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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정길화
Subject   시청률지상주의의 극복을 위한 시론1...
MBC를 지배하는 '시청률지상주의'

시청률은 작금 방송가를 지배하는 거대한 '도그마'가 되어있다. 프로그램의 편성과 기획, 일체의 운영방식이 시청률에 의해 좌우된다. 최근의 'TV끄기운동'과 프로그램 저질시비, 그 뒤를 이은 방송구조개편논의도 그 근본원인을 찾아가면 시청률의 무한 경쟁과 만난다.

시청률지상주의, 왜 지금이 문제인가. 그리고 그것은 현업에서 어떻게 왜곡되어 나타나고 있는가.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방안은 없는 것인가. <문화노보>에서는 두차례에 걸쳐 이즈음의 '시청률지상주의'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진단한다. 첫회에서는 시청률지상주의의 현실적 함의(含意)를 검색하고, 두 번째 회에서는 제작현장에서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어보며 시청룰지상주의의 발전적인 극복 방법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시청률조사에 높은 관심

지난 7월27일 오후 3시. 10층 대회의실에서는 한국갤럽과 미디어 서비스 코리아(MSK)등 시청률조사서비스회사의 설명회가 뜨거운 성황을 이루며 열렸다. 기존계약업체인 한국갤럽의 계약만료를 앞두고 두 경쟁사간의 대비를 위해 마련된 말하자면 '품평회'였던 셈이다.

물론 1억 8천만원상당의 계약이면 적은 돈이 아니고, 피플미터식 시청률조사를 하는 한국갤럽과 MSK 두 조사회사의 어슷비슷한 경쟁력은 공개리에 사내의 검증을 받을 필요가 있는 일이기에 설명회의 '성화'자체를 시비할 일은 못된다. 다만 현업 및 관리부서의 부문을 초월한 시청률에의 과도한 경도는 어떤 의미에서 작금 MBC를 지배하는 체제 이데올로기가 바로 시청률임을 너무도 절묘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그 상징성을 지적하는 것일 뿐이다.

이날의 설명회 분위기는 장내를 압도했다. 한국갤럽이냐, MSK냐. 시청률조사회사를 어디로 결정할 것인가에 MBC의 명운이 달려 있는 것만 같았다.

시청률 1%에 희비교차

시청률은 어느새 전사적으로 공인된(?) MBC의 지배가치가 되어버렸다. 강성구사장은 최근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하루 일과가 그 전날 방송된 프로그램의 시청률확인에서 시작되고 그 결과에 따라 아침기분이 좋아졌다, 나빠졌다 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사장뿐이랴. PD, 기자 등 제작 현업자와 업무상 시청률을 상대해야 하는 부서원들뿐만이 아니라 모든 MBC사원들이 시청률 수치 1% 포인트 등락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MBC의 분위기는 매일 아침의 시청률 수치에 좌우되고 있다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니다.

물론 시청률을 따지고 챙기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전에도 시청률은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주요수단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작금의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집요하고 혹독하다.

'제2창사'의 뜻

많은 사람들은 이 같은 흐름이 강성구 사장 취임후인 지난 3월 18일 이후부터 거세게 시작되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다. 바로 최근 불과 수삼개월 사이에 이러한 분위기가 급속도로 형성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강성구사장은 취임사에서 "모든 존재의미가 경쟁원리에 입각해 있음"을 전제하며, "경쟁에서 뒤질 수 없으며 뒤질 것을 알고도 아무런 처방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사원들을 질타했다. 그의 이 같은 취임 제일성은 '최고의 MBC', '제2창사시대'등의 캐치 프레이즈로 집약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2창사'의 함의(含意)는 서서히 그 정체를 들어내기 시작했다. 4.12확대간부회의에서 사장은 "지금과 같은 시청률 저하는 해사행위이며 간부들의 자해현상으로 파악한다"고 지적하며, "'앞으로는'이라는 표현은 하지 않겠다. '지금부터'라는 말을 강조하려 한다"고 좀더 구체성을 띤 양상으로 그의 경영지표를 제시했다.

조직지배의 이데올로기

곧 이어 5월5일의 직원 조회에서 강성구 사장은 마침내 "지금부터는 프로그램이다", "시청자에게 외면당하는 것은 프로그램이 아니다"하는 역사적인 '강성구 독트린'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취임 46일만에 강성구사장은 MBC의 조직을 완전히 틀어잡고 통제하며 견인할 수 있는 만인불가침의 지배이데올로기를 개발해낸 것이다.

