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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 |
 정길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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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 방송의 날을 이대로 맞이할 수는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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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은 방송정책권 포기, 방송위원회 정상화, 통합방송법 입법일정 공표, 노조간부 석방 등을 방송의 날 전까지 이행하라
제36회 방송의 날 행사가 박두했다. 오욕의 역사로 점철된 이 땅의 방송, 기쁨보다는 회한이 엄습한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획득하고 소모적인 경쟁체제에서 탈피해, 시청취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프로그램을 방송해야 하건만 우리 방송은 파행과 순치의 길을 걸어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특히 지난 10여년간의 논의를 바탕으로 개혁적 입법이 기대되던 통합방송법이 정치권의 파쟁에 의해 좌절된 이 시점에서 맞는 방송의 날에 대한 소회는 참으로 처연하다. 더욱이 방송개혁의 대전제라 할 수 있는 방송정책권을 둘러싼 논란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반역사적 상황에서는 그저 참담할 뿐이다.
권력이 정략적 음모로써 방송을 대하고 있는 동안 방송현장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국적불명의 현실도피적인 프로그램이 범람하고 있고,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기회주의적 보도가 국민의 알 권리를 우롱하고 있다. 제작현장의 황폐화는 가속화되어 격무의 후유증으로 현업 프로듀서가 '순직'하는가 하면 악화일로의 시청률 경쟁 풍토에서 인기 스타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프로그램은 왜곡된 채 표류하고 있다.
제36회 방송의 날은 그런 점에서 이땅의 방송인에게 반성과 각오의 자리이어야만 한다. 우리 방송인은 더 이상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방송이 되지 않을 것임을 결의하고 실천해야 한다. 개혁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서 이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 구조와 제도의 탓으로만 돌리고 피해자를 자처하기만 할 경우, 국민들은 방송인들을 언제까지나 기다려주지는 않을 것이다.
한편으로 방송의 날은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송출하는 등 시청취자를 위해 최선을 다한 현장의 방송인들을 기억하고 어루만지는 날이어야 한다. 또한 일제하 단파방송 사건에서 6월항쟁 이후의 방송민주화 운동과 최근의 방송법 파업에 이르기까지 면연히 지속된 방송인들의 투쟁이 평가받는 자리라야 한다. 굴종을 거부한 방송인들의 강고한 노력은 마땅히 계승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것임이 틀림없는 방송에 대한 그 어떠한 장악기도도 분쇄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되새기는 날이 되어야 한다.
이제 이러한 각오를 뜨겁게 안고 말하겠다. 정부여당은 방송이 정권의 전리품이 아님을 겸허히 인정하고 방송의 날을 시혜적인 의전을 베푸는 날로 착각하지 말라. 방송정책권에 대한 포기의사를 명백히 하고 기능중지 상태에 있는 방송위원회를 원칙에 따라 정상화하라. 노정합의 정신에 입각한 통합방송법 입법 일정을 국민 앞에 밝히고 무엇보다 방송의 날 전까지 구속중인 노조 간부를 석방하라. 방송의 날이 진정한 축제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바로 이것이다.
1999년 8월 26일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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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방송농락 어디까지 갈 것인가
방송위원장은 권력의 소유물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