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Name |
 정길화 |
|
| Subject | 통합방송법, 금세기 최후의 기만극 |
|
통합방송법안이 여당 단독처리로 국회 문광위를 막 통과했다(1999년 11월 30일 저녁 7시 현재). 그러나 이는 기만과 협잡으로 점철된 법안이다. 여당은 "방송영상진흥에 관한 사항은 문화관광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는 트로이 목마 같던 조항을 '합의'로 해야 한다고 바꾸고, "방송위원회의 사무처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위원회 규칙으로 한다"는 조항을 "대통령령으로 한다"로 변경했다. 이는 예사롭지 않다.
이번 법안에서 방송영상진흥에 관한 사항을 '합의'하도록 한 저의를 직시해야 한다. 이는 문광부가 방송에 관한 조직과 기능을 계속 유지하면서 정책권에 관한 종전의 주도권을 존속시키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방송법의 핵심인 방송정책권의 독립을 결정적으로 형해화(形骸化)시키는 것이다. 글자 하나로 문제의 본질을 교묘하게 왜곡시키는 것에서 이를 '기만'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방송위원회 사무처에 관한 사항을 위원회 규칙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한 것은 '빙송위원회의 공보처화'를 조장하려는 것이다. 사무처를 정부 의도대로 만들어 방송위원회의 자율권을 침해할 우려가 높다. 방송계 일각에서는 일찍부터 방송위원회 노조를 중심으로 이와 관련한 경고를 제기해 왔다. 아니나 다를까 방송법 통과 직전에 이를 전격적으로 집어넣었다. 이것은 '협잡'이나 다를 바 없었다.
이로써 국민의 정부가 방송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명백히 드러났다. 이전의 소위 권위주의적 정권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야당 시절 방송의 편파 불공정이 야기하는 폐해를 절실하게 알았고 그래서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에 관한 중요성을 뼈아프게 느꼈음직도 하건만 그들이 택한 길은 방송개혁이 아닌 기만적 방송장악이다.
사실 방송정책권이야말로 방개위의 최후 명분이었다. 방송노조가 많은 현업인들의 반대에도 파업을 중단하고 이른바 노정합의를 햇던 것도 방송정책권의 독립을 확보함으로써 이 땅의 방송이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권력의 방송장악을 극복하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편성위원회도 인사청문회도 접어가며, 노조위원장의 옥고까지 치러가며 애면글면 한 번 더 속아줬더니 보란 듯이 '왕뒤통수'가 날아왔다.
돌이켜 보면 1980년 신군부에 의한 언론통폐합은 언필칭 방송의 상업화와 시장의 역기능을 방송의 공영성 강화로 해소하겠다는 명분을 걸고 밀어붙인 것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다시 얘기하는 것부터가 역겹고 분노스럽지만 한번 짚어보자. 그들의 명분은 양두구육에 불과했고 수단은 폭압적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여러 이유가 많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방송정책권을 정부에서 틀어쥔 채 방송위원회와 공영방송사 사장 등의 인사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허울뿐인 공영에 사실상의 관영방송이 그렇게 해서 어두운 한 시대를 덮었던 것이다.
물론 통합방송법을 그 시절의 것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 그동안 진전된 우리 사회의 민주화 정도가 상당 부분 반영돼 있기도 하다. 그러나 곰곰이 살펴보면 무릇 방송을 내놓고 싶어하지 않는 속성을 가진 권력이 아니랄까봐 결정적인 대목에서는 마각을 드러내고 있다. 방송정책권에 대한 정부의 '샅바걸어놓기'에다 여야 비율 7:2로 이루어지는 방송위 구성 등은 '기본적으로 대통령이 방송을 장악할 수 있는 구조'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개량주의와 타협주의의 국면이 언뜻 비쳐지고 있는 이즈음 다시 투쟁의 깃발을 올릴 수 있는가. 그럴 힘과 분노가 우리에게 남아 있는가. 이러다가 우리 방송엔 패배주의와 기회주의가 또 한 번 미만(彌漫)하는 것은 아닌가. 문득 그들은 이런 상황을 용의주도하게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엄습한다.
1999년 11월 MBC 프로듀서지 제6호
|
  |
|
|
|
|
| | |
| | |
|
|
|
|
|
|
|
|
|
메일보내기
이름검색
120
4
6
샤샤와 정성갑의 '오리발'
주차장이 녹지대를 몰아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