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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정길화
Subject   말잔치에 불과한 이득렬 사장의 화합
지난 12월 2일은 MBC 창사 35주년 기념일이었다. 창사 35주년 기념식이 열린 MBC D공개홀. 이득렬 사장을 필두로 한 경영진과 관계회사, 지방사 사장들이 근엄한 표정으로 연단을 가득 메우고 근속자를 포함한 각종 수상자들이 그 정면에, 그리고 사원들이 방청석에 부분부분 빈 좌석을 남긴 채 자리한 가운데 기념식은 거행됐다.

이날 이득렬사장은 앵커출신답게 차분하고 여유있는 목소리로 사원들에게 주인정신을 강조하면서 '21세기 종합 영상문화를 선도하는 창조적 조직' 이라는 MBC의 비전을 제시했다. 들어서 싫을 것 없는 장밋빛 청사진이었다. 1층 로비를 꽉 메운 각계각층의 축하화분, 어김없이 배달됐을 MBC 전통의 창사기념품 백미 80kg…

그러나 잠깐! 작금의 이 풍경이 진정 아름다운 축제이기 위해서는 분명 무언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불과 수개월 전 주총무효와 사장퇴진을 내걸고 23일간의 파업에 돌입했던 MBC에 이렇게 평화(?)가 찾아들다니 이건좀 이상하지 않은가? 그 파업의 함성이 정당한 것이라면 지금의 축제는 위장된 것이거나 관제 축제는 아닌가.

이날 기념사에서 이득렬 사장은 '사내 화합정신'을 거론하면서 "역경을 이기게 한 원동력"인 화합 정신에 입각해 "화합을 막는 요인이 있으면 고쳐나갈" 것을 언명했다. 그러나 이말을 듣는 MBC 사원들은 자못 당혹감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화합' 이라니 그 무슨 애기인가, 파업의 소용돌이가 지나간 뒤 해고와 대량징계라는 서슬을 비집고 틈입한 채 파업사태에 책임이 있는 이사진을 온존시키고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다가 고작 사무국장 정직기간 20일 감면조치를 해놓고서는 '화합' 이라니…. MBC 사원들의 당혹감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아무리 듣기 좋으라고 하는 생일날 덕담이라 해도 정도가 있다. 좌고우면의 눈치보기로 일관하면서 해고 조치의 철회는커녕 공판중의 노조간부들에 대한 탄원서에 조차 성의를 보이지 않고 '화합'을 거론하는 것은 공허한 말잔치에 불과하다.

1996년 12월 5일 프로듀서연합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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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4.09 -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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