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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퍼오미
Subject     “中 동북공정, 단순한 패권주의 아니다”
  
    
  “中 동북공정, 단순한 패권주의 아니다”  
  <인터뷰> 이욱연 교수 “중국의 동북아전략, 세계전략의 일환”
 
  2004-08-13 오후 5:42:58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를 단순히 중국의 패권주의와 중화주의로만 바라보지 말고 중국의 동북아전략, 세계전략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욱연 교수, “中 동북공정, 동북아전략의 일환”
  
  중국문화를 전공한 서강대 이욱연 교수는 12일 프레시안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하고 “패권주의로만 바라본다면 이번 사태를 너무 단순하게 해석할 수 있고 대응 범위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중국의 동북공정 연구목적은 국가통일과 변경지역의 안정과 발전 등이며 특히 만주, 동북지역을 동북아시아의 중심, 핵심고리로 상정하고 있다"며 "이는 서남공정 등 다른 연구 프로젝트의 민족 통합차원과는 다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이에 따라 이 문제는 “‘중국이 동북아 정세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라는 고도의 전략적인 차원, 즉 중국의 동북아전략과 세계전략과 맞닿아 있는 문제”라며 “고구려사 문제는 동북아 틀의 재편과 관련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책단계가 더 큰 문제”“동북아 안정에 오히려 해라는 점 지적해야”
  
  이 교수는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지금은 동북공정이 연구단계이지만 앞으로 중국 정부가 이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정책으로 집행하는 단계가 올 것”이라며 “이 때가 더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이 연구성과를 어떻게 정책과 연관짓고 얼마나 수용할지는 모르지만 동북공정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책사업인 만큼 대다수가 동북아 정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중국 정부의 태도에 대해 패권주의라는 비판과 민족주의적인 접근보다는 중국 정부에게 “이러한 정책으로 변경의 안정을 추구하고 동북아 안정을 통한 중국의 세계전략을 펼치는 데 오히려 해가 된다”는 점을 인식시켜줘야 한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오히려 “중국이 원하는 동북지역의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그러나 대만 문제 등을 섣불리 카드로 활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대만 문제는 중국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국가목표로, 달라이라마의 방한 문제 등과는 달리 “중국은 국가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해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 중국의 전 민족적 차원에서 문제가 크게 터질 수도 있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국, 동북아에서의 허브 아닌 고리 역할 찾아야”
  
  아울러 이 교수는 우리의 자세 변화도 촉구했다. 새로운 동북아 시대에 있어 우리는 동북아에서의 고리역할, 링크역할에서 우리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과 일본의 민족주의적인 색채가 강해질수록 우리의 역할이 증대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새로운 동북아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쌍변적인 외교관계에만 젖어있던 우리도 다변적인 외교관계에 익숙해 져야 한다”며 “명분만으로는 우리의 이익을 찾을 수 없으며 미-중-일-러와 관계에서 고착된 동맹관계보다는 사안에 따라 대응을 달리하는 능동적이고 유연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中 공산당, 사회통합기제로 90년대 들어 민족주의와 전통 부쩍 강조”
  
  그는 또 중국이 동북공정 등을 추진하게된 근본적인 사회적 배경으로는 90년대 들어 강조된 민족주의와 전통의 강조 등을 꼽았다.
  
  중국 정부는 사회통합기제로서의 사회주의가 퇴보함에 따라 민족주의를 들고 나왔고 민간 영역에서도 당시의 반미와 반서구 분위기, 경제적 성장으로 인한 자신감 등으로 민족주의적 분위기가 팽배해졌다는 것이다.
  
  이밖에 동북지방의 내재적 불안 요인도 한 요인으로 꼽았다. 동북지역은 개혁개방이후 오히려 더 경제적 빈곤 양상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범죄발생률도 높아졌고 농촌붕괴율도 중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중의 한 곳이었다는 지적이다.
  
