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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정글화 (http://jungpd.co.kr http://jungpd.co.kr)
Subject   6번째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마치고
월간 <신문과 방송> 원고


6번째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마치고


  1999년 이래 6년째 방송된 MBC의 현대사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가 지난 8월 1일 종영되었다. 올해의 경우 이전과 달리 2 - 4월과 6 - 8월 두 차례로 나누어 상반기에 6편, 하반기에 7편 등 도합 13편을 방영하였다.
  지난 2월 27일 '독립투쟁의 대부 홍암 나철'편을 방송함으로써 시작된 2004년 제 6차분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무엇을 지향하였는가. 필자는 방송 시작에 앞서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출사표'에서 “올해는 한국 현대사의 근본과 기원에 대한 성찰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5년 동안 방송된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서 웬만한 소재는 거의 다 다루어진 것 같지만 그래도 이가 빠진 듯 비껴 나간 어느 시기의 이슈들이 분명히 있었다. 또 이들은 대부분 접근성의 문제나 자료 확보 혹은 기대 시청률의 저조 등으로 ‘안하고 못한’ 것들인데 이제 6년차 정도라면 그런 부분을 극복하고 천착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있었다.
   실제로 2004년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상반기에는 일제시대의 항일투쟁에서부터 친일파 문제를 다룬‘독립투쟁의 대부, 홍암 나철’(연출 박정근)을 필두로 하여, 일제 괴뢰국 만주국에서의 친일 한국인들을 추적한 '만주의 친일파'(연출 정길화)를 3.1절 전후로 해서 방송하였다. 독립투쟁과 친일 문제야말로 우리 현대사의 뿌리요 첫 단추에 해당될 것이다. 또 모스크바 3상회의를 중심으로 한반도 분단 문제를 규명한 '분단의 기원'(연출 김환균), 월남 파병과 그 후과 문제를 제기한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병장'(연출 김영호), 박정희 정권의 종식과 김재규의 거사, 그리고 김재규의 재평가를 다룬 '79년 10월 김재규는 왜 쏘았는가'(연출 장형원), 또 강남개발 문제를 조명한 '투기의 뿌리, 강남공화국'(연출 유현) 등이 방송되었다.
  또 6월 20일부터 재개된 하반기에는 6.25 관련으로 ‘중국의 6.25 참전’(연출 정길화), 병역비리 수사의 중단을 추적한 ‘신의 아들과의 전쟁’(연출 한학수), 7.4 공동성명의 이면을 천착한 ‘1972년 7월 4일 박정희와 김일성’(연출 이채훈)이 방송되었다. 또 7월 8일 김일성 사망 10주기에 즈음하여서는 ‘94년 그해 여름, 조문파동과 공안정국’(연출 유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51주년을 전후하여서는 ‘한국전쟁과 포로’ 3부작(연출 김환균)이 방송되는 등 그때 그때의 시의에 맞추면서도 한국현대사의 근본 이슈인 전쟁과 분단 그리고 한반도 문제를 천착했다.

  뭐니 뭐니 해도 2004년 <이제는 말할 수 있다>가 세인의 눈길을 끈 것은 상반기 방송 중 4.15 총선을 앞두고 박정희와 관련된 프로그램들이 방송되면서일 것이다. 당시 탄핵 정국 이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선출되자 이들 일련의 프로그램에 박정희 때리기 혹은 박근혜 죽이기라는 ‘의혹’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한나라당이나 박근혜 대표는 정작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일부 신문들은 얼굴없는 네티즌들을 앞세워 <이제는 말할 수 있다>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상승효과를 차단시킬 정치적 목적으로 선거일에 임박해 박정희 전대통령에 비판적인 내용의 프로그램을 집중 방송했다는 음해성 보도를 집요하게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그러나 이런 시각이야말로 <이제는 말할 수 있다>와 같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제작과정을 모르거나 혹은 알면서도 고의로 무시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편파 불공정 보도라 할 만하다. 1999년부터 방송된 <이제는 말할 수 있다> 80여편 중 근 30여편이 박정희 시대의 부정적 유산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담고 있고 2004년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는 것은 이 프로그램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에게는 상식이다. 논란이 제기되자 필자는 보도자료를 통하여 2004년 기획분이 이미 지난해말에 계획되었음을 밝혔다. 당시에는 탄핵 정국이나 박근혜 대표의 선출을 그 누구도 예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마도 최병렬 대표 체제라면 결코 그렇게까지 제기되지는 않았을 문제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탄핵 사태의 불똥이 그런 방식으로 튀어올 지는 정말 몰랐다.
  당시 제작진은 2004년 방송일정과 내용 소개가 담긴 MBC 가이드 2월호(1월말 배포)를 제시하며 탄핵 사태(3월 12일)나 박근혜 대표 선출(3월 23일) 전에 이들 프로그램이 기획되었음을 적시하였으나 이들 매체는 고의적인 편파보도를 중단하지 않았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어느 프로그램에는 취재 현장에서 눈내리는 장면도 있었는데 그런 것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이들은 4.15 투표 직전까지 MBC나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신뢰성을 흠집을 내는 보도를 집중했는데 이런 보도야말로 도리어 정치공학적 측면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역음모론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이 당시 이들 매체의 보도태도는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없이 자신들의 매체 자체를 선거 국면에서 정파적 여론 몰이에 이용한 비열한 공세였다고 생각한다.
   어떻든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이들의 공세를 뚫고 애초 시청자와의 약속대로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병장'(3월 28일), '79년 10월 김재규는 왜 쏘았는가'(4월 4일), '투기의 뿌리 강남공화국'(4월 11일) 등 계획된 방송 프로그램을 일정대로 방송했다. 그것은 무엇보다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었다.
  필자는 지금도 당시 일부 신문의 막가파식 보도는 부적절한 것이었으며 방송을 결행한 제작진의 자세가 옳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부 신문들이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즉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편파성과 불공정성을 부각시킴으로써 특정정당의 지지자들을 결집시켜 이른바 정치공학적으로는 총선에는 특정정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활용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원래의 일정대로 프로그램이 나감으로써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키는 것이 특정 정당에 대한 유불리를 따지는 것보다 방송인으로서는 더 상위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역사다큐멘터리이지 특정정당을 위한 프로파갠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4.15 총선 전후 다른 일부 프로그램에 대해 논란이 없지 않았지만 적어도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은 물론 방송위원회 보도교양심의원회, 선거방송 심의위원회는 물론 심지어 시청자불만처리위원회나 언론중재위원회 등 어떤 유관 기관, 무슨 위원회로부터도 사전, 사후를 막론하고 일체의 문제제기나 심의 저촉 사항이 없었다. 이들 매체의 발호가 얼마나 천박하고 근거없는 것이었는지는 결과적으로, 실증적으로 증명된 셈이라고 하겠다.

