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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리포트(2)-무엇때문에?-박치경(광주일보/북경대)
중국은 미국과 함께 한반도 정세의 흐름을 가늠할 중요한 키를 쥐고 있다. 중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방법을 찾기 위한 1,2,3차 6자회담을 주도한 것은 물론 향후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전체의 역학관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은 공지의 사실이다.
도무지 옴쭉달싹도 할 것 같지 않던 북한을 6자회담 협상테이블에 끌어들이고 세 차례나 회담을 진행시킨 중국의 진정한 속내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국제무대에서 특정사안을 놓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국가들의 공통점은 주변국사이에서 맞닥뜨린 문제가 자국의 이익과 직결돼 문제해결에 발벗고 나섰다는 점이다. 즉 자신의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제적인 문제가 잘 풀려야만 국가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거꾸로 잘 해결되지 못할 경우 국가이익에 심각한 지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한 최근 중국의 한반도 및 동북아 정책도 이같은 경험칙을 밑바탕으로 살펴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국내 관련 학계에서도 중국의 이같은 태도를 국가이익 추구라는 틀에서 판단하고 있는 터에 중국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한반도 및 동북아 문제에 대한 인식을 들여다보면 그같은 전제는 더욱 확연해진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의 대외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외교정책의 근간과, 개혁개방 이후 추구하고 있는 국가목표의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경대 국제관계학원 ‘량 소우 더’(梁守德) 교수의 ‘21세기 세계와 중국외교전략’ 논문을 바탕으로 해석한 중국의 신외교전략은 ‘실리’라는 한마디로 함축할 수 있다.
19세기와 20세기 초반 외세의 침탈에 시달렸던 중국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새로운 외교노선을 정립하게 된다. 특히 1980년대 개혁개방의 물결을 타고 경제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은 이른바 ‘완전독립자주적 화평외교’라는 대전제 아래 국가이익과 주권이익을 외교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놓게 된다.
중국 외교는 명목상으로는 국가의 독립과 주권의 유지 및 보호, 세계 평화와 발전촉진을 큰 축으로 삼고 있다. 근대에 들어서 혹독한 외세의 시달림을 받았던 중국은 이같은 기조아래 ‘평화공존 5원칙’(和平共处 五項原則)을 정하게 된다.(1991년 3월 제 7차 전국인민대표회의 4차회의)
‘상호 주권 및 영토 존중’(互相尊重 主权和領土), ‘상호 불침범’(互不侵犯), ‘상호 내정불간섭 ’(互不干涉內政), ‘평등과 상호이익 추구’(平等互利), ‘평화공존’(和平共处)이 그 것이다.
그러나 량 교수가 논문에서 중국의 외교전략을 21세기 국가목표 건설이라는 현실적인 관점에서 해석한 대목을 들여다보면 현재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정책의 기저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량 교수는 21세기 중국은 생산력을 높여 인민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켜야 하는 국가적 목표를 지니고 있는만큼 평화적 국제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논문에서 남북관계 등 한반도 정세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한반도 및 동북아정세의 평화유지가 국가목표를 이루는 데 중요한 외적 환경요인임에 틀림없다.
이와함께 량 교수는 개혁개방을 가속화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국가주권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외교전략을 구사해야하며 특히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 ‘경제외교’에 우선을 둬야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실리노선을 잘 드러내고 있다. 중국 국방대학원 ‘시 웨이 띠’(徐緯地) 연구원의 ‘한반도 핵위기 해결과 냉전 해소’라는 논문은 한반도 평화 유지가 왜 중국에 필요한지를 더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또 그는 중국의 잠재적인 맞수로 꼽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 중요하다는 전략적인 주장을 편다.
먼저 그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중국의 중요한 전략적 이익을 보장해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제발전을 추구하고 있는 중국의 국가이익 측면과 향후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관점에서 한반도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의 경제발전과 원조를 통해 북한경제를 연착륙시킴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냉전상태를 해소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현대국가 건설이라는)중국의 국가적 이익에 부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중국과 남북한간 경제협력이 이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추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즉 중국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북한 경제의 개혁개방을 가속화하고 더욱 많은 도움을 줌으로써 한반도에서 냉전의 요소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중국과의 국경무역을 통해 경제의 기반을 유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했을 때 이같은 가설은 큰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최근 중국자본이 평양 제1백화점 경영권을 확보하는 등 중국의 북한경제 진출과 함께 상호협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시 연구원은 또 한국과의 우호 협력관계 유지도 필수적이며 남북과 중국은 경제협력의 실현을 통해 한반도의 공동발전과 번영을 모색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같은 외면적 요인과 함께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비핵화는 향후 중국의 절대 안전을 보장하는 요건임을 그는 재삼 강조했다. 한마디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 중국이 개혁개방으로 마련한 국가경쟁력 증대에 큰 장애물이 될 수 밖에 없으므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서는 절대 안된다는 간절함이 배어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한과 체결한 ‘조중군사동맹’에 따라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자동적인 군사개입이 이뤄지고, 미국 역시 한국과의 동맹에 따라 참전이 불가피한만큼 한창 자본주의의 단맛에 흡족해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는 셈이다.
따라서 지금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 6자회담을 이끌어감으로써 한반도평화 유지에 쏟아붓는 정력은 21세기 외교전략에 나타나 있는 세계평화 발전에 기여하기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자신의 국가이익에 충실하려는 매우 실리적인 계산에서 솟아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다.
특히 그는 중국의 적극적인 한반도정책은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와도 맥이 닿아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중국과 미국이 대만문제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상태에서 중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보이고 있는 적극적인 행보는 북한핵 해결을 중심으로 동북아에서 형성되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획기적인 경제발전을 발판으로 미국과 맞설 수 있는 초강대국으로 지위를 격상시키려는 암묵적인 목표를 세우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통해 국제무대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아래 한반도에서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전통적인 영향력을 시험삼아보고 확장세를 견제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다는 판단을 가능케하는 대목이다.
이밖에도 한반도와 북한핵을 주제로하는 학자들의 관련 논문들은 일관되게 중국의 국가이익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한반도의 평화공존과 정세안정은 필수불가결한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중국내 학자들의 분석을 투영해보았을 때 중국의 한반도 평화유지를 위한 움직임은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이익의 극대화 추구라는 중국의 21세기 신외교전략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이 확실하고 이에 따라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더욱 전향적으로 추진되리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다.
이같은 추이에서 한반도 안보 정세변화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으로서는 향후 전반적인 역학 구도 설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의 동북아정책을 보다 냉철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중국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유지를 위해 국가적 역량을 동원하고 있는 의도가 어디에 있는 지 명확해진만큼 우리도 가장 현실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 앞으로의 정세변화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중국의 역할에 대해 맹목적으로 기대하거나 낙관하는 것은 금물이다. 비록 여건은 어렵지만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북한과의 관계에서 한반도 평화유지를 위해 우리가 주도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무엇인가를 찾고 이를 관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만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우리의 생존권 확보는 물론 주권국가로서의 권리행사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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