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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 |
 정길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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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 인권방송도 여럿이 한걸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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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방송에 대한 격려와 성원도 많지만 질책과 비난이 더 많다고 때로는 느껴진다. 현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이 섭섭할 때도 적지 않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질책과 비난 또한 애정의 또다른 표현일 수 있다. 적어도 방송을 보지 않고는 비판이 나올 수가 없는 것이므로 제작진으로서는 자신의 프로그램과 관련해 쏟아지는 어떤 비난들에 대해서도 ‘사랑의 매’쯤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도 필요하겠다.
우리 방송의 인권의식에 대한 비판도 그러하다. 논자들은 우리 방송이 보도에서는 속보 경쟁과 특종 경쟁 등으로 각종 오보를 양산해 내고 있으며 제작 프로그램에서는 시청률 경쟁 풍토에서 선정성과 사생활 침해 등의 행태가 창궐하고 있다는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상당 부분 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라고 그만한 근거를 우리 방송이 제공해 왔다는 반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피의사실을 유포하고 피의자의 초상권을 침해한다거나, 강력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신원을 공개하는 것은 대표적인 반인권적 사례로 꼽힐 만하다.
또 범죄나 사건 사고에 대한 내용을 여과없이 ‘중계’함으로써 모방 범죄를 부추기는 따위는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면서 여전히 우리 언론의 고질적인 반인권성을 입증하는 보기로 간주되어도 항상 할 말이 없는 듯 하다. 일부 사건 재현 프로그램에서의 선정성과 폭력성도 그런 비난의 자리에 자주 오르내리는 단골(?) 소재다.
그리고 여성 출연자에 대한 지나친 대상화와 그에 따른 선정성 시비 역시 반여성, 반인권적이란 측면에서 비판의 표적이 된다. O양 비디오 사건과 관련해서 방송이 보인 이중적 행태와 기만적인 태도-그것을 다룬 일부 언론을 비난하는 척 하면서 결국 이를 하나의 호재로 활용하는-도 논란이 될 것이다.
미디어의 속성과 갈수록 경쟁적으로 변해가는 현장에서의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추세는 향후 더 악화됐으면 악화됐지 더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개선책은 없는 것인가. 시쳇말로 이렇게 살다 죽어야 하나.
그런 와중에서도 우리 방송은 일선 제작진들의 강고한 실천과 노력으로 조금씩 변해가고 있으며 상당한 성과도 나오고 있다고 자위해 본다. 특히 장기수 문제나 의문사를 취재하는 일련의 프로그램들이 그것이다. 아마도 우리 방송에서 그나마 인권과 관련해 일정한 평가와 함께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것도 이러한 프로그램이 있고 이 프로그램을 하는 일선 프로듀서와 기자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두고서 정권이 바뀌고 시절이 좋아져서 해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적절치 않다. 뜻있는 프로듀서들은 이미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도 이런 소재를 다루고자 방송사 내외의 각종 난관을 물리쳐 왔다. 그들의 지난한 노력을 간과한 채 그 의의를 폄하하는 것은 이들 프로그램의 성과를 부정하는 것이며, 방송 현장에서 이번 프로그램이 앞으로 또 나올 수 있는 인적 물적 토대를 위협하는 일이기도 하다.
다만 방송 프로그램의 전반에서 발견되는 반인권적 관행과 타성을 놓고 보면 이들 프로그램이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이라는 지적만큼은 뼈아프다. 결국 이조차 하나의 소재 이상이 아니었을 뿐이라는 얘기다. 개별 프로그램에서 인권과 관련된 주제를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방송 종사자들이 인권의식을 내면화해서 뉴스, 드라마, 쇼, 코미디, 다큐멘터리, 시사고발 프로그램 등 각자가 맡은 프로그램에서 진정한 인간존중의 정신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한 프로듀서의 말은 참으로 귀에 와 닿는다.
한 사람의 많은 걸음보다 여러 사람의 한 걸음이 소중하다는 말은 여기서도 적용된다.
<인권운동 사랑방 발행 '인권소식' 99. 1월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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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더>와 한국의 P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