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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정글화 ( http://jungpd.co.kr)

Subject	중국속 한인이 무너지고 있다(조창완)

중국속 韓國이 무너지고 있다

在中 한인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험천만한 百態

조창완 중국 전문 프리랜서 ·베이징(

chogaci@hitel.net)

對중국 비즈니스의 폭발적 증가와 유학열풍 등으로 중국내 한국인 사회는 최근 급속도로 커졌다. 그러나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각종 이해관계로 인한 집단간 갈등과 안전·도덕 불감증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올 8월로 수교10주년을 맞는다.중국과의 경제 교류는 일본을 제칠 정도로 커졌다. 1992년 8월25일 노재원 무역대표부 대사가 대사관 현판을 걸고 있다.
1992년 8월24일 시작된 한·중수교의 역사가 10년을 맞이한다. 1990년 10월20일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와 중국국제상회 간에 대표부 개설에 관한 협의서 서명 이후 물꼬를 튼 양국간의 교류는 2년이 되지 못해 서로의 가치를 인정했고, 정식 수교로 이어졌다.
같은해 9월7일 첫 중국대사로 노재원(盧載源)씨가 부임했다. 그러나 공식적인 수교에 앞서 산둥(山東)반도를 기점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대한 중국 대륙에 대한 포석을 두기 시작했다. 1991년 5월 한진해운과 위동해운이 공동으로 인천-웨이하이(威海)간 노선을 운행하기 시작했고, 바다와 하늘의 길이 연거푸 뚫리기 시작했다. 특히 항공노선은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해 올 4월에는 왕복 2,200여회로, 그간 운항 횟수가 가장 많았던 한·일 항공노선을 제치고 수위로 나섰다. 경제교류 규모에서도 지난해부터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두번째를 차지한다.

커지는 교민사회의 위화감

이런 양국간 교류가 확대되면서 자연히 중국에서 살아가는 한국인도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에 장기 거주하는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경우와 주재원으로 중국에 건너온 경우다. 중국내 한국인 사업장은 IMF로 인해 잠시 주춤하다 최근 들어 중소자본 창업이 늘어나면서 다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베이징(北京) 근교로 중국 수도권 지역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톈진(天津)시의 경우만 해도 지난해 중반까지 8,000명 정도였던 사업비자(Z) 거류자가 1년만에 1만6,000명으로 2배 가량 급증했다.
베이징의 대표적인 한국인 거주지역인 왕징은 무려 3,000여 한국인 가구가 집중되어 있다. 이밖에 한국기업들의 사무실이 운집한 자오양(朝陽)구 옌샤와 유학생들이 몰려 있는 우다코(五道口) 등도 빠질 수 없다. 베이징에 살고 있는 한국인은 현재 10만명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2년 전부터 한국에 몰아닥친 중국열풍 이후 유학생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최근 베이징어언문화대학 등 베이징 어학연수 과정의 대부분은 한국 유학생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허언이 아니다. 지난해 8,000명에 달했던 유학생은 올해 들어 불과 1년만에 2만명으로 늘어났다. 베이징의 경우 올 봄학기에만 최소 3,000명 가량의 조기유학생들이 몰려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경향은 베이징 외에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국내 대기업의 대부분이 베이징 인근 도시로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톈진 지역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으며 1,000여개 이상의 한국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유학생도 급속히 증가했다.

한국의 중소형 기업들과 무역업의 중심도시로 꼽히는 칭다오(靑島)와 웨이하이·옌타이(烟臺)·웨이팡(푚坊) 등이 몰려 있는 산둥성 지역에는 한국인들이 지난(濟南) 등 반도의 내륙적으로까지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산둥성 내에서 이미 3,000여개가 넘는 한국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그밖에 상하이(上海) 및 광동(廣東)지역은 물론이고 쓰촨(四川)성 청두(成都)나 윈난(雲南)성 쿤밍(昆明) 등도 한국인회와 한국상회가 구성될 정도로 중국 대륙 내의 한인사회는 그 활동범주를 넓혀 가고 있다.
“중국 진출 한국인들에게 적은 중국인이나 조선족 동포가 아니라 한국인이다.”

