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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정길화
Subject   내 인생의 한 마디(샘터)
샘터 기획 내 인생의 한 마디...



어떤 것 없이 살 수 없을 때 우리는 그 어떤 것에 중독되었다고 말한다... 나는 내가 밥에 중독되어 있는 것 같다. ... 나는 오늘도 밥을 사냥하기 위해서 영광스런 일터로 나아간다... 나는 밥에 취해서 산다. 명백한 중독.

정현종 시집 <나는 별아저씨>(1978) 중에서


왕년에 문학청년 아니었던 이가 없다고 하겠지만 나 또한 문학을 동경하며 시인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한때의 열병만이 아니라 나름대로 진지했던 때였다. 습작 노트의 졸시(拙詩)를 들고 그것도 시랍시고 여기저기를 헤매다닌 것이 그 얼마였던가, 해마다 신춘문예 철이면 주택복권 사는 심정으로 기웃거리다 결국 낭패감에 사로잡혀 통음을 했던 것은 또 무릇 얼마였던가. '문청' 시절의 그 기약없음과 덧없음은 지금은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으로 반추된다.

돌이켜 보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시를 추구했던 것일까. 그 시절 시는 내게 우리네 삶과 사물들에 대해 질서를 부여하거나 또는 가차없이 해체하는 주문(呪文) 같은 것이었다. 일상에 매몰된 군상들에게 기존의 권위를 뒤집고 때로는 이를 조롱하며 통쾌하게 풍자하는 쾌도(快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정현종 시인의 이 시를 보았다. 그 때 나를 엄습한 충격..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 사실상 밥에 중독되어 있는 것이라니. 마약 중독, 술 중독만 중독인가. 목구멍이 중독이고 인생이 곧 중독이지... 삶의 관성 속에서 짐짓 모른 체 하거나 혹은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위선을 적나라하게 폭로해주는 말이었다. 그로써 대안 없는 우리네 삶이 갖는 적나라한 한계를 깨우쳐 주는 것이 아닌가.

"시쓰기란 물질적·경제적 생산성에 중독되어 맹목적으로 굴러가는 세상을 거슬러는 몽상"임을 선언하고 이를 구현하는 정현종 시인의 명징한 에스프리. 그것은 쳇바퀴 도는 일상에 사로잡힌 채 안일과 타협하려는 나같은 이들을 난타하는 죽비와 같았다. 그리고 어설픈 문장 몇 줄로 감히 시인을 꿈꾸던 필자에게 그것이 무모한 일임을 일깨운, 일찌감치 '주제파악'하라는 계고장이었다. 삶과 유리된 백일몽에서 나는 벗어나야 했다.

그 준열한 주제파악 후 나는 문청의 객기를 졸업하고 생활인의 자세로 돌아왔다. 내 서가에서 시첩의 색이 이미 바랜지 오래고 나의 독서는 성공과 처세를 부추기는 이른바 실용서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렇다고 내가 출세한 것도 성공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일상에 깊이 침윤한 채 중독의 삶을 살고 있다. 시인의 예언은 마침내 적중한 것이다... 오늘 나는 밥이 고프고 이젠 술이 고프다...이 명백한 중독...벗어날 수 없는 악순환. 그는 적중했고 나는 불행하다.



정길화

현 문화방송 홍보심의국장, 다큐멘터리 피디.
1984년 문화방송 입사. <세상사는 이야기>, <인간시대>, <피디수첩>,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 연출.
제 12대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장 역임. 방송대상, 한국청년대상, 한국언론대상, 통일언론상, 이 달의 좋은 프로그램상 등 수상. <거꾸로 선 세상에도 카메라는 돌아간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3인3색 중국기>(공저) 등 저서...홈페이지 www.jungp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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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10.25 -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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