"지금부터는 프로그램이다"라는 강성구사장의 천명(闡明)은 단순한 레토릭이 아니다. 곱씹을수록 그속에 담긴 뜻은 다층적이고도 심장하다.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송출하는 일종의 공장인 주식회사 문화방송. 아니 언제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단 말인가? 유감스럼게도 강성구 사장이 인식하기로는 이전까지는 MBC는 '지금부터는 프로그램이'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여기서 잠깐 강성구사장이 취임할 무렵의 MBC를 그의 시각으로 한번 돌아보기로 하자. 1993년 3월 문화방송. '구조적이고도 체질화된 안일함'이 조직 곳곳에 미만해 있고 각종 사내 비리, 학력 변조자 등 '추하고 탁한 작태'가 범람하고 있었다. 전임 사장의 비합리적, 비효율적경영과 그로 인해 누적된 조직의 방만함과 경쟁력의 저하는 MBC를 동맥경화에 걸린 공룡의 모골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오랜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만신창이가 되었던 문화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 그리고 공영언론사로서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자구적인 몸부림으로 만들어졌던 노동조합은 대립적 길항 속에서 때로는 '패권주의적 발호'로 회사조직의 체계를 뒤흔들고 있었다. 노사의 불신고 반목은 MBC를 깊은 수렁으로 몰아놓고 있었다.

"지금부터는 프로그램이다"의 뜻

이러한 MBC에 사장으로 취임한 그가 해야하고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었겠는가. 조직을 수습하고 정비하며 사원들을 일사불란한 가치체계 속으로 몰아놓을 수 있는 '경영지표'의 창출이 아니었을까. "지금부터는 프로그램이다"는 그런 측면에서 절묘하고도 적확하였다. 프로그램 잘만들자는데 감히 누가 거역할 것인가.

아니나 다를까. 사옥 이곳저곳에서 각종 시설을 개수하는 공사 소리가 요란해지며 '일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제작부서의 각 사무실엔 수험생 공부방처럼 '격문'이 붙고 뚜렷한 '구실'을 잡은 경영진과 간부들은 때를 만난 듯 부하들을 옭죄기 시작했다. 시도 때도 없이 분출되었던 상하간 부문간 직종간의 알력과 갈등들도 조직이 지향하는 확고한 목표하에 순치되어갔다. 북괴의 남침위협이 있다! 총력안보다. 가난으로부터 탈출해야한다! 경제성장이다. 수출 드라이브다. 중단없는 전진이다..... 어디선가 많이 보던 장면이 아닌가. 이윽고 강성구사장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장은 회사가 여러모로 달라졌음을 실감할 수 있어 매우 다행스럽고 흐뭇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1993년 6월 7일 확대 간부회의)

우리는 '짧은기간'에 MBC를 추스려 새로운 계기를 획득한 강성구사장고 신임경영진이 거둔 일정한 성과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프로그램이다"와 같은 '그럴듯한' 슬로건으로 이룩한 이 성과의 뒷면에는 "시청자에게 외면당하는 것은 프로그램이 아니다"하는 시청률지상주의가 동시에 한 묶음으로 제기돼 있음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시청률지상주의'는 강성구사장의 "지금부터는 프로그램이다"를 구체화하고 있는 점에서 사실상 강성구 사장의 '지배이데올로기'를 구성하는 실체다. 요컨대 시청률이라는 척도하나로 MBC를 통제하고 견인하는 것이다.

업적주의인가 사원통제용인가

시청률은 작게는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와 지지도를 뜻하고 잠재적으로는 방송광고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시청률을 중시해 이를 제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필요하고 적절하다. 그러나 '시청률 중시'와 '시청률 지상주의'는 엄연히 다르다.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많은 가치중의 하나일 뿐인 시청률을 지배적인 요소로 부상시키고 이에 따라 평가의 순위를 결정하는 것에는 어떤 의도가 개입돼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업적주의'와 '사원통제이데올로기'라는 측면에서 판단하고자 한다. 대외적으로는 단기간에 사장으로서의 경영능력과 리더쉽을 검증받을 수 있는 유효한 실적으로서, 내부적으로는 조직의 비효율성이나 구성원의 불만을 통제하는 수단으로서 시청률보다 좋은 것은 없다.

강성구 사장이 취임초기에 강조한 'MBC의 위기'는 그런점에서 사뭇과장되어 '고의성마저 엿보인다. 오히려 시청률의 급격한 저하는 사내의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한(불가피했다고는 하나) 4ㆍ12개편이후 심화되었었다. 이에 위기감을 느껴 극약 처방으로 강력한 5ㆍ24개편을 실시하고 강력한 시청률 드라이브를 가속화하는 작금의 정황은 능히 짐작이 간다.(한국갤럽이 조사한 '93년 상반기 시청률 추이, 표참조)

공교롭게도 한날한시 사장으로 취임한 홍두표 KBS사장 또한 '신사풍운동'을 제창하며 시청률제고에 전력투구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시청률지상조의'는 방송사 사장의 입장에서 보아 참으로 요긴한 '비방'임을 알 수 있다.

문화노보 1993년 8월 2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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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4.10 -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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