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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씁쓸함,
한국방송협회에서 주관하는 제 20회 한국방송대상의 수상작이 발표되었다. MBC에서는 「카메라출동」, 「76인의 포로들」, 「요즘 아이들 얼마나 아십니까」등이 작품상을 수상하고 「아들과 딸」의 작가와 두 사람의 성우가 MBC 추천으로 개인상을 받았다.
한국방송대상의 시상 내역은 작품상22개 부문에 개인상은 28개 부문, 50개 부문 중 MBC 수상이 불과 6개 부문에 그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유감스런 일이다. KBS 는 21개 부문에 걸쳐 상을 휩쓸었고(작품상 7개, 개인상 4개), sbs는 11개 부문에서 수상했다.(작품상 5개, 개인상 6개). 다만 지역방송부문에서 지방 MBC의 분전이 돋보인다. 9월3일 방송의 날에 있을 시상식 현장에서 발표되는 대상(大賞)을 남기고 있어 막판 만회(?)의 기회가 있으나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고 보면 올해의 방송대상 또는 MBC가 씁쓸해 하는 가운데 치러질 모양이다.
한국방송대상에 대한 MBC의 유감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여명의 눈동자」가 최우수작품상을 받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MBC는 또다시 상대사의 프로그램에 대상을 놓치자 급기야 프로듀서협회가 나서 공개질의서를 발표하며 한국방송협회를 비난하고 시상식장에 MBC 제작진을 내보내지 않았다. 당시 공개질의서의 요지는 한국방송대상의 심사기준이 부재한 채 심사가 불합리하게 이루어졌다는 것, 수용자의 반응과 방송기여도 등을 감안하지 않고 특정사에게 독점되었다는 것에 대한 의문들이었다.
MBC의 수상식 불참으로 스타일을 구긴 방송협회는 느낀 바가 있었는지 올해의 20회 한국 방송대상에서는 방송사의 실무제작간부가 고루 참여하는 1차 심사를 거치도록 하였다. 또한 자의적(恣意的), 임시적으로 운영된다는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기획의도, 연출, 촬영, 편집, 구성, 국가사회 기여도 등이라는 심사기준과 채점방식을 설정하는 노력을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는 한국방송대상과 인연이 별로 없는 탓인지 저조한 결과를 나타내는 것에 그쳤다.
상(賞)은 동기부여수단
원래 상이란 것은 아무리 잘 줘도 뒷말이 많은 법이기는 하다. 주고도 욕먹기 십상인 것이 바로 상인 것이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상에 대해 삿대질하는 사람은 이솝우화의 ƒ여우와 신포도„처럼 자기위안의 합리화 차원에서라도 일단 씹고 보는(?) 경우도 있어 상에 대한 시시비비는 종종 그 동기의 순수성을 의심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오해를 무릅쓰면서도 올해의 한국방송대상에 관한 일말의「유감」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상벌은 국가의 근본'이라는 옛말에서 보듯 ƒ좋은 행위를 장려하고 나쁜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이용되는 밖으로부터의 동기부여 수단„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과 같은 광란의 시청률경쟁과 그로 말미암은 저질 프로그램의 혼탁한 범람 속에서 상 주어야 할 프로그램을 제대로 분별해 상을 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판사는 판결로 말하는 것처럼 한국방송대상은 수상작과 수상자로 말한다. 간접광고, 비속어 등으로 방송위원회로부터 수 차례 제재를 받거나 사과방송으로도 모자라 진행자의 교체명령까지 받은 어느 방송사의 프로그램들이 버젓이 우수작품상을 받는가 하면 대중매체로서 시청자들로부터 획득해야 할 최소한의 호응도 끌어내지 못한 채 ƒ학위논문„을 방불케 하는 방송제작물이(?) 높은 평가를 얻어 상을 받는 대조적인 양상은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대체 한국방송대상의 기본개념과 지표는 무엇인가.
방송협회의 시대착오
한국방송협회측은 예년과 달리 올해는 방송인의 의견을 수렴시키는 장치를 강구했고 특정사 편중의 오해를 불식시킬수 있도록 배려하였다는 등을 강조할지 모른다. 그러나 각 회원사의 실장급이 참여한 1차 심사의 경우 근본적으로 영역이 다른 TV와 라디오 매체의 종사자가 한꺼번에 매체구분 없이 합동심사를 함으로써 전문성을 떨어뜨렸다.
요컨대-방송대상에 관해 이렇다한 철학과 원칙이 없는 방송협회의 자세는 어떻게든 욕먹을 구실만은 만들지 않겠다는 관료적인 행태로 나타났다. 이는 결국 심사위원구성의 기계적 안배에 치우침으로써 이 상의 권위를 추락시키고 있다. 3공 유신 시절에나 볼 수 있을 ƒ국가사회 기여도„운운하는 심사기준에서 방송협회의 시대착오적인 방송관을 확인할 수 있지 않겠는가.
검토와 분발
방송대상의 선정은 바람직한 방송문화의 지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막중하다. 방송계는 그동안 방송인의 합의를 창출한 바탕 위에서 한국방송대상이 진행될 수 있도록 이 상에 관한 공청회나 세미나를 개최해줄 것을 방송협회에 여러 차례 당부했다. 그러나 이를 외면한 채 행정 편의주의적인 자세로 일관해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
건전하고 우수한 방송프로그램 제작을 권장하고 방송인의 창작의욕과 사기를 진작하기 위하여 시행한다는 한국방송대상. 부디 그 설립목적에 명실상부하게 부합될 수 있는 쪽으로 진지한 검토를 해줄 것을 재삼 요망한다. 물론 이러한 요청과 별도로 MBC의 저조함에 대한 분석은 다른 방식으로 겸허하게 전개되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검토는 저들의 몫이고 분발은 MBC의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방송 노보 1993.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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