  그는 끝으로 "동북지역, 만주는 냉전과 식민과 모순이 집약된 땅이고 동북아 근현대의 그늘"이라면서도 "이번 고구려사 문제를 계기로 오히려 동북아의 상생과 새로운 동북아 관계를 정립하는 기초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다음은 김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中동북공정 추진 배경, 중국의 동북아전략, 세계전략과 관련”
    
  
  서강대 이욱연 교수는 "중국의 동북공정은 단순히 패권추구라기 보다는 중국의 동북아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 중국이 고구려사 왜곡과 동북공정을 추진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이욱연 교수 :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의 전략이 화평굴기(和平堀起), 유소작위(有所作爲) 등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패권주의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그런 의미를 표면적으로 내세우지 않더라도 패권주의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게만 보면 이번 사태를 너무 단순하게 해석할 수 있다. 중화주의, 패권주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로만 보면 우리 대응 범위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설사 있다 하더라도 대응논리를 찾고 우리 역할과 주장을 관철하는데 한계가 있다. 우리도 민족주의를 가지고 대응할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효과적인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차분하게 중국이 왜 이 동북공정을 시작했고 동북지역이 중국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찬찬히 볼 필요가 있다. 중국측 자료를 보면 공통으로 나오는 연구목적은 국가통일이다. 즉 다수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인 중국이 국가통일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연구 목적이다. 다음으로 변경지역의 안정과 발전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동북공정은 동북지방이 개혁개방이후 불안정해졌다고 보고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동북지역이 동북아시아의 중심지구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는 바로 동북지역 틀을 짜는 문제가 중국의 동아시아 전략차원과 세계적인 전략차원과 맞물려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동북공정의 소주제 마지막에는 한반도의 상황이 동북지역 안정에 미치는 항목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북한의 정세를 포함한 전반적인 정세속에서 동북지역을 어떻게 안정화시키고 중국 중심으로 편입하며 이탈을 방지할 것인가를 의미하는 것이다. 중국은 동북지역을 동북아시아에서의 핵심적인 고리, 전략적인 중심고리로 여기고 있는데 이런 착상을 하고 있다는 것은 동북공정이 서남공정 등에서처럼 단순히 민족 통합차원이 아니라 다른 차원에서, 동북아의 핵심 고리라는 차원에서 중시하고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보자면 소련해체 이후 주변 지역의 이탈과 불안정이 중국에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됐다.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민족적인 분열이고 소수민족 거주지는 대부분 변경지역이다. 중국 사회의 큰 문제인 경제적인 발전 격차 문제가 이 민족적인 불안정 문제와 합쳐지면 증폭되면서 사회, 정치적으로 위험한 불안정 요소가 되기 때문에 변경지역을 중시하고 있다.
  
  이런 일반적인 차원 이외에 또다른 문제가 중국의 동북지방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가장 핵심지역이라는 측면이다. 이런 차원에서 이 문제는 중국의 한반도 정책과 관련되고 영토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중국이 동북아 정세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라는 고도의 전략적인 차원까지고 모두 고려하고 있는 문제라 할 수 있다.
  
  “中, 변경안정 중시. 고구려사는 동북아틀 재편과 관련된 문제”
  
  프레시안 : 동북아 전략차원에서 중국이 21세기에 그리는 큰 그림은 무엇인가.
  
  이욱연 : 중국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동북공정 연구 프로젝트가 정책의 기초라고 말하고 있다. 즉 이 연구성과를 토대로 이후에 정책수립을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연구단계로서 중국 정부도 이를 토대로 정책을 어떻게 수립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것에는 단순히 역사문제로만 접근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전략을 어떻게 세울지도 같이 연결되고 있다.
  
  중국의 동북아 전략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변경의 안정화 문제이다. 다른 변경지역인 베트남, 인도 등과는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데, 동북지역이 핵심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이 지역은 단순히 한국과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한반도 정세변화는 중국내 안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를 볼 때 6자회담이 중-미간 힘겨루기로서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 시기는 한반도에서 미국과 중국의 힘의 균형이 어떻게 되느냐의 고비에 와있다. 중국은 현상유지책을 쓸 것이다. 즉 북한이 무너지지 않고 자기 힘 아래 계속 놓이게 할 것이고 한편으로 북한의 불안정이 자국의 불안정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동북아 지역의 힘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신경을 쓸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고구려 문제는 단순히 고구려사와만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 틀과 관련된 것이다. 냉전이전에는 동북아틀은 안정적인 구조였지만 지금은 재편되는 과정이다. 그 가운데 핵심 지역이라 할 수 있는 만주, 동북지역이 대두하고 있다. 이 문제는 동북아를 어떻게 의미 짓는지와 연관된다. 여러 나라들 사이에서 동북아지역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 교수는 "중국의 동북공정은 지금은 연구단계지만 앞으로 정책으로 반영되는 단계가 올 것이며 이것이 더 큰 문제"라며 "패권주의라는 비판과 민족주의적인 접근보다는 중국 정부에게 '중국이 원하는 동북지역의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

