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노조간부 석방하고 통합방송법으로 개혁의지 입증하라
이      름: 정길화
작성일자: 2002.04.09 - 18:29
더 이상 시간이 없다 정부여당은 노조간부 석방하고 통합방송법으로 개혁의지 입증하라

노정합의가 뒤집히고 임시국회가 무산된지, 그리고 등에 칼이 꽂힌 채 졸지에 방송노조 간부가 영어(囹圄)의 몸이 된지도 어언 한 달이 지났다. 그러나 통합방송법은 기약이 없고 위성방송법을 분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정체불명의 자가발전식 논의만 교묘히 흘러 나오고 있다.
일설에 따르면 지금 여당내에서는 아무도 통합방송법안의 추진에 나서는 이가 없다고 한다. 또한 문화관광부 장관은 범사회적 합의를 파기하고 '방송정책권의 정부 귀속'을 공공연히 주장해 통합방송법 입법 전선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결국 이 와중에 방송법은 '그냥 이대로' 가는 꼴이 되고 만다. 정부여당은 정녕 이것을 원하는 것인가. 김대중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개혁입법 차원에서 통합방송법을 제정하겠노라고 공언한 후 잉크 자국도 채 마르지 않은 것 같은데 아직까지 일정조차 나오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우리는 사회 일각에서 현 정권에 대한 총체적 불신이 날로 강화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국정의 난맥상과 민의 수렴 부재 속에서 그저 총선에서의 정략적 승리를 위한 신당에만 한눈을 판 채 진정한 개혁의지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또한 현 정권의 '안면몰수'나 '번드르한 레토릭'에는 많은 국민들이 염증을 느끼는 단계에까지 와 있다는 얘기도 듣고 있다. 우리가 듣는 시중의 여론이 잘못됐다는 말인가. 아니면 지금 언론이, 방송이 거의 장악돼 있어 밑바닥 정서를 모르고 있다는 얘기인가. 이렇게 가다가 종당에 어떤 말로를 맞을 것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이제 시간이 없다. 우리는 다시 한 번 호소하고자 한다. 현 정권은 노정합의 정신으로 돌아가 통합방송법 제정을 완수하라. 지난번 임시국회 때 통합방송법을 가로막았다는 '3박 2김' 따위의 풍설을 우리는 믿지 않겠다. 이는 현 정권을 근본부터 의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야당시절부터 그렇게 방송독립을 주장해온 정부여당이 일단의 수구세력에 그렇게 농락당하리라고는 차마 믿고 싶지 않다. 결국 현 정권은 통합방송법을 통하여 개혁의지를 입증해야 한다. 그것만이 작금의 난국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유일한 해답이다. 김대중 정부는 방송장악 음모를 포기하라. 그리고 무엇보다 노정합의의 당사자인 방송노조 간부를 즉각 석방하라. 이 대목은 생각할수록 가슴을 치게 한다. 합의를 하고 파업을 해제한 노조간부를 어떻게 구속할 수 있는가. 인질로 잡아두겠다는것인가. 현 정권이 기본적인 윤리마저 팽개친 게 아니라면 약속을 지켜서, 행동하는 양심으로 돌아와 주기 바란다.

1999년 9월 16일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