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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 |
 정길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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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 초중고생 해외유학이라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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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교육부의 초중고생 해외유학 자유화 방침 검토 소식이 전해진 후 교육현장에서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고 한다. 당장 해외유학을 보내는 노하우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이는가 하면 상당수의 유학 알선업체들은 때를 만났다는 듯이 설치기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물론 그 동안 굳이 이런 방식이 아니더라도 웬만한 집의 자제들은 이런저런 방법으로 해외유학을 보내왔음은 이미 공공연한 얘기다. 그래서 뭐 별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는 것인데 문제는 해외유학을 생각지도 않고 있던 다수의 '유학포기세력'들까지 덩달아 이 판국에 충동유학을 하려 한다니 상황이 심각해진다.
이 소식과 관련해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가 보인 대조적인 반응도 주목을 끈다. 작금 우리 교육의 과제인 교육개혁은 난마처럼 헝클어져 뾰족한 타개책이 보이지 않는다. 일부 급진론자들은 교육 환경은 갈수록 황폐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교조는 교육부의 이 방침이 가시화되면 초중고생의 해외유학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그 결과 막대한 교육비의 해외유출 등으로 우리 교육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나빠질 것이라고 보고 반대하는 입장인 것 같다. 반면 학부모회측은 교육개혁이 전도난망한 상태에서 특히 일부계층의 편법적인 해외유학이 자행되고 있는 마당에서라면 차라리 합법화해서 부작용을 막고 제대로 관리하는 편이 낫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어쩌면 이것이 차라리 현실성이 있는 얘기로도 들린다.
초등학교 학생 둘을 두고 있는 학부형인 필자의 입장에서도 이 문제는 각별한 관심의 대상이 된다. 유리지갑을 가진 뻔한 월급쟁이 주제에 뭐 자식을 해외유학 보내겠다는 '만용'을 부리겠다는 것이 아니다.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으라고 한 해에 몇억이 든다는 유학경비 조달 문제는 아무리 궁리를 해도 내게는 방법이 없다는 것으로 이미 결론을 냈다. 더욱이 해외유학이라는 것이 어쩐지 방귀깨나 뀌는 이들의 호사스런 일같고 사대주의 근성같은 것이라고 치부하고 나와는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지레 최면을 걸어둔 터다.
그러나 이따금씩 촌지 문제가 불거져 나올 때나 혹은 왕따와 같은 집단 이지메로 말미암아 가학성 폭력이 난무하고 견디다 못해 자살을 하고 이민을 간다는 등 얘기를 들을 때면 솔직히 말해 생각이 달라진다. 이런 우리의 학교 현장을 떠올릴 때면 가끔은 무리를 해서라도 자식들을 해외 유학 보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주입식의 획일적인 일방적 교육에다 너죽이고 나살기식의 끔찍한 소모적 경쟁을 조장하는 우리 교육. 인성을 도야하고 개성과 장기를 개발해내어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란히'에다가 '누가누가 잘하나' 만 남아 있는 우리교육. 패거리문화를 강화하는 '학벌주의와 자기와 다른 이를 용납하지 못하고 배타성과 우월주의를 확대하는 비인간적인 풍토, 그러면서도 생산성과 창의성에서는 턱없이 뒤져 스스로의 거품을 들여다 보지 못하고 IMF나 당하는 그 한심함…. 더더욱 암담한 것은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개혁에의 의지나 노력이 수구적이고 부패한 관료들에 의해 거의 차단당하고 있다는 짙은 혐의다. 따져보면 한둘이 아닌 우리 교육의 문제들로 이 땅의 많은 가능성과 희망들은 질식하고 있다.
돌아보면 필자가 자라면서 겪어 온 어두운 경험들은 이런 불신과 피해의식을 뒷받침한다. 콩나물 교실로 압축되는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학교는 불평등과 억압이 횡행하는 우리 시대의 단면이 지배하는 음습한 공간이었다. 세도가나 있는 집안의 자제들이 누리는 직간접의 특혜를 곁눈질하면서 우리는 커갔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법을 내면화했다. 또한 우리는 입시지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친구를 따돌리는 법을 배워야 했다. 게다가 호시탐탐 정치는 교육현장을 모독하고 유린하였다. 지난 시절의 학교는 권위주의 정권이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었던 '우상'들의 일대 경연장이었다. 우리들의 학교에서 역사는 실종되고 현재는 왜곡되었으며 미래는 보이지 않았다.
그로부터 달라졌으면 얼마나 달라졌겠는가. 그 기억들로 인해 필자는 우리 학교 교육에 관한 깊은 불신을 여전히 갖고 있다. 그러니 '형편만 되면 내 자식만큼은 어떻게 해서라도 유학을 보내고 말거야' 하는 잠재적 유학준비파가 늘어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런저런 궁리 끝에 이번엔 필자가 집사람에게 말한다.
"당신 말이야. 뉴질랜드에 이민 가 있는 당신 오빠네 요즘 상황이 어때? 우리 애들 말이야 그리로 좀 보내서 공부시킬 수 없을까? 아무래도 미국은 어려울 것 같고 말야 어디 비빌 언덕이 있어야지…"
1999.10.22 뉴스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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