  “개혁개방이후 동북지방 불안정 국내외적으로 더 심화”
  
  프레시안 : 동북공정이 갖는 그러한 국제적 의미와 배경 이외에 국내적인 배경과 의미를 좀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특히 개혁개방이후 동북지방의 불안정이 더 심해졌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이욱연 : 경제적 차원으로도 불안해졌지만 그러한 점이 한중수교이후 더 심해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동북공정은 변강연구 3기 프로젝트인데 이러한 배경이 동북공정이 중국 정부 내에서 다른 의미부여가 되는 특수성의 또 다른 이유이다. 아울러 최근에는 탈북자 문제로 이 지역의 불안정이 또 한번 커졌다. 동북공정을 연구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둘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들 지역에는 한중수교이후 한국인이 많이 가고 있고 한국 TV 방송 노출도가 상당히 높다. 또 어떤 한국인들은 소나무가 없는 지역에 ‘일송정’을 심는다고 갖다 심기도 했고 한국 상징물을 돈 들여세우기도 했다. 그러면 중국인들은 이를 뽑아버리곤 했는데 이러한 행동들이 모두 중국을 굉장히 불안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중국 변경지역 문제에서 강력한 모국이 있는 지역은 이 지역밖에 없는데 그 상황에서 기독교 신앙이 조선족 사이에 상당히 넓게 퍼져나갔다. 이는 탈북지원단체 및 한국 기독교단체가 적극적으로 활동한 결과인데 중국 정부는 이를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이 지역은 또 중국내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낙후돼 있다는 것도 문제이다. 농촌이 붕괴됐다. 일할 사람들은 다 도시로 나왔고 여자들은 한국 등으로 많이 나왔다. 게다가 한국에 왔던 조선족들이 실패한 후 되돌아가서 이 지역의 범죄율은 상당히 높아졌다. 다른 어느 지역 보다 붕괴정도가 더 심한 것인데 이런 국내적인 요구도 동북공정에 중국 정부가 특별한 관심을 둘만한 내재적인 배경이 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이 지역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얼마전 하얼빈에 갔다 왔는데 이 지역이 요즘 다시 살아나고 있다. 소련의 원조가 중단되고 중소관계가 악화되면서 이 지역은 침체됐지만 요즘 들어서 중국 정부 엄청난 지원을 받고 있다. 하얼빈 공대는 중소관계에 좌우되던 대표적인 대학인데 이번에 보니 9대 중점대학으로 선정됐으며 1백20억원을 지원받았다. 또한 러시아 경제가 살아나면서 중-러 교류가 활발해져서 이 지역이 살아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이는 또 중국이 국제적인 의미로나 국내적인 의미 등으로 동북지방을 중시한 데 따른 결과이다.
  
  “새로운 조선책략 필요. 명분만으론 다변관계로 변하는 현 정세 적응 못해”
  
  프레시안 : 그런데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는 한미동맹에 경도돼 있던 과거 모습에서 보다 합리적인 한미동맹을 수립하길 바라는 시각들이 많았는데 이번 중국의 고구려사 문제로 다시 어느 한쪽에만 경도되는 그런 양상도 보인다.
  
  이욱연 : 지금 형세가 구한말 같다는 말이 있는데 어찌 보면 그런 형국이 됐다. 미국의 일방적인 우산 아래 있다가 이제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우리 생존 자체를 어떻게 도모할 것인가라는 절박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새로운 조선책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우리가 작은 나라라는 점을 인정하고 사고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명분만 가지고 사고해서는 안된다. 명분만 가지고는 냉전이 와해되고 쌍변관계에서 다변관계로 넘어가는 한반도 주변정세에 적응을 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일방적 종속관계에서 벗어날 필요는 분명히 있다. 그러면서 미국의 힘을 견제할 때는 러시아나 중국의 힘을 이용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러, 일, 대만 고리 등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식으로 대응해나가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국민이 갖지 않고 명분론과 민족주의적 사고에 젖어 있으며 변화된 다변적 우리 주변의 상황을 대처하지 못한다. 동북아적인 다변적 틀에 따라 사고하는 훈련을 우리는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역할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미국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적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이 동북아 균형추로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다시 생각해봐야할 문제이다. 미국의 한반도 분단이나 한반도에 대한 부정적인 의미는 분명히 인식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국이 동북아 힘의 균형을 어떤 식으로 이끌어내고 있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힘이 동북아에서 있을 때와 없을 때를 생각해 봐야 한다.
  