중국에서 장기거주한 한국인들의 상당수가 이런 말을 쉽게 하고, 또 동의한다. 5년전 중국에 들어와 유학생활을 하면서 사업을 시작한 김모 사장은 몇차례의 경험으로 중국인보다 한국인에 대한 두려움이 더 많다. 김사장은 톈진의 중심가 3층 건물에 깨끗한 분위기와 음식 맛을 제공하는 일식당을 차리기 위해 수천만원을 들여 실내장식을 하고 주방기기를 구입하는 등 준비작업을 마쳤다. 하지만 개업도 하기 전에 김사장은 가게에서 쫓겨나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김사장과 계약한 건물주가 포기각서를 쓰고 그 건물을 다른 중국인에게 매매한 것이다. 새 건물주는 김사장에게 모든 것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면서 억울하면 본래 주인을 찾아 데려오라는 것. 이미 원주인을 찾기 힘든 김사장으로서는 아무 것도 챙기지 못하고 식당을 포기했고, 결국 폭력배에게 쫓겨나는 황당한 일까지 겪었다. 하지만 얼마뒤 김사장은 문제의 그 식당에서 한국인이 영업을 시작한 것을 알게 됐고, 모든 일을 새로운 입주자가 사주해 꾸며낸 사실도 알게 됐다. 자신을 쫓아낸 중국인 건물주보다 일을 사주한 동족에게 그는 엄청난 배신감과 좌절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톈진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임모씨는 “이 업계에서 서로 도와가며 살아도 어려운 판에 한국인들끼리 서로 헐뜯는 현실이어서 스스로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후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운영하는 식당은 한국인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추앙펑다오(雙峰道) 지역이다. 한국인 업소들은 3년 전만 해도 손으로 꼽을 정도였지만 지난해부터 급속도로 늘어나 현재는 음식점·당구장·PC방·호프집·피자가게·미용실·치킨집·분식집·카페·중국어학원 등 없는 것이 없을 정도다. 현재 50여곳이 성업중이고 개업을 준비중인 곳도 5개나 돼 한국인들의 창업 열풍을 실감할 수 있다.

이곳이 한국인 거리로 형성될 경우 급속한 한류(韓流) 등의 간접적인 영향으로 중국인들은 물론 톈진 거주 교민을 집중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동종업계의 견제와 질시로 인해 통과의례처럼 곤욕을 치러야 한다. 가장 흔한 것은 조금만 잘 나가는 업종이라면 주위에서 어김없이 고발이 접수된다. 중소 투자의 경우 대부분 정식 투자 절차를 거치기보다 우회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위험을 감수하는데, 공안국·위생국·소방국 등 중국 정부당국과의 마찰도 피하기 힘든 상황에서 같은 교민들끼리 고소·고발이 남발하는 것이다. 투서 등의 방식으로 중국 당국에 신고가 접수되면 최소한 수천위안에서 많게는 100만위안에 이르는 벌금을 감수해야 하는 판이다.

최근 추앙펑다오에 노래방을 열어 실내장식까지 마쳤던 한 한국업자도 이같은 일을 당했다. 수천만원을 들여 실내장식을 마치고 영업 허가를 준비하는 동안 신고가 접수돼 정부가 100만위안(1억5,000만원)에 해당하는 벌금을 때린 것이다. 그는 벌금 액수를 조정하면서 영업 허가를 따내려고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있지만, 녹록치 않게 보였다. 이런 식으로 손님 한번 들여보지 못하고 사업을 포기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렇듯 위험 수위에 있는 한국인들간의 반목과 질시는 결국 한국인 사이의 지나친 경쟁의식 때문이다. 그 부작용들이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베이징 왕징의 경우 얼마 전만 해도 고층 아파트 지하에 식당이나 카페를 차릴 만한 30평 정도의 공간을 얻으려면 월 5,000∼1만위안이 들어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2만위안대가 아니면 이만한 공간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인 건물주들은 가만히 앉아서도 한국인 업소들의 경쟁으로 인해 엄청난 임대료 수입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톈진의 추앙펑다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월 3,000∼5,000원 하던 임대료가 최근에는 1만위안대를 호가한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수는 1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사진은 베이징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왕징거리.거주 한국인 가구만 3,000가구가 넘는다.
유명무실한 교민단체

