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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정길화
Subject   공보처의 철면피적 기만에 분노한다
통합방송법안의 입법예고를 보고

밉다 밉다 하니 한술 더 뜬다는 말이 있다. 연내 통과가 어렵다느니 법안지연을 요청한다느니 하며 연막을 피워대던 공보처는 지난 5일 돌연 통합방송법안을 입법예고해 우리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허울뿐인 문민정부의 마각을 고스란히 내놓고 있던 공보처라 아무리 터럭만큼의 기대조차 안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해도 너무 한다.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아 미혹하려 하더니 정녕 국민꼴이 우습게 보였는지 이제는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장난질까지 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래 좋다. 대한민국 공보처가 원래 그런 줄 몰랐느냐 하고 차라리 체념을 하겠다. 우리가 정작으로 분노하는 것은 그런 기만적인 입법예고 같은 깜짝쇼보다(깜짝쇼 좋아하는 대통령 밑에 있더니 그것도 배운 모양인지) 법안의 내용에 대해서다.

공보처가 입법예고한 통합방송법안을 보면 1)재벌과 신문사의 위성방송 참여를 허용하고 2)방송사 인허가권 등 방송행정의 주요권한과 방송정책 수립기능 등이 주요 권한이 공보처에 집중되고 3)방송위원회의 구성의 위원 수 또한 대통령 임명이라는 현행방식 유지 등 방송계와 야당의 격렬한 반발을 샀던 내용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지난해 거센 여론에 직면해 결국 폐기했던 내용이 그대로 다시 국회에 상정된다는 얘기다. 14대 국회에서 정부의 통합방송법안이 폐기된 직후 충분히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공언한 입의 침이 마르기도 전에 시치미를 떼고 입법예고를 하는 공보처의 철면피성에 아무 할 말이 없다.

사정이 이런 지경이다 보니 방송계 일각에서는 공보처의 '막가는 법안'이 오히려 협상카드용이라는가 하면 교란작전용이라는 분석까지 나오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도 명색이 일국의 정부부처인 공보처가 제스추어나 면피용으로 입법예고라는 법적 절차를 농단한다는 얘기니 정말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일일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어떻든 통합방송법안 입법예고에 즈음해 우리는 입장을 다시금 천명하고자 한다. 통합방송법안은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키우고 곧추세우는 방향으로 추진돼야만 한다. 방송위원회의 구성은 실질적인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현재 제반의 방송정책을 수립하고 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할 뿐인 공보처는 폐지되거나 국정홍보기능만으로 그 기능이 축소되어야 한다. 재벌신문과 족벌신문의 폐해에서 이미 검증이 끝났듯 매체독점과 문어발을 야기할 재벌과 신문사의 위성방송 참여허용 기도 또한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공보처가 카드용으로 냈든 오리발용으로 냈든 입법예고된 통합방송법안에 대해서는 우리의 분명한 반대의지를 밝힌다. 우리는 국회제도개선특위의 활동상을 비상한 관심으로 지켜볼 것이다. 행여 야당측은 다른 정치적 현안과 엮어 통합방송법안을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기도를 아예 갖지 말 것을 노파심으로 당부한다.

정상배와 모리배들에게서 농락당하는 우리 방송. 참으로 안타깝고 비참한 심정이다.

1996년 10월 10일 프로듀서연합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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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4.09 -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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