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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정길화
Subject   협찬시비와 PD징계에 말한다
「월드쇼」, 「열린음악회」 파동에 부쳐

KBS의 「월드쇼」와 「열린음악회」관련 PD의 징계소식을 처음 듣고 우리는 일단 감정적인 반발을 자제하고자 하였다. 아직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레 흥분하는 것은 반지성적인 패거리주의나 팔이 안으로 굽는 온정주의로 비춰질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로부터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시점이다. 진상은-진상이랄 것도 없지만-드러날 대로 드러났고 더 이상 의문의 여지도 없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분연히 말하겠다.

「월드쇼」, 「열린음악회」물의와 연관돼 내려진 담당PD의 징계는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KBS는 사건의 본질과 정상에 따라 일을 처리해야지 일부 악의적인 신문 보도에 놀아나거나 국무회의석상에서 거론되었다는 따위의 비본질적인 요소에 농락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월드쇼」의 경우 담당PD를 징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생각해보라. 연예인에게도 인권이 있고 행복추구권이 있다. 그들은 어찌 보면 '국익'을 위해 개인적인 이익과 일정을 희생하면서 카레이스키를 위한다는 충정으로 공연에 동참하였다. 그러나 공연은 지리멸렬하였고 대우는 약속과 달랐다 귀국길의 항공기편에서 그들의 분노는 폭발하고야 말았다. 그들의 표현방식에 무리가 있었음을 인정한다해도 그 책임을 PD에게 물을 수 는 없다.

PD가 전위에 서서 무한책임을 진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프로그램에 한한다. 방송 현장의 사정과 정서를 잘 모르는 국무회의에서 예의 돌발적인 해프닝을 불쾌하게 거론했다고 해서 담당PD를 징계내렸단는 말이 사실이라면 어찌 그러한 방송사를 책임있고 독립적인 공조직이라 할 수 있겠는가.

나아가 그 발단이 이를 악의적으로 매도한 모 신문의 기사라면 우리는 이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그것은 그 기사가 사실보도에 충실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매우 교묘한 매체패권주의적 음모까지 개입시켰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기사의 과녁이 방송사의 협찬에 있었다고 본다. 그동안 각 방송사가 협찬이라는 방법으로 광고시장을 교란하면서(그들이 보기에) 그들의 비위를 거슬리자 외곽을 때리는 방법으로 「월드쇼」연예인의 공항항의 소동을 키운 것으로 우리는 분석한다. 협찬에 문제가 많다보니 이렇게 국가망신까지 시키는 일이 벌어졌다는 식이다.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하지만 우리들 PD들은 명분없는 협찬, 무원칙한 협찬, 처리과정에 의혹이 있는 협찬은 결단코 배격함을 밝혀둔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협찬을 빌미로 한 대형 공연 프로그램들의 타당성에 대해서도 회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방송광고공사가 농단함으로써 획일적으로 통제되고 제한된 광고 시장에서 특히 십수년간 광고료가 묶인 현실에서 경영난을 타개할 목적으로 회사차원에서 추진하는 협찬을 반대할 뾰족한 이유도 없다. 다만 우리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책임지는 PD이기 때문에 협찬이 안 들어왔다고 프로그램을 못 만드는 그런 현실을 바라지도 않고, 나아가 협찬과 관련한 시시비비로 공연한 물의를 빚거나 구설에 휘말리고 싶지도 않은 것이다. 솔직히 PD는 협찬금의 내역도, 협찬프로그램의 손익계산에도 관심이 없다. 그러나 기회가 주어지면 곰처럼 프로그램만 만들 뿐이다. 그런 PD에게 징계라니 당치도 않은 일이다.

요약해서 말하겠다. 작금 「월드쇼」, 「열린음악회」관련 PD의 징계는 철회되어야 한다. 각 방송사는 최근 협찬에 대한 일부의 문제제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협찬처리상황과 내역을 석명하고 보다 적극적으로는 광고시장의 모순을 해결하는 노력을 보여라. 그리고 일부 매체는 사안의 본말을 전도시키지 말고 정정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곰처럼 일할 뿐인 PD를 사냥감으로 삼는 일은 한마디로 답지 않은 노릇이다.

1996년 9월 6일 프로듀서연합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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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4.09 -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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