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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정길화
Subject   '반론권'인가 '사실부인수단'인가
「PD수첩 - 사립학교, 교장의 소유물인가」에 12분가량의 정정보도요구

방송의 특수성과 전문성 완전히 무시된 판결

'정정보도 청구권'에 대한 법적 개선·정비 필요


-「PD수첩」정정보도 판결의 문제점

편성·제작 민실위는 최근 발생한 사안중에서 「PD수첩」에 대해 내려진 서울 지방법원 납부지원 제 2민사부의 정정보도 관련 판결을 주목하고자 한다. 이른바 「정정보도 판결」은 이미 그동안 노조보도민실위의 심층적인 논의와 분석을 통해 그 문제점과 폐해가 충분히 적시되었지만(「민실위광장」, 제 11호, 1993.9.16일자 참조), 이번의 경우 보편적인 상식을 초월하면서 방송의 특수성과 전문성이 깡그리 무시되는 등 그 심각성이 상상을 넘고 있어 특정 프로그램의 개별적인 사안으로서가 아닌 전반적인 측면에서 이 문제를 점검하는 것이 매우 긴요하다.

문제의 이 「PD수첩 - 사립학교, 교장의 소유물인가?」가 방영된 것은 1992년 9월 1일 「PD수첩」의 송일준 프로듀서가 1992년 8월중 영석고등학교에서 파면된 두 교사(이승호, 손병수)로부터 학교내의 각종 비리에 대한 제보와 취재부탁을 받고 자료조사에 착수함으로써 이 프로그램의 제작은 시작되었다. 그 결과 학생징계. 교사들의 순번제 수위실 근무, 교장의 가묘잡역에 교사 학생 동원, 교실비품에 대한 학생부담... 등을 다룬 「시립학교 - 교장의 소유물인가?」가 방송되기에 이르렀다.

담당 프로듀서는 상식과 사회상구에 기초해 취재를 했고 학교측의 부조리를 증언했던 현직교사, 학생가족 등에 대한 인터뷰를 확보함으로써 '객관적인 증거자료'를 통해 영석고교의 문제를 프로그램화했다고 설명한다. 또한 취재 후 약 일주일간에걸처 문제의 교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극구 회피하여 만날 수가 없어'할 수 없이 교감과 인터뷰를 실시해 이를 방송했다고 한다.

방송후 영석학원은 보도내용에 불만을 품고 마침내 언론중재위에 제소했다. 이에 담당CP가 출두해 영석학원측 변호사와, 학교측의 주장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제작해 다시 한번 방송하기로 일단 타협했으나 이 내용을 영석고 교장이 거부해 민사재판으로 이행됐다. 그리고 근 1년이 지난 후인 93년 10월 9일 예의 1심 판결이 선고된 것이다.

여기까지는 올해들어 발생한 뉴스센터 「김부름군 사건」의 경우와 전개과정이 거의 비슷하다. 「PD수첩」제작진도 상황이 그 정도라면 고발성 프로그램의 제작에서 있을 수 있는 (인정하지는 않지만)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고 말함직하다. 그런데 문제는 법원이 판결한 정정보도의 내용. 서울지법남부지원(판사 김길중 외)는 판결문에서 학교측의 주장이 명백히 진실에 반한다는 근거가 없는 한 언론사는 반론을 수용해야 한다고 언명하면서 한번 반영하는데 약 5~6분이 필요한 학교측 요구문안을 「PD수첩」방송 전후 2회에 걸쳐(합계 10~12분) 방송하라고 판시한 것이다.

50분물인 「PD수첩」에서 12분여의 정정보도문 방송은 CM을 제외했을 경우 1/4을 넘는 분량. 「PD수첩」으로서는 정정보도 자체도 납득할 수 없는 심정이지만 보다도 프로그램 앞뒤를 그와 같이 '도배'하는 것은 프로그램의 공신력과 자존심상 도저히 승복할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해 송일준 PD를 비롯한 제작진은 1)원고측의 무리한 요구가 그대로 재판부에 의해 받아들여진 것은 방송 현실을 모르는 비상식적인 판결로서 특히 1심이 끝나자마자 피고인인 언론사의 항소여부에 관계없이 '반론'을 보도해야 하는 것은 3심제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 2)피윈고인 학교측 주장이 명백한 거짓이라는 사실을 피고측(언론사)이 증명할 수 없는 반론을 보도해야 한다는 반론권의 개념을 인정한다 해도 사법권이나 수사권이 없는 언론사가 취재원의 자발적인 의사를 객관적으로 판단해 보도할 때 원고측의 반박이 거짓임을 완벽하게 증명할 증거자료를 수집하는 것은 어렵다. 이 같은 실정에서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 신장을 담보해야 할 사법부의 그와 같은 판결은 결과적으로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닌가, 3) 일단 방송이 되고 나면 방송사는 취재원에 대해 계속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입장에 처하는데 비해 원고측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취재원이 번복을 만들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고 할 때 이러한 원고의 '악의'를 재판부는 어떻게 감별한 것인가...등과 같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결국 「민실위광장」에서 지적한 것처럼 '문제된 보도내용에 의해 사실상 피해를 입은 당사자의 반론이 있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방송에 관한 그 반론 내용의 진실성 여부를 떠나 이를 보도해줄 의무가 있는 것'이라는 정정보도청구권에 대한 법원의 해석은 '정정보도'와 '반론'의 의미가 혼재된 상태에서 일부 악의적인 보도대상자들의 사실부인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제작진의 이유 있는 항변에 직면하게 된다.

뉴스센터 「김부름군보도」이후 재연된 이 같은 사례는 기존의 정정보도청구권이 안고있는 문제를 잘 드러내준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반박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할 제작자의 의무'를 재삼 깨우쳐주는 기회이지만 그와는 별개로 언론의 비리 고발 보도를 위축시키고 국민의 알 권리 신장을 침해하는 이른바 '정정보도 청구권'에 대한 법적인 개선과 정비의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언론계 공동의 대처가 있어야 하지 않을 까 싶다. 특히 이 문제에 관한 회사측 고문변호사의 대응은 극히 졸렬한 것이었다고 전해지는 바. 전문 변호사의 보강과 같은 단기대책 그리고 학계와 법조계에 여론을 환기시켜 관련법규를 개정하는 장기대책이 긴요한 시점이다.

문화방송노보 1993년 1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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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4.10 -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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