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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한인후손 세실리오 박김, 그의 인생 유전과 음악
- "저도 한 쿠바 음악 합니다" 바라데로의 한인 연주가
쿠바 아바나 근교의 카리브해 연안 싼따 만따 바라데로에 살고 있는 세실리오 박 김. 그는 현재 ‘체프 바라데로’라는 식당에서 관광객 상대로 노래와 연주를 한다. 때로는 아바나의 번화가 오비스포 거리에 있는 식당까지 진출해 노래를 하기도 한다. 그가 주로 부르는 노래는 물론 쿠바음악이다. 우리 귀에 익은 민요 '관타나메로'를 비롯하여 영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을 통해 귀에 익은 '찬찬'도 있다. 그러나 한국 관광객이 있으면 아리랑도 부를 줄 알고 고향의 봄도 부를 줄 안다. 애국가도 기본이다. 이 한국 노래들은 그가 최근들어 작정하고 배운 것이다.
세실리오 박김, 그는 한인 3세다. 1905년 대한제국을 떠나 멕시코로 에네껜 농장 이민을 떠난 그의 조상은 1921년 더 새로운 삶의 조건을 찾아 쿠바로 사탕수수 이민을 갔다. 그의 할아버지 시절 얘기다. 세실리오도 만만치 않은 삶의 영고성쇠와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오늘 기타를 그의 손에 들고 있다. 올해 나이 일흔 여덟, 그래도 세실리오는 그를 포함한 3인조 밴드의 리더다. 지금으로부터 47년전인 1959년부터 음악을 시작한 그는 이 분야에서는 베테랑이라고 자부한다.
쿠바 음악은 서정적인 선율과 복잡한 리듬이 특징이다. 아프리카의 강렬한 흑인 음악을 혈통속에 넣고 탄생한다는 쿠바인들. 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주변에 두드릴 것이 있으면 먼저 두드린다'는데, 쿠바음악의 정열적인 음감과 몽환적인 분위기는 애호가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순수 한인의 피를 받은 그가 쿠바 음악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제가 따르던 형이 쿠바 음악을 연주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그의 연주를 보고 들어서인지 음악에 대한 필링을 가지고 있었어요" 세실리오는 이런 질문이 기우라는 듯 말한다. 그리고 재빠르게 덧붙인다. "전 한인 혈통이지만 쿠바 태생이고 쿠바 음악을 들으며 자라 그 리듬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음악을 쉽게 배우는 자질을 가지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쿠바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겁니다"라고 자신감에 찬 어투로 말했다.
그의 동료 에우헤니오 기예르모 라미레스도 세실리오에 대해 "쿠바인의 음악성을 타고 난 사람"이라며 칭찬하고 앞으로도 계속 함께 음악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의 능력을 믿고 발전시키는 노력과, 재능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78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예술을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인 듯했다. 노래를 부르는 와중에도 발장단까지 맞춰가며 들썩일 때는 노익장임을 느낄 수 있다. 세실리오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쿠바의 전통 음악인 "손(Son)"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 전통 음악을 연주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몇년 전에 캐나다에서 온 한국어 선교사 선생님께서 한국 음악과 한국어를 가르쳐 주셨는데 중병이 드셔서 그만두셨어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어는 많이 잊게 된 거죠." 라며 아쉬워했다. 그래도 아리랑, 애국가에 노사연의 만남까지는 부르고 연주할 줄 안다. 머나먼 쿠바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하던 한국노래를 듣는 기분은 자못 처연하다. 게다가 노래의 주인공이 100년간 신산스런 삶의 역정을 걸어온 한인 후손이라니...그의 음악과 인생이 아름다운 노년으로 어우러지기를 기원해 본다.
대화의 말미에 세실리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내가 늘 마음속에 담아왔던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요.. 제가 죽기 전에 제 조상의 조국에 가보고 싶습니다. 가서 쿠바 음악을 소개하면서 할아버지의 나라 한국을 둘러보고 싶어요". 예전에도 그랬도 지금도 그렇고 후손들의 최대 희망은 조상의 나라를 밟아보는 것이다. 그가 한국에 와 예술의 전당까지는 아니라도 어디 미사리 카페에서라도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을 부르고 '만남'을 부른 뒤 앵콜 송으로 '찬찬'을 부르는 그날이 올 수 있을까.
데 알토 세드로 보이 파라 마카네
루에고 아 쿠에토 보이 파라 마야리
엘 카리노 케테탱고 요노로 푸에도 네가르...
('찬찬'의 들머리 부분...
알토 세드로에서 마카네로 나는 가네
그리고 쿠에토에서 마야리로 가야지
당신을 향한 사랑 나는 부인할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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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 2006.08.31 - 21: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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