각종 교민들의 편의 제공에서부터 교민들의 권익을 위해 현지 중국 당국자들과 교량 역할을 하는 교민단체들도 유명무실이다. 아예 구성도 되어 있지 않을 뿐더러 만들어진 교민단체들도 교민들 사이에 불신을 얻고 있다.
교포사회에 만들어져 활동중인 교민단체들은 보통 지역별 한국인회와 한국상회다. 한국인회는 교민들의 복리를 위한 조직이고, 한국상회는 사업자들의 연합체로 한인회와의 협력은 물론이고 재정적 지원을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두 단체는 모두 중국 정부의 공식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권병현(1998년 4월∼2000년 8월) 대사 재임시 중국정부와 협의 하에 두 단체를 통합해 공식 허가를 받아내는 절차를 밟기로 했지만 홍순영(2000년 8월∼2001년 9월) 대사가 취임하면서 그것마저 유야무야됐다.

결국 두 단체는 아직 중국정부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단체로 그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단체 상근 사무국장조차 장기거류 비자를 얻지 못할 정도다. 결국 중국 기관들과 접촉할 때면 미리 불법 딱지를 붙이고 들어가 일을 처리해야 할 정도다. 이에 따라 베이징·톈진의 한인회나 상회의 가입률도 저조해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급속히 거주자가 늘고 있는 톈진 지역에서 한국인회에 가입한 사람은 전체의 1%에도 못미치는 160여명에 불과하다.

한인사회는 비대해졌지만 한인회는 불구에 가까운 것이다. 한인회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베이징과 톈진의 한국국제학교의 경우를 보면 그러한 모습이 단적으로 나타난다. 한국국제학교는 유아교육에서부터 고등학교 교육 과정까지 포괄하는 교육기관이다. 교육인적자원부와 주중 한국대사관의 감독 하에 있고 한인회나 상회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난제들이 수없이 많다. 1998년 9월부터 학생을 모집한 베이징국제학교는 토요한글학교에서 교장대리까지 지낸 한 교사가 학교공금 50만위안(약 7,500만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사태가 벌어져 뒤늦게 수습에 나서는 것을 비롯해 교사들의 잦은 교체로 빈축을 사고 있다.

베이징국제학교나 톈진국제학교는 교사 계약기간이 일정하지 않아 교육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 현지 채용 교사의 경우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하고 있지만 대부분 6개월로 계약한 경우가 많다. 베이징국제학교에 근무하다 조건이 맞지 않아 한국으로 돌아간 한 교사는 “현지 채용과 한국에서 파견나온 교사의 임금이나 대우 차이가 엄청나다. 현지 채용 교사는 숙사비를 포함해 한달에 1,000달러밖에 안되는데 한국에서 파견된 교사들은 주택비만 2,000달러다.

재단측은 교사들의 합리적인 요구에 대해 ‘이곳에 오려는 이들은 줄을 섰다’면서 ‘나갈테면 나가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결국 교사들의 불만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잦은 이직 때문에 학생들도 적잖은 혼선을 빚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민단체가 추진하는 행사나 사업도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것도 큰 문제다. 지난 5월3일부터 이틀 동안 치러졌던 재중국 한인체육대회도 갖가지 불협화음을 쏟아냈다. 대회 준비과정에서 협찬사에 대한 무리한 요구도 구설수에 올랐고, 거액으로 추정되는 협찬 금액의 사용처도 불분명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지 종교단체와 기업들도 텃세

2월말 톈진한국인회의 상근 책임자인 사무국장이 1년도 되지 않아 갑자기 바뀐 것도 많은 뒷얘기를 낳고 있다. 사무국장의 교체 이유는 업무 부적응에 따른 윗선의 압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해당 사무국장은 현지에서 유학생회장을 지내는 등 업무감각도 있고, 한인회의 역할 강화에 대한 나름의 포부도 지녀 발로 뛰면서 한인회를 위해 뛰고 있다는 평을 받았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그의 진짜 경질 이유는 현지 한국어 생활정보 잡지에 실린 한 기사에 대한 문책성 인사였다.

