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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 |
 정길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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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 옛 공보처의 악령이 다시 엄습하려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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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정부는 2차 정부조직 개편을 한다면서 그전부터 분분하던 공보처 부활을 국정홍보처란 이름으로 강행하고야 말았다. 참으로 개탄스럽고 충격적인 일이다.
공보처가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무슨 일을 하던 곳인지 모른단 말인가. 보도지침의 소굴이었고 온갖 편파 불공정 보도를 사실상 조장하며 언론에 대한 전횡과 월권을 일삼던 곳이었다. 자유언론과 민주언론을 갈망하던 현장 언론인을 능멸하던 곳이었다. 급기야 PD연합회와 언노련, 기자협회 등 언론3단체가 언론개혁 10대과제의 제1조로 공보처 폐지를 내걸었었다. 김대중 정부도 이러한 현장 언론인의 여망을 알았기에 그리고 야당 시절 공보처의 폐해를 보고 느꼈기에 대선 공약에서 공보처 폐지를 표방했을 것으로 우리는 믿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작태인가. 국민의 정부에서는 모든 것이 면죄부가 되는 것인 줄 아는가. 국정홍보처의 신설은 이 정부가 과거 정권과 같은 독선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다. 최근에 지적되는 일부 국정의 난맥은 홍보 부족이 아니라 현 정부내 위기관리 능력의 부재와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시스템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겸허한 반성보다 홍보만 잘하면 된다는 착각에 빠진 채 국면을 우습게 여기는 한심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거두절미하겠다. 과거 공보처의 악몽을 되새기게 하는 국정홍보처의 신설을 즉각 중단하라. 자유언론과 민주언론을 창달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은 공보처의 부활이 아니라 정부의 언론개입을 포기하는 것이다. 우리는 현 정부가 처한 어려움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럴수록 정도를 걷고 개혁의 길을 올곧게 걸어나가야 한다. 우리가 참으로 염려하는 것은 이 정부가 이제 자신감을 잃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자신을 잃고 자기의 본분을 망각하면 이처럼 과거정권이 저질렀던 악수(惡手)를 반복하고 아집 속에서 낭패를 일삼는다.
우리는 지난번 방송개혁위의 반개혁적 '방송개악안'에 이은 이번의 시대착오적 국정홍보처 신설을 저지하기 위하여 여러 언론단체, 시민단체와 연대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나갈 것임을 천명한다. 만약 우리와 국민의 여론에 반해 국정홍보처 신설을 강행한다면 엄청난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음을 경고해둔다. 이로부터 야기되는 모든 사태는 정부당국의 책임임을 분명히 하는 바이다.
1999. 3. 23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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