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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정길화
Subject   에필로그 - 연재를 마치며
지난 1월 26일자 제 85호〈문화노보〉에서부터 시작된 기획시리즈 「지금 그 사람은...」 이제 바야흐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드러나기보다 숨은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다 누란(累卵)에 바진 노조의 위기를 보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분연히 나서서 파업투쟁을 떠받치고 견인했던 우리 MBC 노조 조합원들, 그 조합원들의 뜨거운 노조사랑 방송사랑의 체취를 더듬으며 오늘의 우리를 가늠해보고자 했던 「지금 그 사람은...」. 돌이켜 보면 모두가 다 파업 50일간을 빛낸 우리 노조의 용사(勇士)들이었다.

"많은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러나 마음을 담담하게 먹고 차분하게 하고 나니 조합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뜻에서 겁도 없이 나섰다.(기체조 사범, 박정근 조합원)"

"나는 내 아들에게 비겁하지 않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아들 「박달나무」녀석이 말을 배우고 철이 들어 '아버지는 그때 무엇을 했어요?'라고 물을 때 창피하지 않는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웃음속의 진지파, 타타타 구호 열창한 박정문 조합원)"

"집회장에 앉아 있을 때 왠지 앞이 비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그것은 세트 디자이너로서의 직업의식 때문이었을 게다. '비어있으니 채워보자'는 원초적 본능에서 걸개그림을 준비했다. 그림은 글보다 강하다는 것을 체험으로 느꼈다.(걸게그림 제작한 미술1부 9인회 조합원들)"

"파업참가는 조합원으로서의 의무감때문이었다. 당시의 상황에서 조합의 존립을 위해 파업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우리가 느낀 생각이다.(수송관리부 의리파 4인방 조합원들)"

"날마다 그날 그 사진을 보며 각오를 되새긴다. 나중에 나이가 더 들어도 사진을 보면서 부끄러운 선배가 되지 않기를 채찍질하게 하는 거름이 될 것이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눈물의 스타 황외진 조합원)"......

「지금 그 사람은...」에 등장한 우리 조합원들이 진솔하게 토로한 어느 구절을 들추어보아도 구구절절 폐부를 찔러온다. 우리들은 그들을 통해 진실했던 우리 자신의 얼굴을 다시 발견하고 앞으로의 길을 겸허히 찾아나아간다.

지면의 제약, 시공의 제한으로 불가피하게 몇 사람으로 제약되었지만 사실상 누구나가 「지금 그 사람은...」의 주인공이 되고도 남는다. 한 사람이 걷는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이 일제히 걷는 한 걸음이 더 소중한 것이 노조의 본령이라면 지난 가을 우리들의 궤적은 고스란히 여기에 들어맞는다. 그 연장선에 오늘 우리들이 존재한다.

이제 안성일·김평호 동지도 복직되었다. 외견상 MBC 노사 파행은 수습되었고 더 이상 '피흘릴' 일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지난해 파업이 노조의 실체를 추스리기 위한 최후의 파업이었을지는 모르되 파업 투쟁에서 우리가 외친 공정방송, 방송민주화의 구호는 아직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고 있다. 우리들은 혹시 두 사람의 '순교자'에 대한 채무감을 파업투쟁으로 변제하고 다시 안일한 일상으로 파묻히려는 은밀한 유혹에 넘어가고자 하지 않는가.

다시 지난해 가을로 돌아가보자. MBC 파업은 우리들만의 일이 아니었다. 무수한 국민의 지원과 격려가 줄을 이었다. MBC 근처의 많은 업소들 -그들이 장삿속만으로 성금을 내었을까- 을 비롯, 신림동 떡 아줌마, 탑골공원 노인회, 달걀을 삶아온 대학생들... 등등 그들은 공정방송을 위해 파업을 한다는 MBC 노조의 가열한 투쟁에 기꺼이 찬동하고 정성껏 그들의 마음을 보내주었다. 우리는 지금 과연 그들에게 진정으로 보답하고 있는가. 어설픈 자만으로 자족하거나 섣부른 자학으로 자포자기하고 있지는 않은가.

「지금 그 사람은...」의 모습은 바로 우리들 자화상이다. 특출 난 그 누구의 별난 얘기가 아니다. 겸허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재발견한다. 달걀을 삶아서 가져온 나이 어린 대학생들의 애틋한 마음을 기억하자. 껍질을 깨는 아픔 없이 새로운 세계의 출발은 있을 수 없다는 평범하고도 중요한 교훈을 그들은 가르쳐 주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달걀의 형태에서 지금 우리들의 원형을 애써 찾으면서 「지금 그 사람은...」의 시리즈를 마감한다. 그 동안 성원해주신 조합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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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4.10 -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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