  2004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종전과 달리 13편의 프로그램을 전후반기로 나누어 방송했는데 이는 'MBC 스페셜'이나 특집 다큐멘터리와 같은 정규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MBC 내부 차원의 결정때문이었다.  
   2004년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대종교의 독립투쟁을 주목한 '독립투쟁의 대부, 홍암 나철', 만주군관학교 등 소위 만주 인맥과 만주국 친일 세력의 근거지를 현장 취재한 '만주의 친일파', 김재규의 거사를 민주주의 복원의 측면에서 고찰한 '79년 10월 김재규는 왜 쏘았는가', 반공포로에 관한 새로운 역사를 쓰는 '한국전쟁과 포로' 3부작 등 많은 화제작과 문제작을 남겼다. 올해의 경우 시청률은 방송이 시작된 지난 6년 이래 제일 저조한 면모를 보여 약 6.5%대(닐슨 미디어 리서치 기준, TNS는 6.05%)를 보였는데 이는 탄핵, 총선, 이라크 파병, 김선일씨 피살, 행정수도 이전, 연쇄 살인범 사건 등 유례없이 사건사고와 현안이 많았던 올해의 시국과 사회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 와중에서도 10.26을 다룬 '79년 10월 김재규는 왜 쏘았는가'가 유일하게 10%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프로그램의 완성도와 파급력을 검증받는 지표중의 하나로 각종 상을 들 수 있는데 ‘독립투쟁의 대부, 홍암 나철’은 한국방송PD연합회에서 시상하는 ‘이 달의 PD상’을, ‘94년 그해 여름, 조문파동과 공안정국’은 MBC 노동조합 선정 좋은 프로그램상을 그리고 ‘한국전쟁과 포로’는 8월 현재 MBC 회사에서 수여하는 ‘이 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수상하였다.  

  지난 8월 1일 특집 3부작 중 제 3부인 ‘철조망의 안과 밖’이 가 마무리됨으로써 이 프로그램은 통산 6년간 86편을 방송하였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하기에는 여러 조건이 열악한 우리 방송 풍토에서 이는 분명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방송초기의 참신성과 충격효과가 갈수록 퇴색하는 것도 사실이다. 또 그동안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현저히 진행됨으로써 소재의 다양성과 역사해석의 유연성과 같은 측면에서 이 프로그램에 대해 일정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차후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이러한 가운데 해방 60주년을 맞는 내년 2005년에도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계속할 것인지 주목된다. 일단 MBC는 그동안 '일급비밀! 미국의 세균전', '민족일보와 조용수', '맥아더와 한국전쟁' 그리고 이번에 '한국전쟁과 포로' 3부작을 연출하는 등 모두 10편의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제작한 김환균 피디를 <이제는..>의 후속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TF의 팀장으로 발탁하였다. 연부역강한 김팀장은 아직도 말할 것이 남아 있는지 그래도 <이제는 말할 수 있다>가 계속되어야 하는지 지금 면밀한 검토를 하고 있다. 2005년에 <이제는 말할 수 있다>가 방송된다면 필경 현대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는 최초로 100편을 채우게 될 것이다.
  한편 지난 6년간 86편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중 43편의 기획자 역할을 한 필자는 2004년 방송분 종료와 함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프로그램의 환골탈태를 위하여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필자는 내년 상반기중 방영 예정인 한국의 멕시코 이민 100주년 특집 프로그램에 투입되었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시원섭섭하기는 한데 ‘마약’과도 같은 <이제는 말할 수 있다>로 과연 벗어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작금 정치권의 과거사 청산 관련 논의를 지켜보면서 만시지탄의 감과 우려를 함께 가진다. 많은 증언과 자료들이 세월의 경과 속에 점차 멸실되고 있어 좀 더 이런 작업이 일찍부터 진행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그것이다. 또 이런 움직임이 정치권으로 가면서 자칫 정쟁으로만 비화하고 이렇다할 생산적인 결과는 나오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진상규명은 제대로 못한 채 국민들에게 과거사 청산 작업에 대한 환멸과 피로감만 퇴적되는 것이 제일 염려스럽다.



정길화 MBC 시사교양국 부장대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2000년, 2002년, 2004년 책임프로듀서 역임.
방송대상, 한국기자상 특별상, 통일언론상, 삼성언론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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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8.23 -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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