(廣西)좡(壯)족자치구 난닝(南寧)에서 지난달 30일 열린 아세안과의 정상회담.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 등 동남아 10개국 정상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개별 회담을 가졌다. 이들은 다방면에서 협력을 약속하는 공동 성명서도
채택했다.

선스순(沈世順)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아·태 연구실장은 “이번 회담은 ‘10+1’ 형식으로 아세안
정상들이 중국을 찾은 최초의 사례”라고 했다. 1991년 76억 달러 남짓하던 양측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1,303억 달러로 15배 넘게 급증,‘중국이 기침하면 아세안은 감기가 걸리는’ 형국이 됐다.
중국의 대(對)아세안‘입김’이 절정에 이르렀다는 방증이다.

오는 2010년까지 아세안과의 FTA(자유무역협정)를 통한 ‘중화권 경제공동체’ 탄생은 이미 가시권에
들었다. 중국은 ‘동남아 비핵무기 지역화’ 조약 서명과 정기 군사 교류, 군사 기술 상호지원까지
합의, 미국의 포위망을 허무는 전략적 성과도 올렸다.

지난 4~5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은 중국 외교력의 정수(精髓)를 보여준 또 다른
이벤트였다. 48명의 아프리카 정상들이 3일 동안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등 최고 지도부와 75차례 개별
양자회담을 가진 것이다. 일주일 동안 60여명의 국가원수들이 한 나라를 찾아와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세계 외교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 정부는 아프리카에 100억 달러의 빚 탕감과 경제협력, 인재 양성·교류 같은 파격적인 선물
보따리를 안겨 주었다. 난닝 아세안 정상회담을 위해 5000만 달러(500억 원)를 쏟아 붓는 등 제3세계
수뇌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갖은 정성도 기울였다.

이들 외교 잔치가 의미하는 바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중국 외교의 패러다임 대변화이다. 과거의
‘도광양회(韜光養晦· 빛을 감추고 힘을 기른다)’에서 ‘유소작위(有所作爲· 필요할 때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로 바뀐 것이다.

둘째는 국제 무대에서 중국의 부상과 제3세계의 예속화 가능성이다. 아세안 정상들이 호텔에 머물고
있는 원자바오 총리를 차례로 찾아와 인사하고 회담하는 모습은 중화제국의 부활을 연상케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대응은 어떠해야 할까? 유일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가 점점 멀어지는 가운데
최악의 독재정권인 북한에 무조건 양보하는 것은 최소한 해법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동맹과의 전략적
연대 강화와 중국이 모방할 수 없는 경제·기술력과 매력 넘치는 국가 브랜드 구축, 바로 이런 것들이
중국 앞에서 우리의 자존(自尊)과 자주(自主)를 지켜낼 방책이 아닐까.

송의달·홍콩특파원 edso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