  “中, 90년대 들어 민족주의 및 전통 강조, 팽배”
  
  프레시안 : 동북공정이나 고구려사 왜곡을 추진하는 중국의 내면적인 배경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중국의 민족주의적인 측면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이것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배경이 아닌가.
  
  이욱연 : 중국이 상당히 힘들게 가고 있는 현상 가운데 하나이다. 중국은 원래 혼성 국가였는데 이를 중화라는 이름으로 묶어내고 내부적으로 단일하게 꾸려내려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이는 사실 중국 밖에서나 안에서나 큰 문제다. 천안문 사태가 발생할 때도 소련이 해체되면서 비판적 지식인들조차도 관방적인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이 민족적인 문제이다. 민족분열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히 크다.
  
  90년대 중국의 가장 큰 특징은 민족주의가 강조된다는 점이었다. 마오쩌둥 시대에는 자신들이 제일이라고 여겼던 분위기가 강했으나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개방을 해보니 자신들의 처지가 상당히 낙후됐다는 것이 드러나 민족적인 자기 비하 심리가 강했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서 경제성장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민족적 자부심이 크게 생겼고 이것이 민족주의로 연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야말로 중국이 일어서고 있구나 라는 자부심이 커진 것이다. 게다가 반서구 움직임으로 중국 문명이 그 대안이라는 분위기도 팽배해졌다.
  
  하지만 이는 중국 공산당의 의도와도 맞물리는 부분이다 . 89년 이후 중국 공산당은 이데올로기 장치로 발전주의와 민족주의를 상당히 내세웠다. 92년에서 94년 사이에는 애국주의 운동을 강하게 추진하기도 했다. 이 시기는 또 중-미 관계가 최악으로 떨어졌던 때였다. 미국의 중국 봉쇄론이 나오면서 반미 분위기가 형성되고 이때 민족주의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이러한 것이 맞물리며 중국 정부는 대내적으로는 대단히 억압적으로 내부 목소리를 잠재우고, 내부를 단일하게 구성하려고 하고 있고 밖으로는 대외팽창적인, 패권적인 모습으로 대두되고 있다.
  
  90년대 중국의 또다른 큰 특징은 전통을 무척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의 부활, 복조주의라 할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이 내세우는 3개 대표론에서도 공산당은 자신을 중국 전통의 대변자, 수호자로 언급하는 부분이 많이 등장한다. 이는 바로 민족주의와 전통을 이용 내부적 응집력과 구심점을 형성하려는 의도이다.
  
  이러한 전통의 부활과 민족주의 움직임은 사실 국가차원뿐만이 아니라 민간에서도 폭넓게 형성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의 전통 매듭은 지금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문화 코드 가운데 하나이다. 중국 매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엠블럼에도 들어갔을 정도이고 핸드폰 줄이나 머리핀 등으로 널리 애용되고 있다. 또 전통복장과 찻집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아울러 문화유산탐사책 등이 상당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국에서는 매춘을 단속할 때 매춘부들에게 발견되는 것이 립스틱하고 이 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이는 민족적 자부심과 민족문화 관심과 맞물려 있는 것이다.
  
  마이카 세대와 소득이 늘어나면서 여행붐도 대단해서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하는 여행코스가 계속 개발되고 있다. 그래서 소수민족지구는 좋은 문화 여행상품이 되고 있고 그러다 보니 문화유산을 당과 민간 합작으로 늘리려 하고 있고 소수민족유산을 중국 유산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과 연관되고 있다. 실제로 조선족 등 소수민족에 대한 한화 정책은 상당히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쌍변적인 외교관계에만 젖어있던 우리도 다변적인 외교관계에 적응해야 한다"며 "동북아에서 우리는 고리, 링크 역할에서 우리의 역할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레시안

  “사회통합기제로서의 사회주의 퇴보 따라 민족주의 대체”
  
  프레시안 : 중국 공산당이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이데올로기로 이용하는 것이라 했는데 사회주의에 대한 믿음이 이미 퇴보한 데 따른 것인가.
  
