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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정길화
Subject   한정일씨의 방송위원장 내정을 결단코 반대한다
실로 경악스런 일이 발생하려 하고 있다. 정부는 김창열 위원장의 사표수리 후 공석중인 방송위원장에 한정일 전 종합유선방송위원장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으로 참담하고 경악스런 일이다.

그러고 보니 이제 알 만하다. 왜 지난 8월의 임시국회에서 노정합의에도 불구하고 방송법이 처리되지 않았는지를. 현 정권은 이런 식으로 정권이 원하는 인사를 낙하시킴으로써 방송위원회를 장악하는 체제를 유지·존속하려고 굳이 방송법을 개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정권에 우호적인 인사를 이렇게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는데 방송법을 왜 개정하겠는가. 내년 4월 총선 때까지 현행 방송법 체제를 그대로 끌고 가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번의 책동으로 김대중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통합방송법 조속 제정…"은 입술에 침이 마르기도 전에 완전한 허구로 드러나게 됐다.

그러고 보니 이제 알 것만 같다. 왜 방송가에 오래 전부터 다음 방송위원장은 4H 중에서 될 것이라는 등의 풍설이 돌았는지를. 정권은 모든 것을 정해놓은 채 논공행상식으로 낙점을 내리며 차곡차곡 방송장악의 수순을 밟아왔던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기로 한정일씨는 지난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으로 내정됐다가 뜻을 이루지 못했던 전력이 있다. 세상이 다 아는 DJ측 인사로 아태재단과 제2건국위원회에도 연루되고 있는 관변 인사다. 그러한 인물을 공작적으로 방송위원장에 임명하려는 것에서 현 정권의 몰염치와 부도덕은 적나라하게 폭로되고 말았다. 이제 더 이상 눈치볼 것도 없고 거리낄 것도 없으니 마음껏 본색을 드러내겠다는 것인가.

그러고 보니 이제 충분히 알겠다. 왜 노정합의의 당사자인 방송노조간부들을 구속하고 검거하는지. 이런 방식으로 방송장악을 하려 할 때 당연히 그 저항의 교두보가 될 방송노조를 무력화시켜야만 했을 테니까. 한손으로 협상을 말하고 한손으로 뒤통수를 치는 행위는 너무나 비열한 행위다. 말로는 국민의 정부를 칭하면서 위선적, 기만적 행태로 국민을 농락한 것이 무릇 얼마인가. DJ 정권의 레토릭과 거짓말에 우리의 환멸은 극치에 달하고 있다.

거두절미하고 우리 2,300여 방송프로듀서들은 한정일씨의 방송위원장 내정을 결단코 반대한다. 첫째로 절차상으로 이번 결정은 옳지 않다. 방송법 개정을 무산시킨 정부여당이 이를 철저히 반성하고 하루바삐 노정합의를 구체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서 이러한 작태는 방송장악을 기도한다는 의혹을 사기에 족하다. 집권여당이 통합방송법을 정녕 통과시키고자 한다면 지금 할 일은 방송위원장 교체가 아니다.

둘째로 한정일씨에 관한 문제다. 그가 종합유선방송위원회 재임시에 행한 불법적인 구조조정과 대량해고의 문제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줄 믿는다. 특히 이때의 해고가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불법으로 판정되자 각종 로비를 통해 이를 뒤집으려 하고 있는 등 직위에 걸맞지 않는 행태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송 관련 전문성도 빈약하기 짝이 없다. 고작 몇 개월의 방문진 이사 경력과 현직에서 이탈하여 숨어 지냈다는 종합유선방송위원장 경력으로 방송 전문성을 내세운다면 한심한 일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정부의 총체적인 '도덕적 해이'다. 협상력과 의지의 부족으로 성안 직전에 방송법을 무산시켜 놓고 그러면서도 대통령은 방송법의 조속한 통과를 공언하는 저 위선적인 태도를 보라. 방송장악을 않는다고 구두탄을 남발해놓고는 지역연고에 근거를 둔 문제인사로 방송위원장을 임명해 방송독립을 우롱하려는 저 철면피성을 보라. 이것만 보아도 우리는 김대통령의 찬란한 8·15 경축사가 한낱 레토릭에 지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예감한다.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는 이번의 사태를 매우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 같은 일을 방치해서는 더 이상 방송독립도 질 좋은 방송도 보장되지 못할 것이다. 지난 12년 동안 오로지 방송계 현장에서 방송민주화를 위해 노력해온 우리 프로듀서연합회는 한정일씨의 방송위원장 내정 저지를 위해 총력으로 투쟁할 것을 다짐한다. 비도덕적이며 방송독립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이 같은 처사를 그대로 둔다면 프로듀서연합회 존립의 가치가 부정되고야 말 것이다. 우리의 의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종당에 우리의 투쟁은 집권여당의 부도덕함과 철면피함으로 향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1999년 8월 16일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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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4.09 -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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