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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정길화
Subject   <급소> PD수첩 할렐루야 사태 - " 졸속수습에 급급하였다"
PD수첩 할렐루야 사태에 대한 분석

지난 3월 31일에서 4월 1일 사이의 MBC사옥 주변에는 놀라운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경기도 포쳔소재 할렐루야 기도원에서 안수치료를 받는 신도(환자)들로 파악된 일단의 무리들이 3월30일 오후 MBC정문 앞에 나타났다. 이날 저녁 인원은 근 2백명으로 불어났고 이 사람들은 곧장 철야농성으로 들어갔다. 숫자는 점점 늘어났고 이튿날인 3월31일엔 훨씬 규모가 큰 집단이 되었다./ 봄비가 내렸던 이날. 이들은 이러한 활동에 익숙한 듯 조직적으로 임무를 분담해 현수막을 치고 야전 화장실을 건조하고 교통정리요원을 배치하는 등 '질서'를 유지하면서 장기태세에 들어갔다.

이러는 동안 MBC를 출입하는 사람들은 극심한 불편을 겪어야 했음은 물론이다. 직원들은 구판장쪽 문, 공개홀쪽 문을 숨바꼭질하듯 다녀야 했고 정문을 사용하지 못하자 차량들의 소통에 극심한 지장이 초래되었다. 아마도 이들이 일차적으로 노릴 것도 이러한 물리적 압박을 통한 심리적 위축감이 아니었을가 추정된다.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듯 이같은 사태의 발단은 지난 3월 26일에 방송된 중 특정 내용과 관련해서였다. 제작팀이 밝힌 것처럼 신도(환자)가운데 안수 중 손톱을 통해 매독이 감염된 증거가 포착되었다는 것이 프로그램의 중심 내용이었다. 적어도 방송 프로그램 상으로는 조심스런 접근, 치밀한 취재가 돋보이는 수작이었던 것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시청률 성으로도 상당한 성과를 올린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다. 이것이 자신들에 관산 내용이라고 쉽사리 파악한 기도원측은 사활과 존폐가 걸리는 사안인지라 전면적인 대응을 해왔다. 언론보도로 말미암아 불이익을 받았을 때 일차적으로 호소할 수 있는 언론중재위원회나 기타 사법적 절차는 그들의 안중에 없었다. 우려했던 대로 방법 중의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울코트 프레싱-전면 압박을 제작팀과 MBC에 가해 온 것이다.

「편·제 민실위」는 사안의 전개과정을 정리하고 프로그램을 분석하면서 의 내용에 관한 평가와 시시비비는 일단 유보하기로 하였다. 「편·제 민실위」가 관심을 가진 것은 이 사태가 어떤 식으로 수습되었는가. 회사측과 제작팀의 대응방법은 어떠했는가로 압축된다. 내용에 대한 평가는 자칫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오류에 빠질 수 있는데다 사태의 본질은 취재 내용의 진위를 가리는 것에서 떠나 있었기 때문이다. 할렐루야 기도원에서 제작하여 뿌린 유인물에서도 나오듯 "더 큰 불치병을 고쳤는데 그까짓 매독 걸린게 대수냐?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 그들의 주장은 매독 감염 여부에 대한 진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도원의 위력에 도전하는 '외세'에 대한 응징의 성격이 강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논의는 좀더 분명해진다. 다중을 동원한 물리적 다수가 '정당한'(적어도 방송내용상으로는) 취재내용에 위협을 가해올 때 회사측은 어떻게 이를 처리했어야 하는가 하는 점이 사안의 핵심이다.

사태의 전개를 조금 더 음이해 보자.

3월31일 심야의 마라톤 협상에서 이상욱 방송전무를 대표로 한 회사측과 제작팀은 할렐루야에 굴복하고 사과방송을 하기로 합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과의 문구는 완전한 '백기항복'으로서, 3월 26일의 방송 내용을 사실상 백지화하는 것이었다.

「편·제 민실위」의 의문은 바로 여기에 있다. 회사측은 사태의 조속한 타결에 급급하여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신뢰도에 치명적인 손상이 올 수 있는 사과방송 문안에 쉽사리 도달했던 것은 아닌가. 당장 닥친 어려움에서 벗어나려 더 큰 원칙을 잃었던 것은 아닌가. 더욱이 그것이 유사 사태의 전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은 아닌가. 만에 하나 앞으로 방송 내용, 보도 내용에 불만을 품은 비이성적 집단이 몰려오면 또다시 빗장을 열고 안방ㄴ을 내주고 쓸개를 뽑아 줄 것인가. 물론 이번의 경우는 특수한 집단이어서 예외적이었다고 강변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지나치게 안일한 자기본위의 생각이다. 우리는 예외라고 치부하지만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번의 의 사태는 국민의 알권리 신장에 적지 않아 공헌해온 한 프로그램이 다중의 압박에 굴복하고 말았다는 인상을 지울 길이 없다 .회사측은 당시 사과 문안 등의 협상 조건에서 실무 제작팀에서 수락했었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궁지에 빠진 제작진에게 사태의 조속한 타결을 바라는 회사측의 뜻은 무언중에라도 얼마든지 전달되는 법이다. 그것도 훨씬 은밀하고 강력한 방법으로 그러므로 제작팀의 의지를 보호해주지 않는 회사측의 태도는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 적절한 지적인지는 모르겠으나 연일 MBC앞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을 무렵 명백한 사실이 눈앞에 전개되고 있음에도 철저히 외면한 보도뉴스에도 사태에 관한 책임의 일부를 돌리고 싶은 심정이다.

문화방송노보 1993년 4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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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4.10 -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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