  이욱연 : 사회주의 믿음에 대한 퇴조를 민족주의로 대체하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거대 영토를 하나로 다잡기 위해서는 중심 통치이념이 있어야 하는데 가장 좋은 것은 바로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것이다. 중국 사람들도 중화주의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기에 자발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중국 문명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혼성의 문화 공간을 유지하지 못하면 중화문명 자체의 특질이 없어질 것이다. 당나라가 융성을 이룬 이유는 복합적 혼성의 국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중화질서라는 것은 원래 여러 가지 소중심의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며 이루어진 혼성을 의미한다. 단일한 중심 하나로 통일된 것을 만드려는 것은 바로 중화문명의 위기를 불러온다. 문화적인 통합을 이루려는 것은 자기들의 자해행위다. 요즘은 더욱 문화적인 보수적 통합을 이루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중국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간체를 번체로 바꾸자는 운동이다. 대중화문화권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들이 다 사용하고 있는 번체를 써서 이를 문화적 아이콘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구결과의 정책 실현 단계 올 것. 이때가 더 큰 문제”
  
  프레시안 : 이러한 사회 분위기로라면 고구려사 왜곡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는 그대로 추진할 가능성이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욱연 : 한국정부와의 마찰 때문에 의도적으로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지금은 연구단계이고 앞으로 정책으로 실현하는 단계가 올 것이다. 연구자들도 2005,6년에는 지도로 결과를 만들어 배포할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이를 정책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는 중국 정부의 판단 문제이다. 이때가 더 큰 문제이다. 단순히 역사문제가 아니라 중국 정부의 동북아전략에 따라 실제 정책으로 구현될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성과를 얼마나 수용하고 주변국 관계를 감안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중국 정부의 판단사안이지만 동북공정은 바로 중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집행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연구결과가 정책으로 구현될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
  
  “고구려사 왜곡, 동북아의 불안정성으로 연결됨을 강조해야”
  
  프레시안 : 대처방안과 수단이 별로 안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로서는 어떻게 접근하고 대처해야 하나.
  
  이욱연 : 타협점으로는 일사양용(一史兩用), 역사공유가 될 가능성이 제일 크다. 그 모델이 발해사이다. 발해사는 80년대부터 한국과 중국이 같이 쓰고 있다. 그런데 고구려는 독차지하겠다는 것인데 이 상황에서 문제는 일사양용까지 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중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점유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예전과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 교수는 “중국 공산당은 사회통합기제로 90년대 들어 민족주의와 전통을 부쩍 강조했다”며 이러한 분위기가 동북공정의 근본적인 배경이 됐음을 지적하고 "이번 고구려사 문제를 계기로 오히려 동북아의 상생과 새로운 동북아 관계를 정립하는 기초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프레시안  
  

  단기적으로는 우리의 고구려사 의미를 중국에 전달해야한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중국 정부에 전달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이 문제에는 중국의 내재적 요구, 정치적 문제, 동북아정세에 대한 중국의 전략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이를 감안해 동북지역에 가지고 있는 중국 정부의 불안정성 해소시켜 주는 일을 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우리 정부가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동북지역을 안정화시키는데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 우리는 동북아 정세에서 이 동북지방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인식을 해야 한다. 단순히 고토회복이나 좌절된 민족의식 치유하기 등 민족적 자존심만이 아니라 러시아 자원을 끌어오는 통로이고 철도를 통해 유럽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인 이 지역을 새롭게 보면서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어떻게 그 지역을 번영의 지대로 삼을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농업투자, 공업투자, 자원 유치 등도 생각해 볼만한 문제이다.
  