인터넷 패러디 신문인 ‘딴지일보’를 전재한 이 기사가 특정 지역 출신자들을 자극했고, 그 결과 이 지역 출신자들이 희생양을 요구해 사무국장을 경질했다는 것이다. 한인회 임원진에 그 잡지의 간부가 있었지만 결국 정치적 안배로 인해 직접적인 관계도 없는 사무국장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재중 한국인 사회에서까지 지역감정이 정치력을 발휘하는 한 예다.

이러한 경향은 사실 교민사회 곳곳에서 감지된다. 그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종교갈등이다. 이미 베이징과 톈진에는 각기 10여개에 달하는 교회를 비롯해 적잖은 종교모임이 있다. 이러한 종교모임들이 주목받는 것은 순수한 친목도모 때문이 아니라 모임들의 배타적인 모습 때문이다. 불교 신자로 최근 톈진에서 음식점을 개업한 이모 사장은 이미 수백명의 신자로 뭉쳐 활동하는 특정 종교의 배타적 습성 때문에 사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 작은 가게라도 하려면 우선 종교모임에서부터 얼굴을 익히라는 말이 있다.

이런 집단간 갈등은 대기업과 하청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국내 대기업들은 중국 사업에서 비교적 건실한 결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의 입장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대기업과 함께 중국에 진출해 수년째 납품하고 있는 한 주물공장 기업의 사장은 “톈진을 떠나게 되면 정말 대기업 담당직원을 꼭 손봐주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결제기간을 2~3개월씩 늦추는 것은 예사고, 한 대기업은 6개월까지 결제를 늦춰 가면서 애를 먹였다는 것이다.

오히려 ‘하이얼’이나 ‘창홍’ 같은 현지 중국 전자기업들은 4개월 가량이면 결제를 끝내는데 중국 진출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는 국내 대기업들은 결제기간을 늘려가면서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을 나몰라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하청기업과의 관계에서 대기업들이 폭압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예고 없는 클레임이나 계약을 어긴 주문 취소는 예사고 밤 늦은 시간에 하청업자들을 불러내 술값을 지불하도록 요구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베이징 카페거리(신리툰 바스트리트)에 있는 한국대사관도 최근 들어 강화됐다.
탈북자, 또 다른 위험 뇌관

한·일 월드컵이 열리면서 가장 바쁜 곳을 찾으라면 주중 한국대사관(대사 김하중)일 것이다. 중국인들의 한국행 비자 발급업무 때문이 아니라 잇따라 몰려온 탈북자들의 문제 때문이다.
중국에는 이미 적게는 5만명에서 많게는 20만명에 달하는 탈북자들이 들어와 생활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말이 통하고 중국 공안의 눈을 쉽게 피할 수 있는 동북 3성의 벽촌에서 노동력을 팔면서 곤궁한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베이징이나 톈진·선양(瀋陽) 같은 대도시에서도 탈북자들을 만나는 것은 희귀한 일이 아니다.

고궁(자금성) 등 여행지에는 어김없이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구걸하는 아이들이 보이고,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공장에도 찾아와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탈북자들이 적지 않다.
이들뿐만 아니라 북한에서 직접 파견된 직원이 근무하는 식당도 있고 각 대학에도 적지 않은 북한 유학생이나 연수생이 있어 한국과 북한 학생이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일도 흔하다.

이러한 현상은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일이지만 최근 들어 탈북자들이 한국 공관이나 외국 공관으로 진입해 망명을 시도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주중한국대사관의 업무 혼돈은 물론 외교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거기에다 대사관측과 관련된 내용을 보도하는 언론사들과의 갈등까지 빚어지면서 주중 한국사회는 전방위적으로 사분오열되는 양상이다.

