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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노르웨이숲
Subject   <민주화 발자취>서울대생 내란음모 사건(한국일보)
<민주화 발자취>

<14>서울대생 내란음모 사건


中情 "5명, 국가전복 기도" 국가비상사태 선포 빌미로

1971년 11월 13일 중앙정보부는 “서울대생 4명과 사법연수원생 1명이 모의해 대한민국을 전복하려 했다”고 발표했다.
국가를 전복하려 했다는 5인은 심재권(沈載權ㆍ전 서울상대 3년ㆍ당시 민주수호 전국청년학생연맹 위원장ㆍ현 민주당 의원) 이신범(李信範ㆍ전 서울법대 4년ㆍ당시 ‘자유의 종’ 발행인ㆍ전 신한국당 의원) 장기표(張琪杓ㆍ전 서울법대 3년ㆍ현 한국사회민주당 대표) 조영래(趙英來ㆍ사법연수원생ㆍ90년 사망) 김근태(金根泰ㆍ서울법대 3년ㆍ현 민주당 의원)였다.

"심재권ㆍ장기표ㆍ조영래ㆍ김근태 등이
중앙청 습격, DJ를 민주혁명위원장에"

민주수호운동 막으려 5명 무작위 엮어
강제징집 학생들 檢 증인으로 법정 세워


이들의 이름에 ‘전’자가 붙은 것은 10월 15일 발표된 위수령(衛戍令)과 함께 대학에서 제적됐기 때문이었다. 위수령 발표 당시 김성진(金聖鎭)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북괴의 군 증강, 혹한기 훈련, 징집연령 인하, 휴전선 정찰, 대남공작 강화 등의 조짐으로 볼 때 금년 겨울이 가장 경계해야 할 시기라고 판단된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12월 6일 박정희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박 대통령은 “현재 북괴의 전쟁 준비 상황은 6ㆍ25 전야를 상기시키고 있다”면서 “국가의 안보를 위해 국민의 자유권이 유보되는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선언했다.

소위 ‘서울대생 내란음모 사건’으로 명명된 당시 중앙정보부 발표는 5명의 서울대생이 5ㆍ16 군사쿠데타를 능가하는 작전을 수립한 것으로 돼 있다.

중정은 “이들은 지난 대통령 선거(71년 4월 27일)를 전후로 교내와 하숙집 등에서 모의, 학생 데모를 일으켜 경찰과 충돌을 유도하고, 이 때 사제폭탄을 사용해 중앙청을 습격해 장악하고, 이어 정부를 전복하려 했다”고 발표했다.

또 “이들은 현 정부를 전복한 뒤 ‘민주혁명위원회’를 구성, 4ㆍ27 대선에서 패배한 김대중(金大中)씨를 위원장에 추대하고, 부정부패자 처단을 위한 ‘혁명입법’까지 미리 만들어 놓았다”고 했다.

중정이 발표한 이 같은 ‘9단계 국가전복 계획’은 당시 ‘희망의 아홉 고개’로 희화화 해 인구에 회자됐다. 이 사건은 3선 개헌 이후 시작된 ‘민주수호 운동’의 뿌리를 잘라내기 위한 조치였으며, 위수령 발표를 정당화 하고 ‘국가비상사태’ 선포의 빌미를 잡기 위한 것이었다.

그 해 4월 8일 오후 7시 서울 YMCA 8층 회의실에서는 학계 언론계 법조계 종교계 문화계 등 각계 인사들이 모여 4ㆍ27 대선의 공명을 다짐하고 ‘민주수호 국민협의회’를 결성키로 했다. 민주수호 운동은 대학으로 이어졌다.

4월 14일 오전 11시 서울대 상대 도서관에서 전국 11개 대학 학생대표 200여명이 모여 ‘민주수호 전국청년학생연맹’을 결성하고 심재권(서울상대 3년)을 위원장에 추대했다. 학생 대표들은 ▦대학이 폐쇄되는 한이 있더라도 교련교육은 반대한다 ▦공명선거를 위해 대학 단위로 선거참관단을 파견한다 등 10개 행동강령을 채택했다.

4월 19일 학생연맹 대표들은 고려대 학생식당에서 4ㆍ19 기념식을 갖고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3선 개헌을 통한 장기집권의 야욕은 국민주권을 우롱하고. 배신과 아부가 판치는 반윤리를 사회에 만연시켰다. 우리는 사라져가는 대학의 자유를 되찾고, 이번 대통령선거가 타락ㆍ부정 선거로 점철되지 않도록 모든 힘을 쏟겠다.”

5월 3일 학생연맹 대표들은 서울대 도서관 휴게실에 모였다. 그들은 전국에서 선거를 참관했던 학생들의 보고서를 근거로 ‘4ㆍ27 선거는 4ㆍ19를 촉발한 3ㆍ15 부정선거보다 더 타락했고 지능적으로 자행됐다’고 결론 지었다.

민주수호 운동은 위수령과 국가비상사태 선언 등으로 일단 잠복하지만 결국 74년의 민청학련 사건에서 87년 6월 항쟁에 이르기까지 학생ㆍ시민운동의 마그마가 된다. 법대 주간지 ‘자유의 종’은 부정선거 백서를 르포 형태로 연이어 게재했다.

‘서울대생 내란음모 사건’은 철저하게 당국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위수령 전후로 제적돼 강제 입영된 학생들이 검찰측 증인으로 군복을 입고 법정에 끌려오는 해괴한 모습까지 연출됐다.

당시 검찰측 증인으로 나선 3인의 병사 가운데 한 명인 최회원(崔會元ㆍ71년 서울대 총학생회장)씨의 설명. “11월 17일 군에 강제 징집됐다. 전방에 배치돼 훈련을 받고 있었다. 72년 5월께였다. 검은 승용차가 소대 막사 앞에 도착하더니 나의 이름을 크게 불렀? 서울로 갔다. 선배들의 재판에 검찰측 증인으로 불려간 것이었다. 검찰에서 ‘사전 교육’을 받았다. 입대 직전 중정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그 때 ‘이 정부가 전복됐으면 좋겠다’는 진술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대목을 증언하라고 했다. 그래야 ‘내란음모’가 성립된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종전의 진술과 다르면 위증죄로 구속된다’고 협박했다. 법정에서 ‘그것은 나의 생각이었고 희망이었을 뿐이었다’고 증언했다. 차라리 선배들과 함께 구속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선배들의 실형을 막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정병진 편집위원 bjjung@hk.co.kr


입력시간 : 2003/07/2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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