  북한 문제는 동북아 불안정성이라는 부분에서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다. 미-중 힘 조절을 하면서 북한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북핵을 빨리 해결하면서 남북관계 안정시키는 것, 이것이 동북지방의 불안정 해소시키는 데 중요한 열쇠이다
  
  이런 가운데서 중국 정부가 고구려사 왜곡과 이를 실제 정책으로 집행하려 하면 우리는 그러한 행동이 동북아의 불안요소가 된다는 점을 중국정부에 인식시켜야 한다. 중국은 동북아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동북지방에 대한 그러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그러한 정책이 중국이 원하는 동북아 안정을 어떻게 해치는지, 불안정성을 높이는데 어떠한 악영향을 주는지 정확히 집어 주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동북아 안정을 어떻게 담보하느냐가 핵심이다.
  
  만일 그렇지 않고 우리의 대응이 중국의 패권주의, 중화주의를 비난하는 쪽으로 흘러간다면 중국은 오히려 더욱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조선족 문제를 건드리는 정책을 펼친다면 더욱 문제해결은 어려워진다.
  
  “우리 의식도 변해야. 동북아 고리역할로 자리매김해야”
  
  이러한 가운데서 우리의 근본적 사고방식, 다변적 국제질서 속에서의 한국의 역할과 의미 등을 진지하게 사유해야 한다. 우리 한국의 키워드를 동북아시대로 잡은 것은 정확한 포인트이지만 어떤 역할을 할지는 잘 판단해야 한다. 우리는 동북아에서 고리역할을 잘하는 중심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다 끌어 들이고 선도하는 중심이 아니라 링커로서 고리를 잘하는 중심이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다. 이는 허브는 아니지만 상당히 의미있는 역할이다. 오히려 중-일의 민족주의 열기가 비등할수록 우리의 고리역할은 커질 것이다. 주도적으로 나서서 양국의 비판적 여론을 도와야 한다.
  
  민족주의가 자존심을 세우기에는 좋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해결책이 아니다. 상대방이 들고 있으므로 우리도 들어야 한다가 아니라 상대바이 들고 있으니까 우리는 다른 카드 내세워야 한다는 논리를 세워야 한다.
  
  지금 현 시점에서 일반 국민들도 사고의 틀을 바꿀 필요가 있다. 우리 외교틀이 쌍변관계에서 다변화하고 있는 데 대해 고민하고 일상적인 생활에서도 그러한 변화된 틀을 이용한 사고 훈련을 많이 하고 다른 사고틀을 세워야 변화된 틀 속에서 우리 위상과 역할을 찾을 수 있다.
  
  “대만문제거론, 매우 위험한 문제”-“고구려사, 새로운 동북아 계기 될 수도”
  
  프레시안 : 일각에서는 우리에게 다른 카드가 있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약한 고리를 거론하는 목소리다.
  
  이욱연 : 티벳 독립과 달라이라마 방한 등을 거론하는 것은 정의로운 차원에서는 맞다. 하지만 외교적인 차원에서 그런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잘못 건드리는 차원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은 사실 한국에 대해 상당히 높은 신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그들의 신뢰를 깨뜨릴 수도 있다. 물론 달라이라마 문제 정도는 우리가 너무 통제를 하는 면도 있다. 중국을 너무 전면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만 문제는 다르다. 대만 문제는 북핵과 바로 맞닿아있고 미국과 연결돼 있는 것이다. 이는 특히 미국과 직접 관련된 문제이므로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차원에서 건드릴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북핵을 포기하고라도 대만을 지키려 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해한다고 생각한다면 중국의 전 민족적 차원에서 문제가 크게 터질 수도 있다. 굉장한 폭발성을 가지고 있는 문제이다.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도 통일문제에 대해서는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이문제는 우리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대만 문제는 중국에게 국가적 장치구안(長治久安)에 해당하는 문제이다. 대만은 역사교과서 하나 잘못 썼다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다.
  
  동북지역, 만주는 냉전과 식민과 모순이 집약된 땅이고 동북아 근현대의 그늘이다. 그러면서 이 지역은 또 동북아 역사의 그늘이 응축된 땅이며 굉장히 혼성적으로 살았던 땅인데 지금 개별국가들이 모두 끌어가려는 땅이 됐다.
  
  하지만 그러한 그늘이 오히려 동북아의 상생과 새로운 동북아 관계를 정립하는 기초가 될 수 있다. 여기에서 밝힌 문제해결 방식이 단기적으로는 아무것도 해결 못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동북아 안정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경제적 차원의 실익도 보장해 줄 수 있는 방안이다.  
    
  
  김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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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8.14 -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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