지난 5월23일 모 언론사 특파원이 ‘탈북자 S씨, 망명 요청 3번 했으나 거부당했다’는 제하의 기사로 주중 한국대사관의 행태를 꼬집었다. 하지만 25일 이준규 총영사는 주중 한국대사관 홈페이지(www.koreaemb.org.cn) ‘열린마당’에서 ‘쫛쫛쫛특파원의 계속되는 왜곡보도에 대하여’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문제의 기사를 반박하면서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 토론을 통해 지금까지 보도에만 급급해 탈북자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던 보도관행에 대한 전반적인 비판은 물론이고 대사관의 관행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계속 늘어나는 탈북자의 공관 진입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외교에서 원칙을 중시하는 중국 정부가 우방인 북한과의 관계를 무시한 채 탈북자의 남한행을 묵인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한국대사관은 물론이고 다른 공관과도 관계가 있어서 탈북자 문제는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계속적으로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많다. 아직까지는 소수에 지나지 않는 탈북자를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여론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탈북자의 망명 요청이 늘어나면 이런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과거 재중 한인사회에서의 최대의 딜레마는 조선족 동포였다. 한·중 수교 이후 우리 교민과 조선족 동포간에는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좋지 않은 관계가 적지 않게 형성됐다. 하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교민과 동포들간에는 보이지 않은 ‘룰’이 생겨난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한민족이라는 유대감도 유대감이지만 상호간의 실익이라는 현실적인 이해관계쪽으로 흐르고 있다. 서로를 느끼고 이해해온 10여년 동안은 실제로 상호간에 도움을 주기보다 서로를 수단으로 인식하면서 감정의 골이 많이 패였기 때문이다.

아노미 상태에 빠진 한국인들

재중 한국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 가운데는 중국인과 조선족 동포의 한국인 대상 범죄 위험도 있지만 한국인들 스스로 안전의식이 부족하다는 것도 큰 문제다. 극단적인 사례 중 하나는 지난 4월에만 톈진에서 10여명 가량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고일 것이다. 4월7일 새벽 2시경 톈진 우칭(武淸)구 3거리에서 ‘신생(新生)설비톈진유한공사’ 정모(39) 차장 등이 탄 차가 석탄을 실어나르는 대형 트럭과 충돌해 조선족 동포 등 3명이 즉사한 사건을 포함해 15, 18일 등에도 사고가 잇따라 보름 사이에 무려 10여명의 한국인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물론 갑작스러운 사고지만 부족한 우리 교민들의 안전의식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예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사건·사고가 빈발하자 톈진한국인회(회장 김형환)는 4월23일 안전을 기원하는 고사까지 지냈고, 이를 특정 종교단체가 나서서 비난하는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국기업들의 사무실이 운집해 있는 베이징과 달리 톈진이나 산둥반도의 제조업체 밀집 지역은 공장이 교외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차량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술집이나 식당이 밀집해 있는 시내에서 교외까지 음주운전을 하면서 발생하는 사고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중국 공안이 음주 단속을 하지 않는 점을 이용해 안전불감증에 걸린 한인들의 생활태도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인해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물론 뺑소니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톈진 공안당국에서는 외국인 사고의 경우 가장 민감하게 대응하지만 한국인들의 사고에 대해서는 예외로 취급할 정도라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중국인들 사이에 한국인들을 비하하는 의식도 점점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한국인 관련 사건들의 증가는 결국 한국기업들의 중국내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한국 유학생들에 대한 중국 당국의 무관심을 초래하고 있다.
톈진 진난개발구의 한 한인기업 사장은 “중국측의 한국인에 대한 처우 악화는 눈에 띌 정도다. 한국기업이 80여개 가량이나 되고 대만·일본인 기업들은 20개 안팎에 불과하지만 현지에서 홀대받는 인상이다. 개발구의 하례식에서 한국기업은 한인회 회장이 참가했는데도 대만·중국에 이어 세번째로 인사하는 치욕을 당한 것이다. 그렇다고 누구 하나 항의도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중국에서의 안전의식 불감증 문제는 기업인 등 어른들뿐만 아니라 심지어 유학생과 조기유학생들도 다르지 않다. 베이징 내에 대학들이 운집한 우다코(五道口)나 톈진의 추앙펑다오 거리는 새벽 늦게까지 술취한 유학생들로 북적인다. 말 그대로 이들은 현지인들의 범죄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 몇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한국 여학생에 대한 강간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올 들어 밤늦게 술집이나 PC방에서 귀가하던 여학생을 성폭행하는 사건들이 적지 않게 신고되고 있다.

