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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정길화
Subject   기체조 사범 박정근 조합원
파업 투쟁의 열기가 드높았던 지난해 9월24일 그날 민주의 터 집회장에 있었던 사람이면 쉽사리 잊지 못할 광경이 있다.

"최대한 밀어주십시오, 우리를 둘러싼 어려움을 밀어내는 기분으로 최대한 밀어주십시오." 조합원들이 두손을 깍지끼고 일제히 좌우로 몸을 젖힌다. 혹은 천장으로 팔을 한껏 밀어 올린다. "윽, 으윽" 몸의 마디마디가 풀리면서 이구동성으로 신음이 나온다. 바야흐로 기(氣)가 터지는 소리다. 맺힌 것이 풀리고 삽상해진다…

기체조 사범 박정근, 파업이 낳은 한 사람의 스타는 그렇게 탄생하였다. 기실 파업이 시작되어 집회장에 조합원들이 운집한지 22일째이던 그날쯤은 많은 조합원들이 내심 단순반복되던(?) 집회 프로그램에 마악 식상하려던 무렵이었다. 게다가 그보다 더 짜증스럽고 울분스러웠던 것은 꽉 막힌 채 요지부동이던 회사측의 협상태도. 급기야 9월19일엔 이완기 쟁대위원장을 비롯한 쟁대위원과 멀쩡한 조합원을 포함해 15명의 노조원을 검찰에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다수의 조합원을 징계한 것도 그즈음의 일이다. 집회장에 앉은 조합원들의 현관과 기맥 여기저기에 체증이 일어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박정근 조합원은 바로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것을 들고 집회장 앞으로 성큼 걸어 나갔던 것이다.

- 원래 작년 연초에 단전호흡 같은 것을 3개월쯤 수련하기도 했었다. 안국동에 있는 선원(禪院)이었는데 평소에 그런 것에 관심이 많았고 몸으로 한번 체험해 보고 싶었던 게 그곳을 나간 동기였다. 프로그램 출장으로 중단되었으나 그때 배운 것은 상당히 숙달되어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파업에 임하게 되었다. 줄곧 뒤에 앉아 있었는데 오후 집회가 되면 다들 피곤해 하는 것을 보았다 아마도 불편한 상태에서 오랜 시간 앉아 있는 것에 익숙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러다보면 더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그때 문득 기체조 배운 것이 생각이 났다. 수련원에서는 이를 '도인체조'라고 말하는데 단학(丹學)수련에서 몸을 푸는 방법의 극히 일부를 일컫는다. 여기서는 그냥 기체조라고 하자. 하여간 체조 동작 중에서 앉은 상태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잇는 몇 가지 동작을 골라 혼자서 몇 번 연습한 다음 용기를 내어 그날 시험해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조심스런 시험에 조합원들은 열광적으로 반응하였다. "최대한 밀어주십시오"는 단숨에 애정어린 유행어가 되고 졸지에 그는 사범으로 불리게 되었다. 박정근 사범의 기체조 시간은 점심시간 후 오후 집회에 띠편성으로 들어갔다. 조합원들은 정녕 우리를 에워싸고 내리누르는 그 무엇을 밀어내듯 깍지낀 손을 한껏 밀었다. "으. 으윽"

- 기체조의 효과는 우선 나자신부터 믿고 있었다 .정신이 안정되고 화를 삭히며 마음이 관대해진다. 한마디로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이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필요할 것이라 믿고 결행하였다. 왜 결행이란 말을 쓰냐 하면 그 당시에 나도 많이 떨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은 MBC입사 후 그때가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마음을 담담하게 먹고 말을 절제하며 차분하게 하고 나니 반응이 오는 것이 확 느껴졌다 , 그때부처는 여유를 갖고 조합원들의 현재 상황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동작의 변화를 염두에 두었다. 집회 시간 중 나에게 주어진 귀중한 시간이라 생각하고 사람들의 마음에 호소하고자 하였다.

대화에서 좋은 방법은 사람의 눈을 보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보다 좋은 것은 마음으로 대화하는 것이다. 마음과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었던 박정근 조합원 그가 나눈 이야기는 최대한 밀어 주십시오"라는 기체조의 그것만이 아니다. 박정근 사범의 등장은 MBC파업 과정에서 또다른 의미를 던져준다. 그것은 평소에 말이 없던 사람이 저렇게 파업에 참여하고 있구나 하는 신뢰감의 고취이다. (실제로 그는 정말 과묵하다. 아마도 그의 옛 지인들은 그의 '사범'으로서의 활약에 경악할 것이다.) 박정근 조합원으로 말미암아 MBC파업은 집행부와 평조합원의 일체감 속에 이심전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이 실증되었고 그것은 조합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교감되었다.

10월2일 경찰력 난입 후 박정근 사범의 기체조는 일시적으로 도량을 잃었다. 그러나 이곳저곳 동냥으로 얻은 실내 집회공간에서도 기체조는 어김없이 앵콜 공연되었다. 이때 그는 비대위 행사팀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되었고 이 시기에 기체조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을 행한다. 단식의 끝무렵에 있던 당시 정기평 비대위원장의 건강을 단식수련법에 입각하여 질서있게 회복시키는데에 결정적으로 도움을 준 것이다. MBC파업이 있던 1992년 가을 그 무렵 이처럼 박정근이라는 이름은 듬직한 신뢰의 한 상징이었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박정근 조합원 그는 MBC파업을 어떻게 정리하고 또 어떤 자세로 현업에 임하고 있는 것일까.

- 사실 파업을 시작할 때는 우울하고 비관적이었다. 그러나 파업과정을 거치면서 내적인 신념으로 정착되는 그런 상황이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옳다는 확신이 뭐랄까 도덕적, 윤리적으로 승화된다고 할까. 개인적으로는 중산층의 기회주의적 태도를 탈피하는 계기가 되었다. 거창하게 말하면 인생의 일정한 기준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파업이 끝난 후 불이익과 희생이 많아도 감수하며 열심히 일하는 동료와 선후배들을 보면서 감동을 느낀다.

사실상 겉으로는 얻은 게 없을지 모르지만 이러한 것이야말로 이번 파업에서 거둔 참된 승리이자 노조 발전의 원동력이라 믿는다. 필요할 때 사무실이건 어디에서건 당당하게 발언하고 더욱 열심히 일하면 되지 않겠는가.

박정근 조합원 아니 박정근 프로듀서, 그 힘, 그 당당함으로 그는 지금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의 소속은 교양제작국 다큐멘터리 담당. 올해 그의 파업은 해상왕 장보고에 관한 특집다큐멘터리. 얼마 전 그는 사전 답사를 위해 중국을 다녀왔고 이를 토대로 2월초면 제작에 착수한다. 연말쯤이면 박정근 프로듀서의 혼과 기가 깃든 실팍한 프로그램이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때를 위해서 우리는 일제히 말하자.

'박정근 사범을 최대한 밀어 줍시다. 윽, 으윽"

믄화방송노보 1993년 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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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4.10 -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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