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정권의 방송농락 어디까지 갈 것인가
이      름: 정길화
작성일자: 2002.04.09 - 18:26
- 김정기 교수의 '방송위원장 내정설'에 접하고

전형적 관변인사로서 방송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한모씨의 방송위원장 내정설은 들불처럼 끓어오른 방송인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결국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방송정책권을 깨끗이 포기하고 오는 정기국회에서의 통합방송법 입법 일정을 공표하면 그 누구도 방송개혁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 정권은 공명정대한 길을 두고 노정합의의 뒷통수나 치고 노조간부를 구속한 상태에서 부단히 방송장악의 음침한 뒷골목만 기웃거리고 있다.

최근에 보도된 김정기 교수의 '방송위원장 내정설'만 해도 그렇다. 우리는 그가 대표적인 방송산업화론자로서 MBC 민영화를 주장하며, 특히 지난번 방송법 파업국면에서 방송노조를 능멸하고 KBS 경영위원회를 역성들어 결과적으로 방송법 무산에 기여했다는 전력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방송위원회 위상 강화를 반대해온 김정기 교수가 방송위원장으로 선임될 경우 그 방송위원회가 대관절 어떤 정체성을 보일지 의문스럽기 짝이 없다.

우리는 현 정권 출범 초기에 모 유력 인사가 방송위원장 후보로 거명되다가 집권여당이 상대하기 거북한 중량급 인사라서 기피되고 다른 자리로 이 인사를 임명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다가 얼마전 한모씨의 내정설 파문이 있었고 이번엔 김정기 교수 내정설이 나왔다. 이는 사실 여부를 떠나서 현 정권이 실제로 방송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유력한 정황증거라고 본다. 즉 방송을 정권의 전리품으로 생각하고 논공행상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것이고, 통제가 가능한 쉽게 말해 다루기 쉬운 인사를 방송위원장이나 공영방송사 사장에 임명해 사실상 방송을 원격조종하겠다는 저의가 배어있다는 것이 또 하나다.

왜 현 정권은 소위 학식과 덕망있는 인사를 합당한 검증 절차를 거쳐 임명함으로써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가. 방송독립이 그렇게 두려운가. 이렇게 방송장악을 해서라도 총선정국을 돌파해야 하겠는가. 아니 이렇게 하면 그 열망하는 정권 재창출이 과연 이루어질 것으로 보는가. 방송장악을 넘어 방송농락에 이른 작금의 행태를 보면서 더할 수 없는 낭패감과 분노에 사로잡힌다. 정권 내부에 일부 세력이 최근의 방송법 국면 파행을 주도하고 있다고 하는 바 이들은 지금이라도 헛된 기도와 망상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삼 확언하거니와 김정기 교수는 방송위원장 내정설을 공개적으로 해명하고 특히 방송법 논의과정에서 자신이 보인 언행에 대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나아가 현 정권은 사전검증이나 공개적인 여론수렴없이 졸속적으로 방송위원회를 구성하려는 일체의 기도를 즉각 포기하라. 우리가 보기에 아직까지 방송위원장 후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1999년 9월 1일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