또 중·단기 거주자들이나 한국인 여행객들의 안전의식도 마찬가지다. 텐진한국인회는 5월초 비슷한 일로 적잖이 곤란한 일을 겪었다. 동북에 거주했다는 한 청년이 현지인에게 납치되었다 도망나왔다면서 대사관으로 인도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한국인회는 사건을 접수하고, 그를 대사관으로 옮겨가는 동안 정말 어처구니 없는 말을 듣게 됐다. 청년은 무용담처럼 자신이 옌지(延吉)에서 여권을 팔았는데, 그 여권을 산 사람이 쓸모없다는 것을 알고 다시 자신을 협박해 돈을 돌려달라고 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었다.
이 일을 직접 처리했던 한국인회 사무국장은 “불행한 결과가 없어서 다행이지만 이런 종류의 일들이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령 불문의 방탕과 타락

한 중국인 택시기사는 “한국 유학생을 어떻게 보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한국 학생들은 도대체 왜 중국에 왔는지 모르겠다”며 거꾸로 묻기도 했다. 그들의 눈에 비친 조기유학생들의 무절제한 생활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우다코나 추앙펑다오에서 카페나 술집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공안국과 관계를 터놓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불문율이다. 유학생들이 밤 늦게까지 술을 먹다 싸움이 벌어지는 일이 잦아 공안국에서 문제를 삼으면 곧바로 꼬투리를 잡히기 때문이다.

2∼3년 전부터 언론에서 재중 한국인들의 현지처 문제나 한국인이 남긴 고아들의 문제가 보도되면서 재중 한국인들의 도덕성 문제가 이슈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지처 문제의 경우 보도가 나간 직후 한국인회가 이에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취재를 도와준 현지 신문사에 대한 보이콧 사태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대책회의에서 한 참석자가 “여기에서 떳떳한 사람이 있으면 나와 보라”는 말에 아무도 나서지 못해 조직적인 대응은 그후 유야무야됐다. 방송 보도처럼 대다수 주재원이 이런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중국내 한인사회에는 도덕불감증 시비가 문제로 남아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도덕불감증이 유학생사회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대도시들은 특히 여성들의 성의식이 개방되어 있는 편이어서 한국 유학생들이 쉽게 현지 여성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그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보통 중국말을 배우기 위해 ‘푸다오’(輔導·개인교습)를 받는데 이성의 경우에는 잠자리를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을 이용해 학생들에 따라서는 상습적으로 푸다오 상대를 바꾸는 경우도 흔하다.
한 유학생은 이와 관련해 “5명의 중국 여학생과 푸다오를 했는데, 3명과는 만나는 첫날부터 성관계를 가졌다”고 고백했다.

물론 이런 관계가 결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중 대학생들간의 커플은 지금까지는 대부분 한국 남학생과 중국 여학생 커플이 많다. 하지만 이 경우 여성의 권익이 높은 환경에서 자란 중국 여성과 아직 권위주의가 팽배한 한국에서 자란 남성의 마찰로 결혼생활이 파탄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국 여성들은 부유해 보이는 한국 남자를 쉽게 선호하지만 결혼후 한국에서 직접 현실을 보고난 뒤에는 결혼을 후회하는 경우가 많고, 가사일을 돕지 않는 한국남성들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결국 서로에 대한 이해 없이 이루어진 양국간 젊은이들의 결혼은 파국을 맞는 경우가 많고, 덩달아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확산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