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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노르웨이숲
Subject   <민주화 발자취> 민청학련(中)-'붉은 간첩단'으로 조작(한국일보)
<21>민청학련(中)-'붉은 간첩단'으로 조작

<민주화 발자취> 6·3사태에서 6월 항쟁까지
"인혁당 하수" 주동 3人에 간첩 20명분 현상금

“긴급조치 발표 1주일 뒤인 4월 14일 나와 이철은 신설동에 있는 여정남(呂正男ㆍ전 경북대 정사회 회장ㆍ75년 인혁당재건위 관련 사형)의 하숙집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라디오 뉴스를 듣던 중 깜짝 놀랐다. ‘아니 200만원이라니’ ‘셋이 합쳐서 그렇겠지. 간첩을 잡아도 30만원인데….’ ‘네가 잘못 들었어.’ ‘맞다니까….’ 우리의 다툼은 1시 뉴스에서 바로 해결됐다.
나와 이철 강구철(姜求哲ㆍ당시 서울대 정치학과3년) 셋이 1인당 200만원씩 현상금이 걸렸다는 발표였다. 대학생 3명에 간첩 20명분의 현상금이 걸린 것이다. 여정남이 숟가락을 놓았다. ‘이렇게 모여 있는 것은 자멸 행위인 것 같소. 헤어집시다’고 말했다.

하숙집을 나서니 모든 전신주, 담벼락, 시내버스에 현상수배 전단이 붙어 있었다. 그날 밤 길거리에서 공중전화를 걸다 붙잡혔다(여정남은 다음날 대구에서 검거).”-유인태(현 청와대 정무수석)씨 증언.

日 프리랜서 만난게 '日 공산당 공모'로

"서울 화염병으로 불바다 만들려" 기소


73년 ‘10ㆍ2 시위’로 시작된 학생들과 정보당국의 긴장은 4월 3일을 향해 팽팽히 부풀고 있었다. 학생들은 전국 대학 총궐기의 D데이로, 당국은 운동권에 대한 일망타진의 D데이로 잡고 있었다. 결국 ‘4ㆍ3 데모’와 긴급조치 4호로 가시화 했다.

서울대(문리대-법대-상대) 서울(서울대-연세대-고려대) 전국(서울-대구 경북대-광주 전남대)을 연결하는 소위 ‘3-3-3 원칙’을 세우고 지방과 서울에서 시범적 데모를 벌이기로 했다. 경북대의 여정남이 자진해서 선봉에 서겠다고 했다.

74년 3월 21일 첫 시위가 대구에서 발생했다. 서울에서는 28일 서강대가 가두진출을 시도했다. 서강대 시위가 있던 날 당국은 서둘러 일제 검거령을 내렸다. 민청학련 4인방 중의 한 명인 서중석(徐仲錫ㆍ당시 서울대 사학과4년ㆍ현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등 대학생 80여명이 이날 밤 검거됐다.

4월 3일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하는 시각 정부에선 비상국무회의가 소집됐다. 이어 시위 학생들도 모르고 있던 민청학련이란 이름에 기대어 긴급조치 4호가 선포됐다.

4월 24일 전국투쟁 현장책임을 맡았던 이철(李哲ㆍ서울대 사회학과 68학번ㆍ전 국회의원)씨가 검거되자 다음날 신직수 중앙정보부장은 사건의 전모를 발표했다.

이철씨의 설명. “우리는 인혁당의 하수인이었으며, 일본 공산당과 공모했으며, 윤보선 전 대통령 등 재야 인사들과 함께 화염병으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69년 3선개헌 반대투쟁을 할 때부터 여정남을 만났다. 각 대학 이념서클이 번갈아 가며 전국 규모의 합동 토론회나 세미나를 가졌는데 경북대 대표가 여정남이었다. 강제 입영을 거쳐 제대복학 후 4ㆍ3 데모를 구상하면서 다시 만났다.

‘3-3-3 조직’의 일환으로 그로부터 대구ㆍ경북 지역 동지들을 소개 받았다. 인혁당 ‘인’자도 들어보지 못했다. 조사 과정에서 우리가 그들을 지휘한 것으로 됐다가 다시 인혁당이 민청학련의 배후가 되는 등 한동안 왔다갔다 했다.

일본 공산당과 관련, 73년 성탄절 전날 제일교회에서 유인태와 함께 일본인 프리랜서 하야카와 요시하루(早川嘉春)와 다치카와 마사키(太刀川正樹)를 만나 학생운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우리의 기사를 쓰고자 했고, 다음날 정릉에 있는 하야카와의 집에서 만났다. 그들은 ‘한국 학생들은 너무 낭만적이다. 일본 공산당처럼 무장도 필요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일본인을 만나면 공산주의자로 조작될 가능성이 있겠다며 이후 만나지 말자고 다짐했다.

나를 ‘빨갛게’ 물들이기 위해 사상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그들은 내가 학교에서 쓴 ‘테러리즘에 관한 평가’라는 리포트를 찾아내 공산주의자임을 자백하라고 다그쳤다. 그 리포트의 제목은 담당 교수가 지정해 주었던 것이다.

심지어 그 리포트에 관해 분석을 의뢰, 당시 반공연맹 이사장이었던 S교수의 주석까지 붙여 놓았더라. 주석에는 ‘공산주의자로서 폭력 혁명을 선동하는 탁월한 논문’이라고 돼 있었다. 기가 차는 노릇이었다.

모종의 ‘폭발물’을 만들려고 했던 것은 사실이다. 펑 소리와 섬광을 내는 사진관 플래시에 착안, 공과대학 후배들과 함께 ‘폭발물’ 실험을 하기도 했다. 페니실린 병(엄지손가락 크기의 주사약 병)에 마그네슘 등을 넣고, 실을 꼬아 성냥개피 황을 긁어 붙여 도화선도 만들어 보았으나 실패했다. 일부 후배가 만들기 쉽고 화력도 좋은 ‘진짜 화염병’을 제안하기도 했으나 거절했다. 인명피해가 우려됐고 폭력혁명으로 몰릴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한편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중정 프락치’의 존재를 증언한다. 당시 학생회 간부였던 K와 L의 경우 그들의 알려진 역할과는 달리 기소 전에 석방됐다.

서울대 사회학과 재학 중 민청학련 사건으로 고초를 겪었던 이종구(李鐘久ㆍ성공회대 사회학과 부교수)씨는 “조사를 받는 도중 수사관들끼리 말하는 것을 들었다. 한 수사관이 ‘검찰에 보내는 서류에 그들은 민청학련에 가담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중정 조정관의 지시에 따라 공작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석방 조치 바란다고 썼다가 문제가 되었다’고 투덜댔다. 그러자 다른 수사관이 ‘수사에 협조하고 반성과 개전의 정이 뚜렷하다’로 수정하라고 지시하더라”고 증언했다.

이철씨도 “그는 우리의 비밀 회의에도 참석했다. 그러나 그가 참석했던 회의 내용은 정보부가 모두 알고 있었다. 그와 만나기로 한 동지들은 항상 현장에서 검거됐다. K, L 등은 지금이라도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참회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가 물고문을 당하는 옆에서 그는 ‘엎드려 뻗쳐’ 기합을 받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정병진 편집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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