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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 |
 정길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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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 월간 <프로듀서>지 합본호 서문 「프로듀서」, 우리들의 자화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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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류의 회고담을 쓸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렇게 지나간 날들은 모두 어려웠고 어지러웠는가 하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으로 시작해 보면 늘상 '다사다난'이니 '회한'이니 하는 단어들이 유유상종의 어군(語群)으로 모이는 것이다. 「프로듀서」지 주간으로 있었던 1990년 - 1991년의 날들이 그러했고 「프로듀서연합회보」8대 주간으로 있는 1994년1995년 또한 그러하다. 이른바 방송법 개정, 「PD수첩」불방과 김평호 PD의 해고, MBC 드라마 「땅」조기종영으로 점철된 4대때와 l기억에도 선명한 이른바 「연예계비리사건」이 신년벽두를 강타했던 8대때는 돌아보면 정말이지 영일(寧日)이 없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가운데 연합회의 유일한 매체인 「프로듀서」,「프로듀서연합회보」또한 폭주하는 현안과 정면으로 부닥쳐야만 했다.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성명서를 발표하고 회보에서는 특집을 편성해 이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방송계에 프로듀서들의 입장과 의견을 확산시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또 솔직히 말하면 일천한 경력의 필자에게는 버거운 일이기도 했다. '배운 도둑질'론과 '하던 사람이 해야지'라는 황당한(?) 고리엮기에 얽혀 4대와 8대 편집주간을 맡게 된 필자는 한때 백의종군론으로 탈출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자의반 타의반으로 주간역 수행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흔히 '모래알 정사'로 불리는 프로듀서들의 세계. 자유롭고 창의적인 PD들의 작업방식은, 하나의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이끌어 나아가는 것엔 더없는 미덕이지만 반대로 공동의 문제에 대처하는 것엔 악재로 작용한다. 연합회나 연합회보가 아무리 현안을 부각하고 회원들의 관심을 촉구해도 메아리없는 외침이 된다. 그런 상태로 끝나면 좋으련만 회원들의 성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연합회의 활동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으니, 공동의 현안은 언제나 숙제가 된 채 프로듀서 사회의 역량부족이라는 현실만 재확인하고 끝을 맺는다. 이래저래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만 씁쓸하게 되새길 뿐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프로듀서연합회보를 열심히 만들고 하는 일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 하고 회의가 들 때도 많았다. 이것은 특정 집행부와 특정 임기 때의 문제가 아니라 무릇 프로듀서들이 있는 곳이면 항상 발생하는 일이라 누구의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그렇다면 결국 남의 얘기는 "그냥 이렇게 살다 가자"일 따름인가.
다행히 최근들어 프로듀서들의 생각이 조금 바뀌는 듯한 기분도 있다. 방송구조가 개편되고 다매체 다채널 시대가 도래해도 내 일만 내 프로그램만 잘 하면 그만이라는 자기본위의 무관심이 오히려 개인의 문제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각성을 했기 때문일까. 영상시대에 소프트웨어를 창조하고 공급하는 프로듀서들이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넓히고 건강한 제작환경 속에서 소신있게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일은 너무도 중요하다. 연합회와 연합회보는 프로듀서들의 위상을 제고시키되 궁극적으로 이러한 측면에서 생산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8대 집행부는 프로듀서연합회보사(史)에서 중요한 결정을 한바 있다. 월간 타블로이드판으로 발행되던 「프로듀서」지를 격주간 대판으로 바꿔 지면혁신을 한 것이 그것이다. 외형을 키운 것이 반드시 질과 수준의 향상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방송계의 현안에 대처하는 연합회의 적극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되었으면 한다. 익숙해 있던 체재(體裁)가 아니어서 처음에는 다소간 낯설음도 있었으나 「프로듀서연합회보」도 이제는 그런 대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프로듀서연합회보」가 좀더 내실을 갖춰 장차 격주간에서 주간으로, 4면에서 8면으로 외형을 확대하면서 방송계의 현안을 선도하고 프로듀서의 제작환경을 개선해 나아가는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이번 합본호 제2호의 간행은 타블로이드판으로 나왔던 「프로듀서」지를 정리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바라기로는 회원들이 가까운 곳에 두어 틈틈이 펼쳐 보면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들이 어떤 것이고 연합회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느껴주었으면 한다. '배운 도둑질'이든 '저 좋아서 하는 일'이든 그래도 「프로듀서」지 구석구석에 한때의 열정이 스며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천학비재한 필자로서는 그것만으로도 더없는 기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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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 2002.04.09 - 16: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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